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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로보드 4.0의 일기(日記) 이곳은 '제로보드 4.0'에 있던 내용을 추출하여 되올린 곳인데... 간혹 게시판의 하단 내용에 이상이 생긴다. 그렇지만 봉사로 있다가 무려 6년만에 다시 눈을 뜬 것만 같다. 또한 글을 쓰던 예전의 기억을 떠올려 볼 수 있어 얼마나 좋은지 모르겠다. 너무 기쁜 나머지 이정도만해도 과분한 것 같다.

4. 양식기 공장에서...(6) 날아가는 오리 (2)

2007.06.24 16:38

문학 조회 수:3237 추천:2





1. 일 년 뒤, 공무과 앞에서...

  집에서 불과 500 여 미터 떨어져 있는 양식기 공장에 입사하여 광연마에서 근무하기 시작한 뒤부터 벌써 일 년이 지났다. 나는 한 라인의 리더인 조장이었으며 다섯 명을 데리고 모든 작업을 책임져야만 했다. 기계의 상태, 그밖의 제품이 되어 나오는 공정라인, 작업자의 태도(기계에 손이 말려 들어갈 수 있었으므로), 그리고 기계의 상태(너무 압력을 조이거나 풀어 놓으면 모터가 타고 제품이 닦이지 않는다)를 점검하였으며 특히 첫 작업인 나래미를 놓게 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조장은 인원이 여유가 있을 때는 일에 참여하지 않았지만 항상 부족한 작업자로 구성할 수 밖에 없었으므로 나래미를 놓던가 부족한 중간 부분에서 일 하는 것이 보통이었다. 여기서 나래미란 제품을 일열로 정열하여 찝게로 무는 작업을 말한다. 아래 그림처럼 제품을 쥐고 작은 홈이 파여진 나무판 위로 지나가면 그 홈에 제품이 일열로 정열을 하게 된다. 그러면 제품의 손잡이 부분을 바이스(찝게)로 물어서 앞에 놓게 되면 다음 작업자가 기계에 넣게 되고 그 기계에서는 물체를 감지하게 되면 아래 위의 빠후(천과, 마 종류를 로라식으로 겹쳐 끼워 놓은 로라)가 내려와 제품을 닦아 내는 것이다. 이 때 매케한 광약 냄새와 함께 고체인 광약이 액체로 되면서 제품과  마찰하면서 밖으로 뿌려지는데 그것이 작업복과 얼굴에 묻게 되면 눈만 남고 얼굴이 검은 그을름으로 범벅이 되곤 했었다.      

  기계 앞에서 먼지를 뒤집어 쓰는 것보다  앞에서 나래미를 놓을면 외형은 깨끗할 수 있었다. 하자만, 가장 신경 쓰이는 것은 집게가 고장나서 작동하지 않을 때이다. 바이스 뿌레이어와 같은 누름쇠가 세 개나 붙어 있는 집게를 벌려 제품을 물려고 하는데 장석이 떨어져 있어 물수가 없다. 그렇게 불량이 되어 던져 놓은 것이 벌써 네 개째다.

-나래미를 놓는 모습 그림으로 그릴 것-
  “어이! 앞에 와서 나래미 좀 놓아!”
  나는 다음 사람에게 내가 하던 일을 맡기고 집게를 들고 부랴부랴 밖으로 나가는 출구를 열었다.
  눈부신 햇살이 충혈 된 눈을 뚫고 몰려들어 온자, 갑자기 눈앞이 캄캄했다. 이젠, 반대로 안에서 밖으로 나오면 너무나 눈부셔 현기증이 나는 것이다. 잠시 서 있다가 정문 옆에 있는 공무과로 뛰어 갔다.
  “집게를 고치러 왔는데, 좀 고쳐줘요?”
  공무과 안에는 쇠를 까는 선반(旋盤)기계, 밀링기계, 부레나 기계와 기어를 깎는 홉삥 기계가 무서운 쇠 빛과 초록의 페인트칠로 번쩍번쩍 빛을 내며 위치하고, 세 사람의 기술자들은 여유가 있고 한가롭게 내 눈에 비쳤다.
  ‘아, 얼마나 좋은 직종인가! 나는 힘들게 몸으로 부딪혀 일하는데, 저들은 그저 기술로 전혀 힘이 들지 않고 일하지 않는가! 세상에 저렇게 좋은 직업도 다 있다니……’
  이렇게 마음속으로 그들을 흠모하고 질투했다. 아니, 그 표현은 정확하지가 않을 것이다. 적어도 그 당시의 내 눈에는 그들이 내게 머나먼 꿈이요. 이상이었다. 내가 가질 수 없는 그러면서 영원히 그들과 나와의 거리감은 너무도 절대적인 것으로 완전히 상반된 신분적인 차별을 갖게 하였고 그 차이는 내게 절망적인 고뇌를 갖게 하기에 충분한 것이었다. 왜냐하면, 내가 가질 수 없는 것을 저들은 갖고 있었으며, 내가 그들처럼 편하게 생활하고 기술을 배우려는 시도는 너무도 어리석은 것으로서 적어도 그 당시의 내게 있어서 여기 광연마는 벗어날 수도 없는 천직이며 도저히 다른 직종의 선택과 모험은 생각해보지도 않은 문제였기에 그랬는지도 모른다.
  “거기 놓고 가!”
  그들이 내가 급한 사정을 헤아려 주지 않는 것이 야속했다. 갖고 가서 작업을 해야 하는데 자기 들이 하던 일이 있다고 그걸 마무리 짖고 해주겠다고 놓고 가라고 하는 것이다. 정말, 다른 때 같으면 기다렸으리라. 그러나 지금은 삼 일 째 철야 작업을 하여 몸이 천근만근 무겁고 녹초가 되기 일보 직적이었다. 저희들은 5시에 퇴근하기 때문에 그 심정을 헤아리기나 할까 싶었다.
  나는 급한 마음에 공무과 앞에 앉았다. 그리곤, 집게를 그곳 바닥의 철판 위에 놓고 용접기 고대(용접봉을 무는 것)를 집어 들고 그들이 보건 말건 지졌다.
  “지지-직!”
  밝은 빛의 광채가 번쩍 일어나며 눈앞이 컴컴하다.
  “자, 이걸 써봐!”
  내가 잘 아는 윤기사가 내게 용접할 때 쓰는 검은 유리가 달린 마스크를 건네준다. 그것이 무엇인지 보아 와서 잘 아는 터였다. 그 유리 안으로 불꽃이 일어나는 부분을 살펴보면서 용접봉을 갖다 대었더니 너무나 잘 보였다. 눈이 아프지도 않다. 그렇지만, 용접하려는 부위가 자꾸만 벗어난다.
  “허허-허!”
  “그렇게 하는 게 아니야? 잘 봐! 이렇게 경사지게 들고 밀어 내듯이 가까이 대면서 서서히 내리는 거지.”
  내가 하던 용접 고대를 뺏어들고 윤기사가 용접을 해 준다. 다른 마스크를 쓰고 작업하는지라 나는 얼씨구나 하고 모든 것을 볼 수 있었다.
  그것이 내가 처음 해 본 용접이었다. 그 뒤로는 곧잘 용접을 직접하곤 했다. 목마른 놈이 물을 마신다고……

