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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욕쟁이 노인 (5)

2008.11.29 20:05

문학 조회 수:3979

욕쟁이 노인은 췌장암이라는 진단을 받고 자신이 얼마살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무엇보다 화재가 난 이후 주인으로부터 나가달라는 통보를 받았으므로 이사를 해야만 했습니다. 그렇지만 이사를 할 곳도 마땅치가 않았으므로 이곳의 생활을 접고 서울에 있는 딸네 집에 당분간 가 있을 생각으로 모든 것을 정리하기 시작했지요.
  키우던 개들은 개 장사에게 헐값으로 팔아 치우고 남아 있던 다섯 마리의 오리들을 오리 고기 장사를 하는 식당에 팔아 치우려고 갔고 갔다가 망신만 당했답니다.
  "아니, 이게 오리요? 이걸 어떻게 손님들이 사 먹겠소!"
  "씨팔, 그냥 받아 주면 안됩니까? 털을 뽑고 잡으면 다 똑같은데..."
  욕쟁이 노인네는 사람들이 자신을 편애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입에 욕이 배여 있었답니다. 씨팔, 개새끼, 얀마, 죽일 놈 이라는 말이 입에 배여 있었고 직접 대고 말하기도 하지요.  
  "이 것봐요! 지금 뭐라고 했어요?"
  "아, 그냥 나온 말이..."
  "지랄 염병할 놈이... 죽기 싶어 환장했나!"
  욕쟁이 노인은 이런 때 꼼짝 못합니다. 습관처럼 욕을 해대지만 달가워 하는 이가 드물었지요. 그렇지만 꼭 그런 것도 아닙니다. 동네 입구에서 공장을 한다는 곽 오리라는 사람은 욕을 해도 괜찮았답니다. 아무래도 동네에서는 텃새라는 게 있었으니까요?
  다섯 마리 오리들을 팔겠다는 생각을 단념하고 돌아오는 길에 욕쟁이 노인은 마친 놀이개감을 만났다고 생각하고 달려 들었습니다. 곽오리씨가 자신의 집에서 마침 나와 있다가 자신과 마주친 것입니다.
  "얀마, 네가 오리 좀 사야겠다!"
  "예?"
  곽오리는 욕쟁이 노인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답니다. 그런데 마침 자전거를 타고 와서 동네 입구의 다리 위에서 딱 만났으니 수모를 당한다는 생각에 조금 불편했습니다. 그런데, 오늘은 딱이나 대놓고 욕을 퍼붙지 않는 걸로 봐서 부탁할 일이 있다고 짐작했지요.
  "야 새끼야, 여기 짊실는 곳에 있는 오리들을 사란말이야!"
  그렇게 소리를 치자, 곽 오리씨는 힐끈 자전거의 짐칸을 바라 보았답니다. 그런데 차마 오리라고 할 수 없는 털이 무더기로 빠진체 곰팡이가 슬어 버린 대머리 오리들을 보았습니다. 모두 털이 똥에 범벅이 되다보니 지저분한 체 말라 버려서 뽑혀 버린 것임을 알 수 있었지요.
  "그걸 어쩌라고요!"
"이 새끼가, 내가 이걸 너 다 주겠다고... 그러니 사란 말이다!"
  곽오리씨가 자신의 말을 들어 주지 않는 다고 해서 욕하는 강도가 높아졌지만 평상시보다는 조금 누그러진 듯 싶었답니다. 그만큼 다섯 마리 오리들을 처분할 생각으로 이제는 사정을 하는 듯 보였습니다. 그렇지만 그걸 승낙하지 않고 뜸을 들이자 노골적으로 나왔던 것이지요.
  "저도 오리들이 열 마리나 있어요. 그런데 그것도 키우기가 귀찮은데 어떻게 다른 오리들을 키우겠어요! 싫습니다"
"알았어 임마, 잘먹고 잘살아 그럼, 나는 간다!"
  훵하니 그렇게 소리치며 뒤도 돌아보지 않고 가버린 뒤로 곽오리씨는 잊고 말았답니다. 욕쟁이 노인은 그 뒤 동네에서 보이지 않았지요. 한 해 뒤에 그가 죽었다는 소식이 들려 왔고 장례식장에 안치되어 있노라는 소식을 끝으로 더 이상 만날 수 없었답니다. 그런데, 이곳에 남게 된 분신이 있었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