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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로보드 4.0의 일기(日記) 이곳은 '제로보드 4.0'에 있던 내용을 추출하여 되올린 곳인데... 간혹 게시판의 하단 내용에 이상이 생긴다. 그렇지만 봉사로 있다가 무려 6년만에 다시 눈을 뜬 것만 같다. 또한 글을 쓰던 예전의 기억을 떠올려 볼 수 있어 얼마나 좋은지 모르겠다. 너무 기쁜 나머지 이정도만해도 과분한 것 같다.

영등포역에서...(6)

2007.10.14 06:16

문학 조회 수:33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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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MBC 방송국 PD인 세 째 동생의 가족과 나의 가족.
부친의 부음 2년째, 현충일날 전주 임실의 호국원을 찾았을 때...

  -오른 쪽에 서 있는 사람이 본인이고 왼 쪽편이 세 째 동생. 두 아이들을 세 째 동생의 자식들이며 뒤 편 중앙 부분이 나의 아내와 아들 -

  영등포역에서 노숙자들의 틈에 끼어 잠시 앉아 있던 내게 가장 먼저 생각나는 것은 가족들의 모습이었다. 어찌보면 내게 가족들은 내 삶을 지탱하게 하는 원동력이었다.


-거울에 비쳐서 반사되는 내 모습을 핸드폰으로 찍은 사진 -  

  노숙자들의 모습은 자신의 가족들을 잊고 세상과 담을 쌓은 것같았다. 연고자들이 아무도 없는 것처럼 노숙하기 위해 차가운 영등포역의 대리석 바닥에서 누워 잠을 자고 있었지만 밖에 보다 실내는 춥지 않았다. 그래서 야간의 뚝 떨어진 기온과 바람을 피하여 실내를 찾아 들었을 것이고 이곳에서 그동안 낮이 익은 사람들과 어울리고 대화를 나누고 있기도 하였다. 한켠에서 그들과 나는 섞여 있었다.

  4시30분부터 6시까지는 잠을 잘수 있었다. 롯데 백화점 샤터가 있는 곳에 신문지를 깔고 잠자리를 마련하여 드러 누웠지만 도무지 잠이 오지 않았다. 눈을 붙여야 했지만 많은 사람들이 돌아 다니는 구내는 낮이 설었다.

  지하철과 버스가 다니기 전의 도시에서 갈곳도 없었다. PC 방에 가면 돈이 들었으므로 이곳에서 눈을 붙여야만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신문지를 깔고 누워 나는 추위로 몸을 웅쿠리면서도 가족들의 모습을 떠올렸던 것이다. 이들 노숙자들과 함께하고 있었지만 그들과 다른 이유가 있다면 나는 돌아갈 집이 있고 가족이 있다는 사실이었다. 나는 어떻게 보면 이들과 같았지만 뜻은 달랐다. 필연(必然-그리 되는 수 밖에 다른 도리가 없음)적인 것과 우연(偶然)적인 차이랄까?
  "이것 봐, 자네도 노숙자야?"
  바로 옆에서 다른 노숙자가 내게 물었는데 나는 고개를 저으면서 말했다.
  "아니... 버스가 왕내할 때까지만요!"
  그런 내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면서 그가 중얼 거렸다.

  "이런 생활도 이젠 지겨워... 자네는 그만 가게... 올 곳이 못돼! 사람 몸만 버리고..."
  "아저씨는 얼마나 되나요?"
  "나는 왕년에 제법 잘나가는 옷가게를 중앙시장에서 하였드랬지요! 음... 그런데 백화점에 밀리고... 중국제에 밀리고... 요즘 옷장사가 되야지요! 빚만 지고.... 빚쟁이들을 피한다고 이런, 벌써 5년 찬가 보옴니다!"

