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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로보드 4.0의 일기(日記) 이곳은 '제로보드 4.0'에 있던 내용을 추출하여 되올린 곳인데... 간혹 게시판의 하단 내용에 이상이 생긴다. 그렇지만 봉사로 있다가 무려 6년만에 다시 눈을 뜬 것만 같다. 또한 글을 쓰던 예전의 기억을 떠올려 볼 수 있어 얼마나 좋은지 모르겠다. 너무 기쁜 나머지 이정도만해도 과분한 것 같다.

12. 꽈배기 12-5. 꽈배기(5) 2

2005.03.07 08:45

문학 조회 수:28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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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그래, 이 놈아! 너 죽고 나 죽자!"
  어느 날엔가 나는 물건을 파는 가게에서 그렇게 갖고 싶었던 신발을 집어 들고 뛰었다.
  "도둑이야, 도둑 잡아라!"
  뒤에서 주인아저씨가 운동화를 훔쳐 가슴에 품고 뛰는 나를 쫒아 왔다. 어린 마음에 그렇게 갖고 싶어 생각 없이 냅다 집어 들고 달아났던 것이다. 그러나 곧 붙잡혀 모친이 와서야 풀려 날 수 있었다. 검정 고무신을 신고 다니던 어린 시절에 운동화는 꿈의 선물이었었다.
  집에 돌아온 나는 어머니의 회초리에 온 몸이 피 줄이 서게 맞았다. 그리곤, 함께 죽자는 말에 같이 울음바다가 되었다. 어린 동생들도 울고…….

  그런 통한의 세월이 있었기에 오늘의 내가 있었다. 그런데, 어찌 어머니의 눈물을 모르겠는가!
  "여기 돈이 있으니까. 이걸로 형님 옷 좀 해 입으시고요. 저 애, 다른 여자를 소개 시켜 주세요. 형수님, 제발 부탁합니다! 언제, 이렇게 부탁드린 적이 있었습니까?"
  당숙은 불쑥 주머니에서 돈 다발을 꺼내 방바닥에 던져 놓고 일어서서,
  "오리야, 이제 그 여자는 잊어라!"하고 마지막으로 당부를 한다.
  "글쎄, 염려 놓으십시오. 제가 잘 타이를 터이니……."
  그렇게, 모친은 화답하며 방바닥에 던져 놓은 돈으로 시선이 주고 계셨다.

  "그, 주책바가지가 그러고도 남지. 우리가 뭐 저희들 들러리만 서야 된 다더냐. 그런 법이 어디 있어!"
  모친은 당숙이 가고 나자 그제야 수모를 당한 분풀이를 하지 못해 한숨짓고 계셨다.
  "어머니, 그 돈 물러 주고 올 테니까. 이리 주세요, 당장!"
  그제야, 참고 지냈던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왜, 우리는 없다고 항상 업신여김을 당하여 왔던가! 정말이지, 그들은 쌀을 주워도 그랬고, 돈을 주워도 그랬고 항상 이렇게 다른 조건을 내세워 못을 박곤 했다. 가슴에 대못으로 박듯이 우리는 늘 죄인처럼 굽실거릴 수밖에 없었다. 모친은 자식들을 위해 그렇게 찾아가 사정을 하였을 것이지만, 이제 자식들이 성장하여 그렇게 당하고만 있지는 않겠다고 해도 예전에 받은 신세가 있어서 그러지도 못하시는 게 너무도 측은하여 나는 분노가 복 바쳐서 부르르 떨렸다. 이제는 우리도, 힘이 있었다. 사 형제가 밥벌이는 하니까. 그리고 예전의 수모를 자식에게까지 대물림 받아야 하는 법은 없
지 않은가! 그동안 참고 지내왔던 모든 굴욕(屈辱)이 한꺼번에 밀려 와서 도저히 참고 지낼 수가 없었다. 이에는 이, 칼에는 칼, 말로 주면 말로 갚고, 이제는 저희들이 하자는 대로 끌려 다니지 않으리라고 그렇게 다짐을 하며 모친이 내 주는 돈을 받아 들고 당숙이 사는 집으로 향했다.
  "흥, 지렁이도 밟으면 꿈틀하는 법이다!"하고 속마음은 부글부글 끓어올랐다.

  "이러시는 법이 어디 있어요!"
  도로변의 상가 건물 2층에 살고 있는 당숙의 저택에 뛰어 들어가 현관문을 덜컥 열고나서 소리 지르며 돈을 던졌다.
  현관문을 열면 바로 거실이다. 소파에 앉아 세를 놓은 상가 건물의 월세를 계산하는 장부를 펼쳐 놓고 꼼꼼히 살펴보고 있던 당숙은 어이가 없다는 듯,
  "저저……놈! 봐라…… 네, 이 놈! 도대체, 이게 무슨 행패냐?" 하며 어쩔 줄 모르며 부들부들 치를 떨고 계셨다. 그렇지만, 이미 계산된 일이었다. 적어도, 당숙으로부터 두 번 다시는 이런 수모는 겪지 않으리라는…….
  "그럼, 새벽부터 찾아와 엄포를 놓으신 분은 누구신지요!"
  더 이상은 말을 하지 않으려고 했지만, 당숙의 언질은 언제나 뼈 속을 파고들도록 날카롭고 몸에 배여 더욱 더 분노를 일으켰다. 어려서 귀에 못이 박히게 들어 왔던 잔소리. 그것이, 비록 당신의 노파심에서 당연히 강조하는 지당하신 말씀이지만, 항상 눌려 사는 약자의 귀에는 그것이 한낱 가시 돛인 잔소리로 밖에 들리지 않으니 어이할까!
  "꽝!"
  현관문이 부셔져 나갈 듯이 딛고는 이제 다시는 나타나지 않을 것처럼 뒤돌아보지도 않고 뛰어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