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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로보드 4.0의 일기(日記) 이곳은 '제로보드 4.0'에 있던 내용을 추출하여 되올린 곳인데... 간혹 게시판의 하단 내용에 이상이 생긴다. 그렇지만 봉사로 있다가 무려 6년만에 다시 눈을 뜬 것만 같다. 또한 글을 쓰던 예전의 기억을 떠올려 볼 수 있어 얼마나 좋은지 모르겠다. 너무 기쁜 나머지 이정도만해도 과분한 것 같다.

'날아가는 오리 2' 중에 4.아. 내사랑 선영아!

2007.11.22 10:12

문학 조회 수:3179 추천: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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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들어서 밤의 공기가 차가워졌다.
회사 정문을 나와 국민 학교 앞의 도로에서 좌측으로 방향을 틀었다. 계속 오르막이었으므로 도로변의 문방구를 사이에 두고 걸어 올라가면서 이 길이 어렸을 때는 무척 컸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폭이 불과 6미터 내외의 도로였지만 학교를 가로질러서 자동차가 다닐 수 있는 유일한 길이었다. 그 외의 다른 길은 모두 골목길이었다. 문방구 앞에서 멈춰 서서 학용품, 과자, 팽이, 딱지, 그 밖의 온갖 잡동사니를 갖고 싶어했던 기억이 났다. 그러나 지금도 이곳은 그때와 조금도 다르지 않았다. 낡은 상점은 허름했고 밖으로 나온 처마는 녹이 슨 양철지붕 아직 그대로였다.
‘내가 이곳에서 학교에 다니면서 컸다는 사실을 이 여자는 알까?’
불현듯 그런 생각이 들었다.
“선영이는 국민학교를 어디 다녔어?”
“왜요?”
“아버지가 건축일을 하기 때문에 집을 자주 옮겨 다녔어요! 몇 년에 한 번씩 집을 팔고 다른 곳에 짓고 그러면 그곳으로 이사하는…….”
“나는 여기서 1학년 때부터 6학년 때까지 모두 마쳤어 그래서 이 동네가 낯이 익고 익숙하지!”
“......”
“왜, 아무 말이 없어?”
“전, 한 곳에 머문 적이 없어서 잘 모르겠어요!”

수줍어서 바라보지 못하고 감추려고만 들던 모습을 현장에서 보아왔던 지금까지와는 다르게 자신을 바라보며 웃는 얼굴을 들여다보면서 나는 깜짝 놀랐다. 전혀 두려워하거나 피하는 기색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순간 나는 숨이 막히고 피가 거꾸로 역류하는 것처럼 심장이 두근거렸다.
  "이리 와 봐!"
  "어디로...."
  "잠깐만...."
  문방구와 문방구 사이로 연결된 골목으로 그녀의 팔을 끌고 들어가면서 나는 흥분을 느꼈다. 그리고 어두운 골목으로 들어서기 무섭게 끌어 안았다. 잠시후,
  "우리집으로 갈까?"하고 내가 말했는데 목소리가 떨리고 있었다. 이상하게 온몸이 뜨겁고 조금이라도 함께 있고 싶었지만 골목만 찾아 다니며 손을 잡고 끌어 안는 것도 부족했다. 아무도 없는 두 사람만의 공간을 찾아내야만 했는데 그게 우리집의 다락방이 가장 좋을 듯 싶었다.  
  "어디예요?"
  "이 골목으로 조금 들어가면 돼!"
  어렸을 때 숨박꼭질을 하던 골목을 나는 눈을 감고서도 다닐 수 있었다.  
  100미터도 안되는 거리를 우리는 계속 갈 수 없었다. 몇 발자국 걷다가 다시 끌어 안고 또 걷다가 어두운 구석으로 찾아들어 포옹을 하기를 수십차례 결국에 집 앞에 도착했다.
  학교에서 오면 내려오는 길이었지만 언덕의 꼭대기에 위치한 우리집은 골목과 접한 스레트 지붕으로 된 20평 남짓한 불록집이었다. 아래로 추락하는 것처럼 경사진 골목과 접한 벽은 창문 하나를  두고 바로 안방이었고 그옆으로 부엌이었는데 골목에서 쪽문으로 들어갈 수도 있었다. 대문은 경사진 길을 따라 한바퀴 돌아서 반대쪽으로 들어선 막힌 골목을 따라 들어 와야 했고 그 골목에는 모두 네 집의 대문이 연결되었다. 산동네 중에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우리집은 멀리서도 굴뚝이 중앙에 위치한 형태로 바라 보였다. 또한 마당에서 도시가 전체 내려다 보였는데 야경을 바라보는 것은 장관이었다. 골목은 아래집과의 경계였으며 그곳 길옆으로 아래집과의 2미터 정도의 벼랑이 위치하고 무너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아까시아 나무를 심었는데 그것이 유일한 지지대가 되기도 했다. 축대도 없는 벼랑은 항상 위험했으며 비가 많이 오면 흙이 무너져 내려서 골목이 꺼지기도 하는 달동네에서 나는 24년을 살고 있었다. 그렇지만 그녀는 이제 열 아홉살로 고등학교에 진학하지 않았으므로 학생으로 따지면 고등학교 삼학년 학생이었다. 세상 물정을 모르는 앳딘 소녀였으며 부유한 집안에서 어려움 없이 큰 장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