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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로보드 4.0의 일기(日記) 이곳은 '제로보드 4.0'에 있던 내용을 추출하여 되올린 곳인데... 간혹 게시판의 하단 내용에 이상이 생긴다. 그렇지만 봉사로 있다가 무려 6년만에 다시 눈을 뜬 것만 같다. 또한 글을 쓰던 예전의 기억을 떠올려 볼 수 있어 얼마나 좋은지 모르겠다. 너무 기쁜 나머지 이정도만해도 과분한 것 같다.

4. 비상(飛翔)

2004.11.01 21:05

문학 조회 수:2915





  이윽고 고막을 터트릴 정도의 요란한 제트 엔진 소리가 기내를 온통 소음 바다로 내몰았다. 요란한 소음은 이륙을 위한 가동이었는가 보다.
  서서히 지상이 기울어져 뒷걸음질치기 시작하고, 그것도 잠시뿐 원형의 창문으로는 온통 하늘만이 바라 보였다.
  “드디어 이륙하였구나!”
  하늘을 날고 있다는 느낌 보다는 심한 기상의 기압 차이로 간혹 뚝뚝 떨어져 내릴 때마다 현기증과 구토가 생겨난다. 그 뒤, 불과 십 여분이 지났을까. 소대장은 양 팔을 벌려 우리에게 일어나라고 지시했다.
  “모두가 일어나서 고리를 걸어라!”
  비행기 소리 때문에 무슨 소리인 줄은 모르겠지만 앞사람의 행동을 따라 천정에 매달린 와야(쇠로푸줄) 줄에 낙하산 줄을 걸었다. 비행기와 연결된 그 줄이 주낙하산을 펼쳐줄 것이다.
  소대장이 급히 돌아다니며 고리를 걸었는가? 확인한다.

  비행기 옆문에서 밖을 내려다보던 소대장과 조교들은 이윽고 손짓으로 아래를 가리킨다.
  ‘아, 이젠 죽었구나!’
  아래로 위치를 찾던 조교가 마침내 손을 들어 뛰어 내려야 한다고 지시를 했다. 비행기 동체 앞 쪽으로 난 두 개의 출구로 우리는 잔걸음을 치며 나아갔다. 그 끝은 허공인 것이다.
  “뛰어!”
  아무 것도 볼 필요가 없었다. 양 쪽으로 약 30여명 의 낙하산병들이 뛰어 내리기까지 불과 십오 분 남짓한 시간이 필요했다. 우리는 4주 동안의 지옥훈련으로 이미 모든 것을 감각적으로 통달해 있었다. 모두가 하늘로 날아 오른 것이다. 중간에 멈추는 사람이 한 명이라도 있으면 그 뒤 사람은 모두 낙오였지만 그런 일은 없었다.

  앞 사람이 비행기 출구에서 구십도 꺾어 뛰어 내리는 것을 보고 순간적으로 나는 그 사람 뒤를 따라 힘껏 두 발을 아랫배로 끌어 모으며 뛰어 나갔다. 내 몸은 뒤 날개 꼬리 밑으로 빨리듯 날라 가는 것이 보였다. 허공인 것이다.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았다. 하늘을 난다는 것 밖에는…….
  “낙하산이 펼쳐지기 전에 돌게 되면 낙하산은 펼쳐지지 않고 지상으로 무서운 속도로 돌진하게 된다. 예전처럼 낙하산을 접을 때 자동으로 접기 때문에 거의 100 퍼센트를 보장할 수 있다. 문제는 비행기에서 뛰어 내릴 때 자세가 올바르지 안하면 바람에 의하여 빙글빙글 돌 수도 있었다. 그것을 방지하기 위해서 자세를 갖추면서 뛰어 내리는 것이다!”
  그렇게 조교가 설명을 할 때는 쥐 죽은 듯이 조용했다.
  “몸이 회전하게 되면 그 때는 끝이다. 낙하산도 펴지지 않은 채 지상 위로 추락하고 말기 때문인데 그 때는 정신만 차리면 앞가슴에 매고 있는 보조 낙하산을 펴야만 한다. 이렇게 말이다!”
  “예비 낙하산 하나 둘 셋!”
  조교들은 아랫배에 차게 되는 보조 낙하산의 고리를 오른손으로 잡아당기면서 낙하산을 두 손으로 끄집어내는 시늉을 했다.
  “낙하산을 되도록이면 빨리 빼내야만 한다. 초를 다투는 긴박한 상황이니까!”
  “…….”
  그렇게 예비 낙하산을 빼내는 동작은 막타워에서 뛰어 내린 뒤에도 똑같이 이루어진다.

