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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로보드 4.0의 일기(日記) 이곳은 '제로보드 4.0'에 있던 내용을 추출하여 되올린 곳인데... 간혹 게시판의 하단 내용에 이상이 생긴다. 그렇지만 봉사로 있다가 무려 6년만에 다시 눈을 뜬 것만 같다. 또한 글을 쓰던 예전의 기억을 떠올려 볼 수 있어 얼마나 좋은지 모르겠다. 너무 기쁜 나머지 이정도만해도 과분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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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컴 '리눅스 3.1' 메인화면 -
  
  2008년 8월 18일.
오전 6시 30분 정도에 집에서 출발하여 경기도 광주에 도착하였을 때는 8시가 좀 못되었다.

  A라는 공장은 두 달전에 기계를 납품하였는데 대금을 차일피일 미루기만 하던 공장이었다.
  "이 달 말일 온라인으로 입금 시킬께요?"
  그렇게 약속을 하였지만 6월 중순에 납품한 기계 대금을 계속 미루웠는데 거짓말을 늘어 놓기만 했다. 그것도 몇 일을 뒤로...
  정말 역겁도록 들어 왔던 거짓말.
  이런 때 언어는 최고의 거짓말을 하는 기술자들에게 가장 좋은 포장이 된다.
  "내일 줄께요!"
  그렇지만 말을 해놓고 실천을 하지 않았으므로 지금까지 참고 있던 인내가 한계에 이른 것이다. 새벽부터 출발하여 출근 전에 도착한 공장에서 사장을 기다리는 심정은 착착하기만 했다. 상대가 거짓말을 하면 할 수록 안으로 쑤셔 넣어둔 분노가 증폭되어 결국에는 폭발하기 일보 직전이었던 것이다. 직접 대면하고 난 뒤에 400만원 중에 150만원을 받아 낼 수 있었으니...
  이런 거래처는 그래도 나은 편이었다. 아예 주지도 않고 증발해버리는 곳도 있었고,

  "배 쩨!" 하고 전화조차 받지 않는 곳도 태반이었다. 경기가 어려워질 수록 돈을 받아내는 것이 어려워 졌지만 그래도 약속한 날짜에 완불해주고 선불도 주는 거래처도 있었다. 어찌보면 이익을 보는 것과 손해을 보는 것의 차이는 미세한 것이었다. 그것은 종이의 앞과 뒤 면과 같은 거였다. 사람에 따라서 잘 주기도 하고 못주기도 하는데 상대를 잘 안다고 잘 주지는 않았다. 자신이 돈을 많이 벌었다고 으시대는 사람은 오히려 떼어 먹지는 않지만 조건을 많이 제시하는 편이었다. 이것 저것 다른 것까지 요구하면서 까다롭게 굴었다. 그렇지만 돈이 없으면서 무척대고 기계를 맞춘 사람은 끈질기게 오래 끌다가 결국에는 조금 남은 잔금을 계속 미루기 십상이다. 그러다가 운이 좋으면 받아내기도 하는데 그 때는 기계가 고장나서 운행이 불가능할 때였지만 그렇지 않으면 아예 연락도 할 수 없이 잠적하기도 한다.

  첫 번째 거래처에서 150만원을 받고 고속도로를 타고 내려오다가 음성 IC에서 빠져 나와 두 번째 거래처에 들렸다가 구두(말)로 기계 주문을 받았다.
   "만들어서 갖고 와!"
  수리를 마치고 점심 시간기계를 만들어 오라고 구두로 약속을 했으므로 추석 전까지 한 대 만들어 납품 시키면 그럭저럭 명절(주석)은 넘길 것 같았다. 그래서 부랴부랴 재료를 구입하고 보디(몸체) 부분을 짜놓았다. 그리고,
  "계약금을 보내 줘야 겠어!"
  "계약금? 그냥 갖고오면 돼잖아?"
  "계약금이 없어서 재료를 구입하지 못하는데... 뭘로 만들어?"
  우리들은 아주 오래전에 알고 있던 사이였다. 그러므로 서로 허물이 없었지만 돈을 받지 않고 기계를 만들어 줄 수 없을 정도로 내 입장도 어려웠다. 돈이 없었던 것이다. 그렇다고 전혀 받지 않고 만들 수도 없었다. 나중에 서로 입장만 곤란할테니까.
  "알았어 오후에 보내 줄께!"
   "어쨌튼 계약금을 안 보내주면 중단하고 다른 걸 하겠어..."
  그렇게 확답을 받아 놓았지만 어제 대금은 입금되지 않았었다.
  '처음부터 믿지 말았어야 했는데...' 그런 생각이 들면서 이미 만들어 놓은  기계 몸체를 옆으로 치워놓고 다른 일을 할 작정이다.

  지금은 모든 게 진행이 어려웠다. 그만큼 늦게 되므로 조금씩 늦춰서 일하지 않을 수 없었다. 늦춘다는 것은 기존의 행동과 작업에 있어서 시간을 느리게 조정한다는 뜻이다. 그만큼 조급하게 굴지 않고 서두르지 않는 게 상책 같았다. 너무 서둘러 손해를 보고 재료비를 낭비하게 된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힘이들어도 모든 시계를 느리 게 잡고 충분한 검토후에 실행을 할 필요가 있었다.
  '장기적으로 볼 때 너무 서두르다가 손해가 나기 때문에 확실한 것만 잡아서 일을 하자!'하고 결심을 한다. 그만큼 점점 힘들어 지는 현실을 깨닫았다. 어찌보면 IMF 때보다 더 힘은 불경기가 지속될 것같았다. 이렇게 힘든 상황에서 돈을 받지 않고 기계를 만들어 납품하면 그렇지 못한 것보다 더 어려울 것이었다. 그렇지만 계약금도 받지 않고 만들 돈도 없었다. 그럴만큼 여유가 없었으므로 작업을 진행중인 계획을 원점으로 돌리는 것만이 최선이었다.

  나는 전화를 하여 현재의 진행 상황을 설명하고 그가 주문한 기계를 취소할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만들던 기계를 중단하고 다른 작업을 진행하였다. 어쨌튼 명절 전에는 납품할 수 없을 것 같았다. 또한 들어올 돈도 없어 보였으므로 착찹해졌다. 그렇지만 그게 상책이었다. 구두로 기계 주문을 한 사장에게 전화를 한다.
  "띠리릭... 탁!"
  "여보세요!"
  굵고 탁한 음성이 수화기를 타고 들려 왔다. 우리들은 거의 20년을 알고 지낸사이었다. 그는 벼락부자가 된 것처럼 갑자기 공장을 신설하여 불과 몇 년만에 잘나가는 사장이 되어 있었다.
  "안녕하세요! 식사는 하였고..."하고 내가 먼저 인사를 하고 밥을 먹었냐고 물었다.
  "음, 먹었어! 그래... 기계 계약금을 보내 줄께!"
  "언제? 계약금이 없으면 기계를 만들 수 없어! 나중에 주문하자고..."
  "저녁에 보내줄께!"
  "없으면 나중에 하자고..."
  "알았어! 저녁에 보내줄테니까 만들기나 하라고..."
  "..."
  결국 저녁까지 돈이 입금되지 않았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