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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로보드 4.0의 일기(日記) 이곳은 '제로보드 4.0'에 있던 내용을 추출하여 되올린 곳인데... 간혹 게시판의 하단 내용에 이상이 생긴다. 그렇지만 봉사로 있다가 무려 6년만에 다시 눈을 뜬 것만 같다. 또한 글을 쓰던 예전의 기억을 떠올려 볼 수 있어 얼마나 좋은지 모르겠다. 너무 기쁜 나머지 이정도만해도 과분한 것 같다.

1-1. 군대에서... (3) - 날아가는 오리 (2)

2007.05.14 20:37

문학 조회 수:3102 추천:2



1. 거대한 맘모스의 포항 제철소

  포항 제철소의 거대한 분위기에 주눅이 들어 있던 우리들은 대기하고 있던 군용 차량에 올라 탔다. 서서히 이동하는 트럭 밖으로 이 맘모스의 거리를 바라보면서 마치 거인국에 들어 선 것같은 착각이 들었다. 어디선가 거인들이 열심히 용광로에서 쇠물을 녹이고 그것을 두두려 형틀로 찍고 있을 것만 같았다.
  '아, 과연 느낌은 어디에서 기인했던 것일까? 또한, 춥고 배고픈 훈련병의 시절에는 모든 사물이 또한 어둡고 암울한 법이다. 이런 상호관계가 이상하게 맞아 떨어진 듯한 착각을 일으키지 않았을까?'
  대략 30년이 흐른 지금 과거의 경험을 한 마디로 요약하자면 웅장하고 거대한 맘모스 같은 시설에 놀란 애숭이 훈련병이 자신의 존재를 개미에 비약 시키지 않았을까? 하는 점이며 그처럼 작고 미약한 모습으로 비쳐졌던 맘모스 건물과 시설은 한편으로는 너무도 크고 웅장하였을 것이다. 육중한 쇠와 잔뜩 녹슬은 황갈색의 고철덩이가 쌓여 있는 포항제철소와 군대는 무슨 관계가 있을까? 하는 의구심으로 한동안 이상한 기분이 들기도 했다. 

   군대 시절 내내 이곳의 부두 시설을 이용하여 해군의 상륙함과 군함에 탑승하기도 했었지만 처음에 보았던 그런 공포감은 들지 않았다. 그렇지만 제철소의 웅장한 기둥에서 뿜어져 나오는 붉은 불꽃은 밤새 피어 올랐으며 멀리 떨어진 부대에서도 볼 수 있었다. 그만큼 거대한 맘모스의 제철소는 커다랗게 내 마음속에 두려움과 설레임 같은 세로운 세계라고 각인시켰음을 밝히고 싶다.
  이 거대한 맘모스의 도시를 군용 차량이 한참을 달려서 정문을 통과했다. 유심히 바라 본 모든 것은 쇠를 녹이는 용광로와 압연 기계 주물을 붓는 형틀을 움직이는 자동 시설들로 들어찬 건물들과 그곳에서 작업하는 사람들이 안전모를 쓰고 움직였다. 그렇지만 작업자들보다 기계적인 시설들이 더 크고 웅장하였으며 녹여 나오는 시뻘겋게 흐르는 쇠물과 그것을 형틀에 붓는 사람들이 커다란 도르레을 매달고 이동하는 모습을 뒤로 하며 서서히 줄지어 군용차들이 정문을 통과하며 우리가 탄 차를 뒤따라 왔다.
  이곳에서,
   '써바이벌같은 적과의 교우가 있는 것은 아닐까?'
  그러나 우려했던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포항제철소 내에 어디에도 적군은 없었다. 서서히 달려가던 군용 트럭은 제철소의 정문을 통과한 뒤에 포항시의 외각진 도로를 따라 한참을 달렸다. 

2. 사단급의 군부대는 군인들로 이루워진 도시 같은 느낌이 든다.

