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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아가는 오리 (2)

2. 오리의 교미 2-2. 왕따 오리

2008.12.04 17:51

문학 조회 수:2541

 

 봄이 되면서 암 오리들은 알을 낳기 시작했다. 알을 낳는 건 이번이 두 번째였다. 작년 가을에 30일 정도 낳았지만 작고 말랑말랑했었다. 그렇지만, 초란이여서 껍질과 크기가 얇고 작았으므로 잘 깨졌었다. 그 뒤 가을철이 되어 조금 낳더니 이내 겨울이 닥치자 중단하고 말았었다.
  이제 봄이 되면서 본격적으로 굵직굵직한 오리 알을 낳게 되었다. 매일 불어나자 절로 기뻐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렇지만 어떻게 처분 시킬 것인지 몰랐는데 닭 알은 식구들이 먹었지만 오리 알을 아무도 먹지 않았었다. 이따금 아들이 프라이를 만들어 식탁에 올려놓고 시식은 하여도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오리 알 그만 먹을래.”
  “왜, 닭 알과 달라서?”
  제 엄마와의 대화였다. 결국에는 닭 알을 달라는 아이의 주장에 그만 오리 알은 쓸모가 없는 처지로 전락을 하게 되었으니……, 막연히 늘어나는 것도 그다지 좋을 일은 못되었다.
  ‘아, 새끼로 부화를 시키면 어떨까?’ 하고 생각을 하기에 이른다. 왜, 그런 생각을 하게 되었으며 그 뒤 많은 시행착오를 겪게 되는 과정이 힘들었지만 그 생각은 잘하였다고 본다.  
  ‘이건 알 먹고 꿩 먹기다!’  
  이때, 생각해 낸 것이 오리 알의 부화였다. 부화에 대하여 다음 장에 자세하게 서술하기로 하자. 인간과 다르게 주류들은 알을 낳고 그것을 부화하여야만 종족을 번식시키게 된다. 하지만 집오리들은 부화를 할 수 없었다. 그렇기 때문에 자연적인 부화의 가능성은 매우 희박했다. 그렇다고 전혀 부화할 능력이 없다고는 할 수 없었다. 개중에 얼룩덜룩한 ‘얼룩 순이’는 숨바꼭질을 하듯이 알을 밖에서 낳았으며 그것 때문에 집에 돌아오지 않고 하천에서 잠을 자곤 했었던 것이다.

  암 오리 중에 알을 낳지 못하는 오리를 <순 오리>라고 아내와 나는 불렀다.  사람으로 치면 아직 숫처녀인 셈이다. 다른 암 오리 수오리가 등에 올라갈 때마다 등이 굽는 듯, 힘들고 다듬지 못해 확연히 깃털들이 고르지 못하고 엉성하게 보였다. 또한 매일매일  알을 낳아서 그런지 무척 먹는 것을 찾았고 늙어 보였다.  벌써 일 년이 되어서 일까? 그런 의문은 <순 오리>를 볼 때마다 여지없이 무너진다. 항상 깃털을 다듬고 매만져 털빛이 고르고 다듬어져서 빗질을 한 것처럼 늘 깨끗해 보였으니까.
  왕초 오리가 늘 쫒아 다녔지만 번번이 실패를 보았다.  아마 교미가 이루어지지 않는 듯싶다.

  감히 범할 수 없는 성(城).
  무너질 수 없도록 도도하며
  유리처럼 투명한 그 자태가
  언제 보아도 티 없이 맑기만 하구나!

  그리도 혼자,
  너의 무리에 합류하지 못하고 ,
  늘 너만의 세계에 고독하게 떨어져서,
  낙 없이 세월을 낚는 구나!
  
  순결은  더 이상 너를 보호하지 못한다.
  내가 바로 도덕이며 법률이며 율법이니라.
  그렇지만, 만인이 원하는데,
  너의 소원대로 자유(自由)는 줄 수 없는 법(法)이다.
  구속과 자유는 별개지만 하나라는 것,
  즉 너와 너로 인간 테두리에서 벗어나 있는
  자유라는 건 있을 수 없다.
  더 이상 나는 너를 보호해 줄 수가 없구나.
  더 늦기 전에 돌아가거라!  
  너만의 몸짓은 세상의 것이 아니다.
  종족보존(種族保存)을 위한 유전학적인 어미로서 구실을 할 수 없음은
  이미 생명을 잃은 것이고,
  너의 씨앗을 잉태할 수 없음에
  이젠 종말이 왔구나!

  갇혀진 암놈으로서의
  복종이 곧 자유이니라.
  나의 오리야!
  너만의 세계에서 벗어나 너의 동료이자
  무리에게 가거라!  
  그렇지 않으면  주인으로서
  아니 너의 신(神)으로서 이젠,
  잡아 버려야만 한다.  
   아무런 목적이 없으니까……

   나는 그 왕따를 당한 오리를 불안한 눈으로 항상 바라보고 있었다. 최근에야 따돌림의 원인이 교미를 못하는데서 비롯된 것이라고 확증을 내리고 있지만 동료들에게 버림받은 동물들 세계에서는 치명적인 상처이기도 했다.  보기에 안쓰러워 그 애처로움에 시를 하나 써 봤다.  그만큼 그는 내게도 가외의 오리였다.  한마디로 제거 대상 1호인 셈이다. 그 고결하고 눈부실 정도의 도도함으로 인한 보상은 너무도 큰 것이었다. 무리에서 전혀 어울리지 못하고 뒤쳐져 다닐 수밖에 없었으니까.  자연의 세계는 너무도 냉정하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그 무리에서 이탈된 오리는 늘 혼자였다.
  가끔가다 오리가 우는 소리가 나서 밖에 나가보면 이 녀석이 동료를 찾느라고 부르짖는 소리였다. 다른 놈들은 보이지 않을 정도로 멀리 가 있었고…….