   2. 광연마에서...

어둠침침한 실내가 밖에서 방금 들어 왔기 때문에 전혀 보이질 않는다. 마치, 극장에 처음 들어갔을 때처럼 눈에 금방 사물을 분간하지 못하는 것은 작업 현장이 너무 어둡기 때문이다. 그러나 2년 남짓 되는 동안 손에 익을 대로 익은 기계들과 익숙한 작업장의 분위기는 그다지 어두운 게 문제가 된 적은 없었다. 기계 위에 매달린 형광등 불빛을 따라 가동되는 기계 라인만 불을 밝혀 작업하면 사물을 분간하는 것은 별 문제가 없었기 때문이다. 아침에 출근하여 퇴근하면 밤 9~10시였다. 다람쥐 쳇바퀴 돌 듯 그런 생활을 지탱할 수 있었던 것은 가족에 대한 장남으로서의 의무 때문이었을까? 아니, 이 공장에 다니는 모든 사람들은 이런 악조건 하에서 그 나름대로의 목적과 뚜렷한 의식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본다. 그리고 나도 그렇지만, 이 생활에 대하여 고생이라고 생각해 본적은 한번도 없었다.

    심각한 것은 다른 곳에 있었다. 적어도, 군대에 갖다온 뒤에 정해진 목적이 없이 직업을 선택하였던 내 탓이었을 게다. 상업고등학교를 나왔지만, 공부와 담을 쌓다보니 학교에서 보내주는 직장은 바랄 수조차 없었다. 막상 졸업을 하였지만, 별반 취직할 수 있는 직장이 없었다. 그래서 생각다 못하여 졸업하고 3개월 만에 군대를 지원 입대하였었다. 제대 후에도 뚜렷하게 다닐만한 직장이 없었다. 우선은 젊은 패기가 있었기에 이곳이나마 취직하였던 것이다.

  광연마(光硏磨)라는 부서는 양식기(洋食器) 제조업체에서 뒤에서 두 번째 부서에 속한다. 포장부 바로 앞인 것이다.
  건물 내부에는 기계들이 들어 차 있는데 일정한 비율로 작업 공간을 형성하여 줄을 맞추어져 있고 기계마다 특색이 있었다. 자동 시설이었지만 물건을 넣고 빼는 것은 모두 사람이 해야만 했다. 기계의 구분은 줄을 맞춰진 상태를 보고 1 라인(Line)이라 한다. 그렇게 4 라인을 형성하여 전체가 구성되었는데 라인 별로 특색을 두었다.(라인 별로 대개 6~7대의 기계가 구성된다.)
  1 라인에서는 T-Spoon(차-숟가락), 2 라인은 Spoon(중 숟가락), 3 라인은 Pork(포크), 마지막으로 4 라인은 Knife(나이프)를 작업 할 수 있다. 줄을 맞춰 진열된 30 여대의 기계 뒤 편으로는 먼지를 빨아 낼 수 있는 원형의 파이프 시설이 거대한 동물 내장처럼 천정을 가로 질러 놓였는데, 실내가 어두운 것은 바로 그 길게 뻗은 관(파이프) 때문이었던 것이다. 그 파이프는 라인은 4 줄로 각각 벽을 뚫고 밖의 후황(공기를 빨아내는 송풍기)으로 연결된다. 거대한 후황에서 나오는 소리가 내가 어렸을 때 늘 듣고 자랐던 그 윙윙거리는 이상한 소리란 걸 비로소 알았었다. 요란한 후황소리는 귀가 먹을 정도로 심했다. 나는 그 소리 탓에 집에 돌아와 잘 때도 늘 귀가 윙윙거리곤 했다.
  무엇보다 매캐하게 일어나는 연기와 냄새 그리고, 분진 그런 모든 것으로 인하여 현장은 어두운 빛깔 그 자체였다. 작업하는 사람조차 머리에서 발끝까지 어두운 먼지로 뒤집어써서, 퇴근할 때는 반드시 목욕을 하여야 하는 것이 고역이라면 고역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