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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로보드 4.0의 일기(日記) 이곳은 '제로보드 4.0'에 있던 내용을 추출하여 되올린 곳인데... 간혹 게시판의 하단 내용에 이상이 생긴다. 그렇지만 봉사로 있다가 무려 6년만에 다시 눈을 뜬 것만 같다. 또한 글을 쓰던 예전의 기억을 떠올려 볼 수 있어 얼마나 좋은지 모르겠다. 너무 기쁜 나머지 이정도만해도 과분한 것 같다.

영등포역에서...(5)

2007.10.09 16:59

문학 조회 수:3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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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등포역에서 앉아 있다가 5시가 넘자 밖으로 나왔다.

  새벽이 되자 전철과 버스가 다니는 시각이 되자,
  "드륵... 드륵... 드륵... "하는 기계가 일정한 진동으로 울리는 소음이 울려 퍼졌다.

  노숙자들이 영등포 2층의 통로 양쪽 샤터에 서로 누워 자고 있었으므로 기계음이 울리게 되자 그 소리가 무척 컸으므로 나는 굉음 소리로 들었다. 영등포역쪽의 지하철을 이용하는 절반이 샤터가 올라가는 소리였던 것이다. 샤터가 올라가자 노숙자와 몰려든 사람들이 그 쪽으로 몰려가기 시작했다. 나도 자리에서 일어선 뒤 화장실을 찾아 갔고 노숙자들 대부분도 유일하게 개방된 화장실로 몰렸다. 샤터가 올라가면서 뚫린 통로에는 노숙자들이 모두 일어 났고 청소부가 여기저기 흩어진 종이들을 모으러 다니면서 아직도 누워 있는 사람들을 깨웠다.

  조금씩 노숙자들은 흩어졌으므로 좀전의 무법지대와는 거리가 멀어 보였다. 그렇지만 여전히 노숙자들은 롯데 백화점 샤터쪽으로 누워 있었으므로 버스가 다니는 시간에 맞춰 화장실을 다녀온 뒤에 계단을 내려서 버스 정류장까지 걸어 갔다.

  영등포역 앞은 새로운 풍경이 생겼다. 중앙차선에 버스 승강장이 만들어 졌기 때문에 부득불 횡단보도와 신호등이 만들어 졌고 버스를 타기 위해서라기보다 지하도를 통하여 반대 차선으로 가지 않고 횡단보도를 걸어 가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양쪽에 몰려 있는 모습이었다. 중앙에 놓여 있는 버스 승강장은 이곳에 이색적인 변화를 주웠으므로 사람들은 마치 해방된 것처럼 신호등이 켜지자 몰려서 횡단보도를 서로 교차하면서 반대 차선으로 걸어 가면서 유유히 그 앞에 정지해 있는 차량들을 향해 휘바람을 불며 유쾌한 걸음으로 오랫만의 산책을 즐겼다. 횡단보도를 없애기 위해 지하도를 만들었지만 중앙차선에 버스 승강장이 생긴 뒤에는 유유히 도로를 활보하게 된 것이다.
  '이게 얼마만의 자유이던가!'
  '다시 족쇄가 채워지기 전에 이 해방감을 만끽하리라!'
  '야호, 요 놈 들아, 약오르지!"
  그렇게 사람들은 자신의 앞에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는 차량을 향해 야유라도 하는 것처럼 뛰어 다니는 사람, 뒤를 돌아보며 연인을 바라보면서 걷는 절은 청년, 다리가 아프다고 지하도로 내려가기 싫다고 방금전까지 궁시렁 대던 노파, 빨리 가겠다고 서두르는 중년 부인... 인파가 인산인해를 이루면 신호등에 따라 걷기 시작하다가 중간 정도에서 반대에서 오는 사람들과 서로 마주쳤는데 마치 파도가 서로 부딪치는 것처럼 느껴졌다.  

  "신세계 백화점 맞은 편에서 6시 5분에 첫 차가 있어요!"
  그렇게 첫차를 타고 오라고 거래처의 공장장이 말했었다. 자신도 송탄에서 영등포역까지 지하철을 타고 와서 버스를 갈아타고 출근한다는 얘기를 덧붙이면서...
  5시 10분에 영등포역에서 나와 횡단보도를 타고 반대편으로 건넌 뒤에 마침내 신세계 백화점 맞은편의 버스승강장에 도착했다.

  어둠이 서서히 물러가는 도로에는 버스들이 줄지어 다녔으므로 버스 승강장에는 차를 기다리는 사람들과 실내등을 밝게 켜고 도착한 빈차들과 그 뒤에 꼬리를 몰고 나타나는 다른 버스들이 한결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버스 승강장에는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횡선지를 붙이고 나타나는 버스가 도착하자 우루루 몰려서 타고 있었다. 그것이 첫 차였던 것이다.  

  내 눈에는 방금까지 영등포역에서 보았던 노숙자들이 아른 거렸다. 버스 기사가 봉급을 받고 자신의 직업에 새벽에 출근하였다는 생각이 들이 않고,
  '노숙자들 천지의 세상에서 할일없이 장난삼아 차량을 빈차로 온 것은 아닐까?'하는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버스 승강장에 몰려 있는 많은 사람들도 노숙자들과 별반 다르지 않는 것 같았다. 이들도 모두 노숙자들이며 지하도라던가 영등포역에서 쏱아서 나와 마침 원하는 횡선지로 출발하는 버스를 기다리는 것처럼 보였다. 세상이 노숙자들을 위해 조금이라도 편안하게 놀며 먹고 일은 하지 않는 사람들로 이루워진 것처럼 느껴지는 것이 아닌가!  

  영등포역에서 본 노숙자들로 말미암아 못볼 것을 본 것이라고 방금전의 기억을 아무리 지워 보려고 해도 소용없었다. 그처럼 나는 충격을 받았으므로 정상적인 생활로 돌아가는 것조차 믿기지 않는 일이었다. 어쩌면 내가 노숙자인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분명한 사실은 여태까지 조금도 게을러 보지 않으려고 열심히 살아 왔던 지난 과거가 어찌보면 나의 보람된 삶을 영위하는 최고의 방편은 아니었을까? 아무런 할일 없이 거리를 헤매다가 잠자리를 영등포역에서 마련하는 노숙자들의 삶은 정상인의 삶은 분명히 아니었다. 그렇지만 그렇게 살고 있는 많은 사람들이 한곳에 집합하여 아침에 무료로 급식하는 한끼의 식사를 위해 그렇게 밤을 차가운 대리석으로 깔려 있는 영등포역에서 자고 있었을 것이다.

  집에 와서 인터넷으로 영등포역을 찾아 보았더니 무료급식하는 모습이 동영상으로 볼 수 있었다. 그리고 그곳에 초라한 가방을 매고 식판을 받아들고 한끼의 아침 식사를 하면서 주린 배를 체우는 노숙자의 한 사람이 보였는데 그것이 내 모습을 닮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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