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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로보드 4.0의 일기(日記) 이곳은 '제로보드 4.0'에 있던 내용을 추출하여 되올린 곳인데... 간혹 게시판의 하단 내용에 이상이 생긴다. 그렇지만 봉사로 있다가 무려 6년만에 다시 눈을 뜬 것만 같다. 또한 글을 쓰던 예전의 기억을 떠올려 볼 수 있어 얼마나 좋은지 모르겠다. 너무 기쁜 나머지 이정도만해도 과분한 것 같다.
영등포역에서...
2007.09.30 1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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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등포역에서...
1999년 민자역사로 준공된 건물
롯데백화점과 함께 운영됨.
9월 29일 AM 4:15
대전에서 02시 23분 출발하는 무궁화호를 타고 영등포역 도착한 시각은 4시 15분 가량 되었다. 에스컬레이트를 타고 2층 출구로 오른 뒤에 개찰구를 빠져 나온 나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샤터가 내려온 록데백화점과 영등포역 사이의 중앙 통로에 노숙자들이 진을 치고 있었기 때문이다.
차가워진 밤기운으로 청바지와 청코트를 입고 있었지만 한기를 막지 못했다. 아직 겨울 날씨처럼 매섭지는 않았지만 밤새 한잠자지 못한 나는 오싹한 추위를 피해서 노숙자들이 누워 있는 통로를 비집고 누워 눈을 붙일 참이었다.
기계의 수리를 위해 출장을 자주 다니는 나로서는 이렇게 노숙자들 틈에서 눈을 붙이다가 버스가 다니는 시각에 밖으로 나와 목적지까지 가서 기계를 수리하고 다시 되돌아가면 그만이었다.
노숙자들 천지인 영등포역의 중앙 통로는 낮에는 아아치형의 중앙 돔형태의 천정과 이국적인 기둥들이 멋들어져서 매우 고풍스러운 분위기를 연출하곤 했었다. 가끔은 이곳에 대규모의 야외 장터가 열려서 옷들이 즐비한 적도 있었지만 야간에 본 풍경은 완전히 길거리의 노숙자들로 점령당한 폐허가 된 시가지의 풍경을 연출하고 있었다. 주위의 어디를 가도 시체처럼 나둥굴고 있는 걸인들 천국이었던 것이다.
노숙자들을 바라보는 동안 나는 공포감에 사로 잡혀 있었다.
대한민국이 공황으로 치닫고 결국에는 제 2의 IMF 를 맞아서 온통 걸인들로 넘쳐나는 세상이 된 것같은 착각이 들었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여기저기 시체처럼 들어누워 있는 전경은 처음이었다. 부산역에서도 노숙자들이 많았다. 그렇지만 그들은 공포감을 조성하지 않았었다.
영등포역의 노숙자들은 대규모였으며 그들 중에는 일행처럼 보이는 몇 사람이 모여 앉아 술을 마시고 있었으며 남녀가 함께 앉아서 일행들을 바라보며 앉아서 진중하게 대화를 하기도 하였다. 그렇게 몇 명씩 집단을 이르고 있는 이들은 서로 어울려서 자신들만의 대화를 하였는데 마치 집시들 같았다. 여자들은 그다지 젊지도 않았지만 부부처럼 보이는 남자와 함께 하고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롯데백화점 샤터쪽으로 거의 일렬로 가깝게 누워서 자고 있었으므로 굉장히 놀라웠다.
'아, 어떻게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이곳에 모여 있는 것일까?'
기차에서 내린 사람들이 모두 나오자 영등포역의 샤타가 내려와서 중앙 통로는 어둠컴컴해졌다. 그리고 노숙자들은 양쪽 샤터부분으로 나뉘어져 누웠고 간혹 중안의 기둥쪽으로 맨바닥에 아무 것도 깔지 않고 자는 사람도 보였는데 그는 반팔의 T샤쓰 차림에 양말도 신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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