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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로보드 4.0의 일기(日記) 이곳은 '제로보드 4.0'에 있던 내용을 추출하여 되올린 곳인데... 간혹 게시판의 하단 내용에 이상이 생긴다. 그렇지만 봉사로 있다가 무려 6년만에 다시 눈을 뜬 것만 같다. 또한 글을 쓰던 예전의 기억을 떠올려 볼 수 있어 얼마나 좋은지 모르겠다. 너무 기쁜 나머지 이정도만해도 과분한 것 같다.

2. 막타워(2)

2004.10.28 08:33

문학 조회 수:3349



  다른 부모들은 진해 훈련소 정문 앞까지 배웅을 나왔지만 내 부모는 그렇지 못했다. 혼자 집에서 출발을 하였으므로 아무런 감회도 느낄 수 없었다. 19세의 나이에 지원하였기 때문일까? 다른 이들보다 유독 많은 것에서 부족하게 느껴졌다. 잠시 외출이라도 갔다 오는 사람모양으로 납루하고 헤어진 옷과 운동화와 허름한 옷차림으로 집에서 나와 낯설고 이국적인 야간열차를 타고 벚꽃이 만발한 진해에 새벽기차로 도착을 하여 군항제로 술렁이는 시내를 구경하다가 해군 훈련소 정문 앞에 도착하였을 때는 오후 5시였다.

  군대입소식(軍隊入所式).
  말로만 들어 왔던 군대 입영의 모습들이 이곳에서 이별을 나누고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훈련소 정문 앞까지 배웅을 나와서 연인끼리 뜨거운 포옹을 하고, 아직도 어리다고 느끼고 있는 모친의 얼굴에 눈물이 흐르며 손을 흔들었고, 친구들에게 둘러싸여 마지막인 듯 절규하는 모습과 대학생 인 듯한 인파에 떠밀려 마지막으로 이별의 악수를 나누기도 하였다.
  나는 집에서 나올 때부터 혼자였다. 많은 사람들이 정문까지 와서 배웅하리라고는 꿈에도 생각지 못하였다. 군대 입대하는 것이 대단한 일도 아니라고, 성인이 되면 남자들은 누구에게나 거치게 되는 성인식 같은 연례행사로, 그래서 또한 지원하여 이런 용기로 인하여 변화를 맞고 성인으로 변모하게 되리라고 여겨 왔었다. 외삼촌들, 이모네 이종형, 주위의 선배들이 앞서 갔던 길이었기에 당당하고 떳떳할 수 있었다. 그 많은 인파들 틈에서 끼어 정문을 통과하면서 느끼는 감정은 모두 똑같았다. 아무리 부자 집 아들이건 가난한 집 아들이건 정문을 통과한 뒤로는 똑같은 모습으로 비쳐졌는데 여기까지 배웅을 한 사람들이나 나처럼 혼자서 찾아온 사람들이건 모두가 한결같아 보였다. 마지막 인사를 하던 그 부러운 모습의 사내들이건 나 자신처럼 아무도 함께 오지 않은 부류의 사람이건 모두 뒤 섞여 버리니까 똑같이 되고 말았다.

  19세의 나이로 해병대 하사관에 지원입대를 한 나로서는 훈련소의 생활이 매우 힘이 들고 혹독하고 심한 것이었다.

  잔디에 누워 담배를 피워 물고 있던 내게 울컥 하고 쓴 내가 가득 담긴 가래가 목구멍으로 넘어왔다.  
  “꿀꺽!”
  이 때, 조교들이 호각을 불기 시작했다.
  “삐이익- 휴식 끝 과업 시작!”
  “과업 시작! 휴-우우…….”
  그렇게 복창소리를 낸 뒤에 마지막으로 담배 한 모금을 깊게 빨고 재빨리 땅에 던졌다.
  휴식 전의 훈련을 연장해서 과업을 진행하기 위해서 각자 정해진 자리를 찾아가기 시작했다. 나는 휴식 전에 마치지 못했던 15미터 철탑 위로 올라갔다. 내가 있던 자리는 바로 뛰어 내리기 전의 가장 높은 5층 높이였다. 공수 훈련용으로 세워 놓은 철탑 꼭대기에서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다른 동기생들이 연병장에서 목이 터져라 군가를 불렀다.
  “군가 소리 봐-라!”
  “흘러가는 물결 구름아래……, 편지를 띄우고……, 라일-라일 차차차!”
  희미하게 드려오던 군가 소리가 끊어지고,
  “축구골대까지 선착순!”
  “우르르……, 와!”
  A소대에서 선착순이 시작됐다. 뽀얗게 흙먼지가 일어나면서 연병장을 가로질러 축구골대를 향해 줄잡아 사오십 명이나 되는 인원이 하얀 흙먼지를 일으키며 구보를 뛰었다
  B팀은 연단처럼 보이는 높이에서 착지연습을 하느라고 모래 위로 뛰어 내린 뒤에 낙법을 하듯이 모래 위에서 몸을 굴리고 있었다. 온몸에 하얗게 먼지가 묻은 것이 멀리서도 바라 보였다.  
  나는 C 팀에 속하였고 우리들은 막타워(탑)에서 뛰어 내리는 준비를 하였는데 다른 곳에 비한다면 가장 편하였으므로 안도를 하였다. 가만히 서 있어도 땀이 주룩 흘러내릴 정도로 무더웠지만 15미터 탑 위에서는 바람이 시원하게 불고 있었다.
  멀리 높은 구릉지대로 줄이 늘어서 있고 그곳으로 도르래를 타고 내려가면 그만인 것이다. 탑 위에서 뛰어 내기기 위해 대기하고 있는 순간이 영원히 지속되기를 은근히 빌었다. 조교가 자신의 안전 고리를 도르래에 연결하고 아래를 내려다보면서 체점관들이 아래에서 책장이 있는 의자에 앉아 위를 향해 호각을 불고 깃발을 흔들며 소리쳤다.
  “시작!”
  나는 10분간 휴식 뒤에 첫 번째로 뛸 차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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