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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아가는 오리 (2)

1. 비상 1-1 막타워에서 1

2008.12.01 23:52

문학 조회 수:2547


사단 급의 군부대는 거대한 도시를 연상케 한다.

 

  바둑판처럼 짜여진 도로를 사이에 두고 각 부대별로 병사와 구역이 나누어지면서 그 끝은 정문의 위병소와 연결되어 졌다. 팔각형의 위병소를 통과하여 연결된 도로변에 포플러가 지평선 끝까지 늘어 서 있고 그 도로와 접한 부대가 마치 파노라마처럼 이어졌다. 하늘에서 바라보면 플라타너스 숲과 은폐를 위해 위장 천으로 가려진 초원지대처럼 보이겠지만 도로를 따라 가다보면 위장무늬가 칠해진 병사, 막사, 연병장, 훈련장, 차량들이 줄서 있는 수송부대, 그리고 각종 중화기가 늘어서 있는 포병부대, 그리고 수륙 양륙 차량 및 탱크들이 집결되어 있는 곳과 마지막으로 넓게 펼쳐진 비행장이 위치하였다.


  각종 무기들이 드러나지 않을 것처럼 느껴지는 플라타너스의 수령이 50년도 넘어 보였다. 각각의 막사가 숨겨진 숲을 따라 함께 그 도로를 사이에 두고 늘어 서 있는 건물들을 보게 된다. 보병 부대가 위치한 병사에서는 이제 막 아침 구보를 끝내고 PT 체조 중이다. 그곳을 지나면 포병대가 위장막 아래 대포와 각종 중화기로 무장을 한 듯 진지 속으로 대공포를 숨긴 체 화력을 뽐내고 그 다음으로는 수송 부대와 비행장이 널따랗게 놓여 있었다.


  중앙로에서 동남쪽으로 방향을 틀게 되면 각종 훈련장들이 위치하였는데 그 중에 공수 훈련장에는 커다란 연못이 있었다. 부대의 가장 한적한 야산으로 둘러싸인 인적이 드문 지역이었다. 분지로 된 평지가 바둑판처럼 그러진 도로와 사단 병력이 기거하며 훈련할 수 있는 막사와 병사, 훈련을 하고 있는 중대 급의 연병장에는 훈련과 과업에 열중인 중대원들이, 차량이 줄지어져 있는 사이로 달구지과, 탱크와 수륙양육차량이 배치되어 있는 기계화 부대, 드넓은 군용 비행장, 병원, 학교(훈련소), 식당, 그런 식으로 사단 급의 부대는 도시처럼 구성되어 있었고 그곳에는 필요한 부대들이 위치하여 도로를 경계로 하여 나뉘어 졌다. 그 사이로 줄을 긋듯이 포플러 나무가 길게 병풍처럼 들어 쳐졌고, 그리고 그 각자의 구역에 대규모의 부대가 형성되어 있었다.


  그 중에 훈련소는 끝없이 펼쳐진 대 평원으로서 중앙에 타원형의 늪지대를 연상시키는 연못이 위치하였다. 부대의 오물들이 하수도를 끼고 이곳 연못에 고였다. 하수도에서 기어 다닐 때는 온갖 쓰레기와 음식물 찌꺼기가 발에 밟히고 몸에 묻어 날 지경이었는데 특히 오리똥 냄새는 너무도 지독하고 끈적거렸다.


  훈련을 받으면서 퇴근에 가까워지면 이곳에 빠트리는 것은 이미 몇 번의 경험이 있었다. 막사로 돌아가면 냉수욕과 함께 땀으로 범벅이 된 몸을 찬물로 씻어내야만 했었다.


  "날려!"

  15미터 가량의 철탑 위에서 연병장을 사이에 둔 연못위로 하얀 날개를 펄럭이며 오리 한마리가 날기 시작하였다.


  땡볕이 내려 쪼이는 7월 초순의 정오. 황토 빛의 연병장에는 5층 높이의 철탑이 세워져 있고 그 옆으로 오십 여 미터 지점까지 와야 줄이 길게 늘어서 있었다. 작열하는 태양이 용광로처럼 지상 위를 불태우듯이 달구기 시작하여 막 뜨거워진 포화상태가 되었다. 그 때, 하늘 위로 일정한 거리를 두고 흰 물체들이 하늘로 날아오르기 시작하였다.

  "푸드득!"

  하나, 둘, 셋, 넷, 다섯, 여섯 마리 …….