  “일만! 이만! 삼만! 보조 낙하산, 하나 둘 셋…….”
  주낙하산이 펴지지 않았을 때 다음 동작이었다. 우리가 땅 위에서 내려 앉아 다음 조들의 짬뿌(낙하산을 타고 내려오는 것을 그렇게 부름) 때 그 담배 말림의 낙하산으로 곤두박질치는 모습을 보고 그 사람이 죽었을 것이라고 생각한 것도 바로 그런 맥락에서다. 짬뿌를 많이 하면 할수록 두려운 이유가 그것 때문이라는 것도 익히 들어 알고 있는 터였다.

  “덜컥……”
  무언가 등 뒤에서 끌어 올리는 느낌과 함께 나는 공중에 떠 있었다. 비행기에 타기 전 그 두려웠던 죽음의 공포는 이제 모두 간곳이 없었다. 고개를 들어 머리 위를 보면 거대한 낙하산이 부풀대로 부풀려 구름처럼 떠 있다. 내 낙하산뿐이 아니고 여기 저기 동료들의 낙하산과 함께……
  아득히 먼 땅 위의 전경 (全景)이 손바닥 안에 잡힐 듯 잡힐 듯 바라보인다. 소나무 숲은 잔디처럼 쿠션이 들어 있고 높은 산은 작은 둔덕처럼 낮아 보였다. 모두가 내 것인 것이다. 하늘도 땅도 모두가 내 품에 있었다.

  하늘을 날고 싶은 소망은 그대로 오리들에게 전가 되어 내 꿈이 되어 날고 있었다. 그 옛날 나의 가슴에 가득 불어 왔던 하늘들이 훨훨 날아가는 오리의 날개 짓마다 찬란한 꿈으로 무지개를 품으며 여기저기 흩어진다. 그리곤, 마침내 오리의 비상처럼 내 눈도 날고 있음을 발견하는 것이다.

  옆에서 하늘을 나는 오리를 보았다.
  우리는 함께 오리처럼 날고 있었다.
  연못에 있던 날지 못하는 오리들처럼…….

나는 불과 19세에 불과했다.
군 입대를 하여 겨우 집을 떠나 단체 생활을 하게 되면서 크게 성숙하고 어른이 된 것 같았지만 이 잠복기에 젖비린내 나는 육체가 군용 색으로 도포를 하듯 군복으로 포장이 되어 있을 뿐이었다. 만약 입대하지 않고 그냥 있었다면 이제 갓 고등학교를 졸업한 사회 초년생에 불과하였으리라! 환경이란 것은 그만큼 중요했다. 자신의 처지에 따라 뒤바뀐 인생을 살 수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어떻게 보면 주워진 환경변화에 따라 자의적으로 결정을 내리지 못하였는데  그 이유에 대하여 사회적인 요인과 국방의 의무를 따라야하는 외부 요인에 기인했던 탓이다.
  그만큼 미경험자로서 변화무쌍한 주위의 여건에 변화하지 못하였다. 그것을 두고 몸과 마음의 분리 현상이라고 깊이 인식하게 된다.  막사 주위에 우거진 포플러 나무 숲에 둘러싸인 병영을 야간에는 교대 근무로 초병이 되어 경계근무를 설 때, 까까머리로 연병장을 한 바퀴 돌면 선착순만 예외 하는 기압을 받으면서 몇 사람 남지 않았는데도 계속 뒤쳐져서 돌때, 아침에 일어나면 입에서 쓴물이 넘어 오고 계속하여 천근만근 몸이 무거워짐을 느낄 때마다 불현듯 집에서 편하게 있던 생각을 그리워하곤 했었다.


몸은 군대에 있었건만 마음은 아직도 사회인이었다. 도무지 믿어지지 않는 기이한 느낌이 군대 생활 내내 계속되었던 것이다. 그리고 군대를 제대한 이후에는 반대로 군인이라는 인식하게 사회인이라고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그리고 그 영향은 평생을 따라 다니게 된다.
  참으로 이상하게도 마음과 정신의 분리현상은 그렇게 극적인 환경 하에서 대단히 크게 작용한다는 점이었다. 어쩌다가 군대에 지원 입대하게 되었고 훈련소에서 박박 기는 신세로 뒤바뀌었지만 이 순간 낙오되지 않는 것이 최선이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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