   강렬한 태양 빛에 녹아드는 2001년 4월 18일 오전의 한 낮. 공장 내부에서 밖을 바라보면 반대편 도로변이 바라보인다.
우선 서쪽을 바라보면,
  파릇파릇 돋기 시작한 풀잎이 이젠 짙은 녹색으로 뒤덮여 버렸다.  신호등 앞이 여서 차들이 이따금 정지한 채 서 있기도 하다.  국도 옆으로 국철(國鐵)이 놓여 있어 무궁화호, 새마을호, 화물 열차 뿐만이 아니고 가끔 차량 점검을 위한 수리용 차량이 레일 위로 지나간다.  그때마다 진동과 소음이 가득차는 것이고 특히 밤에는 더했지만…… 지금도 새마을호가 진동과 소음을 몰고 오면서 지나치고 있었다. 어느덧 차량은 지네와 같은 몸통을 길 게 늘인 채 시야에서 멀어져 갔다.
  철길 옆으로 한창 공사 중인 현장이 보인다. 바로 고속 전철 공사장이다.  여기저기 땅은 파헤쳐지고 공사장을 왕래하는 덤프 차량과 크레인, 등 각종 중기차들이 육교 위에 공사하기 위해 작업 중이다.   작년부터 계속 이어지는 터널식 육교 반대편으로 계속하여 무언가를 작업하는데 내용은 알 수가 없다. 전문가 외에는 어떤 식으로 어느 방향으로 육교가 나아갈 것인지 짐작하기엔 불필요 했다. 그것 때문에 전문가를 찾아다닐 필요가 뭐 있겠는가. 단지 교각이 서고 그 위에 육교가 놓여지면 그것이 고속 철도구나 짐작할 뿐 또다시 육교 위로 철로가 가설되고 차량이 달리기 전까지는 알 필요도 없었던 것이다.
  공사 인부들이 무언가를 깔고 있었다. 또 한 차례 콘크리트를 부을 태세다. 그럼 길 게 육교가 가로 놓인 것이고 연장선상으로 계속 뻗어 나가리라…….

  이렇게 아름다운 산천,
  바로 어제까지만 해도 아름답기만 한 전경이 뒤 바뀌는 것은 내 딴에 커다란 불만이었다.  높은 육교 탓에 전에 바라보이던 시야가 가로 막혀 버렸기 때문이다.
  그런데, 유독 이곳만은 다른 곳보다 틀리게 작업하고 있었다.
  터널식의 네모지게 구멍이 콘크리트 관을 토해 놓듯 계속적으로 콘크리트 거푸집을 작업하고 있다.  옥천에서 영동 쪽으로 시계 방향으로 회전을 하는 듯싶었는데 육교식이 아닌 터널식으로 만드는 것이다.  그것도 산을 뚫어 건설하는 것이 아니고 콘크리트 덩어리를 지상위에 드러낸 채 말이다.   꺾이는 지점이 바로 우리 앞이었다.
  “도대체 저게 뭐하는 거지?”
  “무언가 다른 공사가 아닐까!”
  “건물이라도 지을 심산인가 보지!”
  무엇을 짓는 것인지 일종이 터널 박스 형태로 작년부터 해오던 작업을 바라보며 궁금해 하며 동네 사람들은 한마디씩 떠들고 다녔지만 명확하게 아는 사람이 없던 차에 드디어 의문이 풀리게 되었다. 지난겨울 추위로 공사가 중단되는가 싶더니, 두 사람이 현장 사람이 우리 공장을 찾아 왔다.
  “옥상에 올라가 사진 좀 찍읍시다.”
  그들은 사진기를 들고 나타나서 다짜고짜 사진을 찍겠다고 말했다.
  “저기 건설 현장을 찍어야 하는데 높은 건물이 없어서요.  옥상에 올라가 사진만 찍고 내려오면 됩니다.”
  “그러시지요.  그런데, 저게 뭐 하는 곳인가요. 고속전철 건설 현장 아닙니까?”하고 그동안의 의문스러운 점을 일단 물어보았다.  대답하지 못하면 승낙하지 않을 작정으로……
  “아, 예에-!  고속전철 맞습니다. 터널식으로 건설되는 것은 교차지점이여서 아래로는 철도가, 상판으로는  고속전철이 지나가게 하기 위해섭니다. 다른 곳보다 틀리지요. 그리고 이곳에서 철로를 가로질러 육교가 건설되고 완전히 반대편으로 방향이 넘어오게 됩니다.”
  그 건설 현장 관리직에 있는 간부는 아주 친절하게 설명을 하였다.  그러나 내 눈에는 아직도 어떻게 건설되는 것인지 감히 잡히질 않았다.  단지 시야에 바라보이는 거대한 터널이 콘크리트 빛을 드러낸 체 가로 놓이게 되었다는 사실이 중요할 뿐이었다.  그 자연적인 풍광이 이젠 서쪽으로 가로 놓인 거대한 콘크리트 터널로 인하여 가로 막혔다는 사실 밖에는……
  그들은 우리 건물 옥상 위에서 사진 몇 장을 찍어 가면서
  “고마웠습니다. 가끔 사진을 찍어 가겠으니 잘 부탁합니다.”하고 뒤도 돌아보지 않고 사라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