  모두 열 마리의 오리들이 하늘을 수놓으면서 날개를 펄럭이기 시작하였다. 그렇지만 튀긴 기름 위에 밀가루 반죽이 떨어진 것처럼 하늘 위로 길쭉하게 수놓아진 점들이 떨어져 내렸으며 용수철처럼 다시 튕겨져 올라가는 게 아닌가!

  "난다! 날았다!"

  예상 밖의 일이었다. 집오리들이 일렬로 주를 맞춰서 날아올랐고 상승 기류를 타고 더 높이 올라가기도 하면서 자유롭게 날개 짓을 하는 것이 아닌가!

  "우와, 집오리가 정말 나네!"

  백 오십 명의 훈련병들은 연병장에서 모두 하늘을 올려다보며 놀라움을 금치 못하였다.


  의욕이 치솟아 올랐다. 우리들은 연못에서 놀고 있는 오리들을 이제부터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았던 것이다. 엄연히 오리들은 우리에게 선배이며 스승처럼 느껴졌다. 그것은 그 오리들의 눈을 통하여 하늘 위에서 지상을 내려다보는 느낌을 갖게 되었다는 점이었다.


  철탑에서(막타워) 뛰어 내린 군인들이 도르래에 매달려 하강하기 시작한 것이다.

  “일만, 이만, 삼만……, 예비 낙하산 하나, 둘…, 셋!”

  앞가슴에 배낭을 매달았는데 그것이 보조낙하산인 모양이다. 뛰어 내리자마자 하늘에서 배에 걸친 배낭에 낙하산을 끄집어내는 시늉을 하면서 몸을 V자 형태로 유지를 하는 것이었다.

  2주간의 지상훈련!

  말 그대로 지상에서 이루어지는 공수훈련이었다.


  군대입소식(軍隊入所式).

  말로만 들어 왔던 군대 입영의 모습들이 이곳에서 이별을 나누고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훈련소 정문 앞까지 배웅을 나와서 연인끼리 뜨거운 포옹을 하고, 아직도 어리다고 느끼고 있는 부인은 눈물을 흘리며 손을 흔들었고, 우람한 체구의 남자 친구들은 목마를 태우며 훈련소로 젊은이를 밀어 넣었고 그리고 연인인 듯 보이는 처녀가 울음을 터트리며 한 사내를 끌어안고 있었다.

  입소를 하기 위해 정문을 통과하는 사람들 틈에 끼면서 배웅을 나온 입소자는 무척 특별해 보이기만 하였다. 그러나 아무리 부자 집 아들이건 가난한 집 아들이건 정문을 통과한 뒤로는 모두가 똑같았으니……. 마지막 인사를 하던 그 부러운 모습의 사내들도 뒤섞여서 또 다시 신체검사를 받고 머리를 깎았다.


  나는 미리 친척들과 친구들을 찾아다니며 작별인사를 하고 입영 전날 밤 혼자서 야간열차를 타고 대전(大田)에서 진해(鎭海)까지 찾아 왔던 것이다. 그 당시에 해병대에 입대하게 되면 ‘진해신병훈련소’에서 훈련을 받았다. 나는 집에서 나올 때부터 다른 사람들이 정문까지 와서 배웅하리라고는 꿈에도 생각지 못하고 군대 입대하는 것이 대단한 일도 아닌, 남자들은 누구에게나 거치게 되는 성인식 같은 연례행사로, 그래서 또한 지원하여 이런 용기로 인하여 어른으로 변모하게 되리라고 여겼으므로 외삼촌, 이종사촌, 주위의 선배들이 앞서 갔던 길이었기에 당당하고 떳떳하게 생각하였었다. 하지만 입대하는 방식은 각기 달랐던 것이다.


  19세의 나이에 지원하였기 때문일까?

  다른 이들보다 유독 많은 것에서 부족하게 느껴졌었다.

  잠시 외출이라도 갔다 오는 사람모양으로

  납루하고 허름한 옷을 입고 너덜거리는 운동화를 신고 

  집에서 홀로 나와

  낯설고 이국적인 세계를 여행하듯이

  야간열차를 타고 벚꽃이 만발한

  진해 시에 도착하니 온통 만개한 벚꽃이더라!

  하루 종일 진해 군항제를 둘러보다가

  마침내 오후 5시.

  해군 훈련소 정문 앞에 도착.

  수많은 입영 자들과 마중 나온 배웅 자들을 보았다.

  그 무리에 나는 혼자였는데,

  다른 사람들에게는 축복 받는 자리였던가!

  아, 해병대 하사관에 지원입대 하여

  매우 혹독한 6개월의 훈련 생활이 기다리고 있을 줄이야!


- 入營중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