  얼마 되지 않아 도착한 군부대는 내게 또다른 느낌을 부여하였는데 그것은 바둑판처럼 짜여진 도로를 사이에 두고 각 부대별로 병사와 구역이 나누어진 또 다른 거대한 도시였다. 이번에는 군인들이 집단을 이루며 도시를 형성한 것이 다른 것이지만...
  "필승!"
팔각형의 위병소에서 헌병이 지켜서서 받들어 총을 하였는데 그는 병장이었다. 정문부터 군부대라는 사실이 다시금 주눅이 들게 했다. 낫선 풍경이 바둑판처럼 펼쳐진 부대에 들어 설 때는 날이 완전히 밝았으므로 앞서 어둠 속에서 받는 충격적인 느낌은 없었다. 위병소를 통과하여 연결된 도로변에 포플러가 지평선 끝까지 늘어 서 있고 그 도로와 접한 부대가 마치 파노라마처럼 이어졌다.
  하늘에서 바라보면 플라타너스 숲과 은폐를 위해 위장 천으로 가려진 초원지대처럼 보일것만 같은 도로. 위장무늬가 칠해진 병사. 하나의 건물들은 중대가 기거한 건물들로 각기 대대급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그러므로 그 중앙에는 식당과 함께 뒤편에 P.X, 강당, 목욕탕 같은 부대 시설로 건물을 활용하였는데 그것은 나중에 부대에 배치 받으면서 알게 되었다. 지금은 입구에서 늘어서 있는 각 부대의 건물과 그 시설들의 웅장함만을 스치듯 지나치고 있던 것이다.
  이윽고 차량들은 비어 있는 건물로 들어 섰는데 그곳에 우리들을 내려 놓고 떠나 갔으며 우리들은 그 병사(兵舍)가 임시로 빌려쓰는 건물이라는 사실을 나중에야 알았다. 

  중앙로에서 동남쪽으로 방향을 틀게 되면 각종 훈련장들이 위치하였는데 그 중에 공수 훈련장에는 커다란 연못이 있었다. 부대의 가장 한적한 야산으로 둘러싸인 인적이 드문 지역이었다. 분지로 된 평지가 바둑판처럼 그러진 도로와 사단 병력이 기거하며 훈련할 수 있는 막사와 병사, 훈련을 하고 있는 중대 급의 연병장에는 훈련과 과업에 열중인 중대원들이, 차량이 줄지어져 있는 사이로 달구지과, 탱크와 수륙양육차량이 배치되어 있는 기계화 부대, 드넓은 군용 비행장, 병원, 학교(훈련소), 식당, 그런 식으로 사단 급의 부대는 도시처럼 구성되어 있었고 그곳에는 필요한 부대들이 위치하여 도로를 경계로 하여 나뉘어 졌다. 그 사이로 줄을 긋듯이 포플러 나무가 길게 병풍처럼 들어 쳐졌고, 그리고 그 각자의 구역에 대규모의 부대가 형성되어 있었다.

  그 중에 훈련소는 끝없이 펼쳐진 대 평원으로서 중앙에 타원형의 늪지대를 연상시키는 연못이 위치하였다. 부대의 오물들이 하수도를 끼고 이곳 연못에 고였다. 하수도에서 기어 다닐 때는 온갖 쓰레기와 음식물 찌꺼기가 발에 밟히고 몸에 묻어 날 지경이었는데 특히 오리똥 냄새는 너무도 지독하고 끈적거렸다.
  나는 이곳 사단급 부대가 앞서 전반기 훈련을 받던 진해 훈련소에 비한다면 어머니와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진해 훈련소는 자식처럼 아기자기한 시설과 손해 잡힐듯한 진해만에서 찰랑거리는 바닷물을 바라보며 오줌을 갈기고 함성을 질렀던 그 분위기와는 전혀 다른 웅장하면서도 크고 드넓은 수많은 부대가 집결한 시설을 거느린 대규모의 시설을 갖추고 있는 웅장한 부대의 분위기를 보고 놀랐던 것이다.

  여기에서 나는 불과 1 개월 밖에 되지않은 훈련병에 지나지 않았다. 79년도 1월에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4월에 입대하여 현재 5월초순이었으므로 애숭이 초년병에 불과하였다. 그러나 나는 이 사단급 부대에서 제대할 때까지 30개월을 보내고 제대하였으며 많은 애환을 지닌 꿈에 그리던 모태(母胎) 같은 곳이었다. 또한 위에 있는 그림에서 연못이 있는 공수 훈련장에서의 훈련은 힘들고 고되었지만 많은 추억을 남기게 된다. 무엇보다 집오리들과 함께 비행기에서 뛰어 내릴 때의 그 아름다운 비상을 나는 잊을 수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