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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아가는 오리 (2)

2. 오리의 교미 2-2. 왕따 오리 2

2008.12.04 17:52

문학 조회 수:2468




 

  남동쪽은 좀더 자연적인 운치를 준다.
   비포장 된 둑길 옆으로 고압 전선이 줄을 지어 세워져 있고 아무 것도 심어져 있지 않은 논에는 물이 가득 고여 호수처럼 하늘을 끌어안아 보였다.  그 옆 하천에는 <순 오리>가 혼자 외로이 돌아다니고 다른 오리들은 세 번째 상류 쪽  보(논에 물을 대기 위해  하천 중간을 가로 막아 놓은 뚝)에서 놀고 있다. 멀리 바라보이는 크고 작은 산은 또 하나의 자연적인 웅장함과 그만 그만한 크기로 다가 왔다.
  너무나 감탄스러운 전경이었다.  일 년 전에는 이런 운치를 느끼지 못했었으니까.
  ‘여기가 내 집일까?  이 전경이 과연 가짜인가 진짜인가!’
꿈인 듯싶어 다시 한번 두 눈을 부릅떠 바라보면서 가슴 한껏 심호흡을 해 본다.

  저 멀리 하천 끝에는 왜관으로 이전한 옥천 조폐창으로 들어가는 다리가 놓여 있었다.  
  그곳으로 들어가면 아무도 사람이 보이지 않는 썰렁한 입구와 그 옆으로 빨간 벽돌로 쌓은 숙사가 첫 눈에 들어온다. 전에는 노조가 써 붙여 놓은 현수막과, 건물 여기저기 어지럽게 뒹구는 잡다한 쓰레기 더미와 또한 도로 바닥에 스프레이로 쓴 구호들이 섬뜩한 느낌을  갖게 하였었다.  그 뒤 가 본적이 없었다.  처음 멋모르고 찾아 갔을 때 외에는. 그렇지만, 지금도 폐가처럼 비워 있을 터였다.  

  조폐공사 자리에 무언가가 들어선다는 얘기는 수차례나 있었다.
  “대전에서 한남 대학교 분교가 온다던데!”
  어떤 사람들은 그 말을 하고 다녔고 또 애써 믿으려 했다.
  “아니, 대학교 보다 연구단지가 들어 왔으면 좋겠어! 반도체 회사가 와도 십상이겠고……”
  “무언가가 와도 빨리 와야지 저렇게 빈 건물로 놀리고 있으면 뭐하겠어!”
  꼬리에 꼬리를 무는 소문과 무성한 유언비어 속에서 어느 것 하나 믿을 것은 못되었지만 이제 옥천에서 자리를 잡아야 하는 나로서도 바로 옆에 좋은 무언가가 와야 한다는 희망은 늘 떠나지 않긴 했다.
  조폐공사가 있을 당시에도 사람들은 대전서 출퇴근을 하였기 때문에 도로만 막혔지 사실상 발전을 시킨 것이 없었다고들 말한다.  보다 이 지역의 발전을 위하여 무언가가 이전해 와야 한다고 말들 하지만 구구한 소문 중에 어느 것도 현실성 있어 보이지는 않았다. 나의 조그만 소견으로도 믿기지가 않았다.  벌써 몇 년 째 텅 빈 건물로  덩그러니 누워 있을 건물과 장소가 일반 대학교 건물로 적당히 크다는 것 밖에는 본 것이 없으니 믿을 수가 없는 바였다.  그렇다고, 막연하게 무언가가 온다는 기대는 내게 떠나지 않는 감정일 뿐이다.   아마도 귀신이 나온다는 소문은 없는 게 이상했다. 언젠가 한 신호등 뒤에 있는 그 조폐공사를 들어가는 출구에서 회전하여 돌아 나오면서 아무도 없던 귀신이라도 나올 듯 썰렁한 건물들을 기억한 나로서도 궁금증은 해마다 더해가기만 하다.

  ‘왜, 이곳은 정부로부터 외면을 당하였을까?’ 하는 사건이 터진 것은 4년 뒤였다. 그 미래에는 결국 조폐공사 건물은 ‘하늘문교회’라는 특수 집단에게 수 십 억원에 매각 되게 된다. 그 전에 정부에서는 옥천군에게 구입조건으로 무엇인가를 제시하였을 것이다.
  “옥천군에 있는 조폐공사 건물을 무엇으로 활용하는 게 좋겠습니까?”
  “당연히 대학교가 들어서는 편이 유리합니다만…….”
  “이십 억원 있어요?”
  “이십 억원이라뇨?”
  “그럼, 그 돈도 제시하지 않는다는 겁니까? 일단 옥천군에서 매입하시고 그 황용 방안을 모색하는 방법이 가장 유리한 듯싶은데 어떻습니까?”
  “저희 옥천군에 있는 시설이며 국가 재산 아닙니까? 그렇다면 옥천군에 환원하심이…….”
  “이것 보시오! 옥천군에 자선사업을 하라는 말입니까?”
  “구태여 매입하고 싶지 않습니다만…….”
  “그렇다면 얘기 끝나셨습니다. 공개 매각할 것입니다!”
  “…….”
  옥천 군수는 이런 내용을 분명히 정부 조달청장으로 들었지 않았을까? 적어도 어떤 조건으로 매입하라고 제시하였을 것이다. 그렇지 않았다면 어떻게 군내에 있는 국가 재산이 종교 집단에게 매각되었을까? 나중에 옥천 군민들에게 군수가 지탄을 받겠지만 매각에 대하여 소송을 제기할 수 없는, 한마디로 힘도 써보지 못하고 기권하고 말은 결과를 낳게 되었으니…….
  “옥천군에 이단교도들이 조폐공사 건물을 구입할 때까지 도대체 군수는 무엇을 하였는가?”
  “군청은 이십억도 없어서 조폐공사를 방치했는데 누구의 잘못인가?”
이렇게 궐기하며 군민들은 뒤늦게 발만 동동 굴렀을 뿐이었다. 모든 게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였다. 4년 후의 이 사실에 대하여 적어도 어떤 일이 일어 날 것인지 미리 예견을 하였어야만 마땅한 노릇이었다. 아마도 이런 사실을 방지하기에는 작은 소읍으로서는 불가능한 일이라고 치부하면 간단한 일이었다. 군청에서는 전혀 한 일이 없으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