  그는 처음보다 많이 부드러워졌다. 약간 발음이 떨렸으므로 나는,
  '음, 오른쪽의 신경이 마비되고 있구나!'하는 진단을 내렸다. 그는 차가운 땅바닥에 누워 잤고 식사를 거르기 일쑤였으며 술과 담배를 많이 하는 것같았다. 그가 앉은 자리에는 술병이 놓여 있었다. 그런 비정상인의 생활로 얻은 것은 아마도 뇌혈관이 막히는 중병을 유발할지도 모른다. 최악의 경우 오른 쪽 사지를 못쓰는 중풍에 걸릴 확률이 높았다. 나는 그가 말하는 중에 확실히 오른 쪽 빰이 굳어서 발음이 이상한 것을 느꼈다. 내 앞에서는 다른 노숙자가 종이조차 깔지 않고 반팔 차림으로 바닥에서 세상 모르게 잠을 자고 있었다. 그는 무척 젊었는데 잠에 빠져서 전혀 움직이지 않았다. 나는 그가 양발을 신지 않고 반팔 차림이라는 사실에 아마도 여름철에 집을 나왔을 것이라는 짐작이 든다. 그도 차가운 바닥에 얼굴을 대고 있었으므로 젊은 나이에 똑같은 병명을 얻을 것이라고 진단을 내릴 수 밖에 없었다. 영등포역의 바닥은 차가운 대리석 바닥이었기 때문이다. 이들은 추위를 피해서 이곳에 왔지만 한편으로는 저체온증에 시달릴 것이다. 그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찬기운을 피할 수 있는 골판지를 깔아야 했다. 최소한의 행동도 하지 않는 이 젊은이는 너무도 게을렀다. 그것이 그의 생명을 끊게 될지도 모른다. 노숙 생활에 익숙해진 노인네들보다 세상을 비관하고 있는 이런 젊은이들이 더 위험했다. 아마도 이번 겨울에 그는 추위로 인하여 생명이 다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죽음으로 내 몰리는 노숙자의 생활에 어울리지 않아 보였다. 그것이 내게 슬픔을 몰고 왔으며 또한 이곳에 모여 있는 수많은 사람들을 사연이 듣고 싶은 이유였다. 내가 바라보고 있는 것은 노숙자들에게 붙어 있는 그들의 과거들이었다. 그리고 불경기가 심해질수록 더 많은 사람들이 거리로 내몰릴 것이다.

  오후에 다시 돌아오는 길에 영등포역에 도착하였지만 야간의 그 어두운 분위기는 찾아 볼 수 없었다. 모든 것은 신기하게도 전혀 다른 양면적인 거울처럼 정반대로 비쳐보였는데 나는 영등포역에서 밤에 일어나는 일에 대하여 사람들이 모르고 있다는 사실을 놓고 하루 전만해도 나도 그랬었다는 깨달았다. 만약 새벽에 도착하는 기차를 타지 않았었다면 적어도 이렇게 환영처럼 보이는 어두운 면을 떠올리지 않아도 되었을 것이었다.
  '아, 야간 열차를 타지 말았어야 되는데...'
  나는 영등포역에서 풀랫포옴으로 내려서기 전에 뒤돌아서서 대합실을 보았는데 어느새 노숙자들이 몰려 들어 진을치고 있음을 보았다. 대합실 의자와 구내의 모든 곳을 점령한 체 그들은 세상을 향해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어이... 여기 오지...마! 그냥 집에서 참고 견뎌야지  좀 힘들다고 집을 뛰쳐 나와서 노숙자 밖에 뭐가 되겠어! 나 좀 보라고 이 꼬라지 하고 어떻게 사람이라고 할 수 있겠어! 이제 그만... 그만  두고 시퍼! 여긴 사람이 사는 곳이 못된다고 그만 가! 빨리 사라지라고...."
  그렇게 악을 쓰는 사람은 다름 아닌 야간에 보았던 얼굴이 돌아가서 제대로 말을 하지 못하는 50대의 중년인이었다.
  그의 음성을 듣자마자, 나는 계단을 뛰어 내리고 기차에 오르면서
  "옛 썰!"하고 소리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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