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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욕쟁이 노인 (2)

2008.11.29 19:58

문학 조회 수:4005


  욕쟁이 노인의 집은 동네에서 한참 들어간 뒤산의 중턱에 자리잡고 있었답니다. 포도밭과 인접한 앞마당에는 나무로 지은 허름한 창고가 마당을 가득 메웠으며 깊숙히 들어간 곳에 개를 기르는 개장이 3개 있었는데 그곳에는 사납게 짖어대는 개들이 철망으로 만든 개장에서 득실 거렸지요.
  노인은 개들을 길러서 한여름에 팔아서 수입을 잡았지만 요즘은 개값이 폭락하여 그마저 여의치가 않았으므로 많이 줄인 모양입니다. 두 개의 개장에 열 마리 정도가 고작이었고 그마저 새끼들이었습니다. 그리고 숲과 인접한 가장 뒤편의 빈 개장에는 오리 새끼 다섯 마리가 체워져 있었습니다.
  "씨팔 놈, 제가 뭔데 나에게 행페야!"
  시장 골목에서 한바탕 싸웠던 모양입니다. 일그러진 얼굴이 우루락 불그락 거리며 연신 욕지거리를 늘어 놓기 시작했습니다. 그렇지만 상대가 있어서가 아니라 혼자서 씨부렁 거리는 것입니다. 무엇 때문인지 기분이 얹잖아 보입니다. 이곳 음침한 골짜기에는 어둠이 쉽게 내립니다. 언덕을 자전거를 끌고 올라오기도 힘들었지만 그렇다고 별반 달라진 게 없는 자기의 집에 돌아왔다는 안도감으로 노인네는 개 밥을 끓이기 위해 마당 한쪽에 놓여 있는 솥단지에 불을 지폈습니다.
  "탁!"
  불꽃이 일면서 벽돌 두장을 마주 세우고 솥을 걸어 놓은 엉성한 야외용 부뚜막에는 흙으로 마무리도 하지 않고 뒤편에는 쇠파이프로 굴뚝도 그럴듯하게 세워놓았습니다. 나무는 잔뜩 쌓여 있었는데 모두가 송판들이었습니다. 동네 입구에 있는 전선드럼을 수집하는 중고 전선 드럼 수집상에서 오고가고 하다가 훔쳐 온 것입니다.그곳에 못을 빼는 노인네가 같은 연배의 동료였으므로 대놓고 갖고 와도 뭐라고 하지 못합니다. 하기사 지금까지 땔감은 원없이 때었답니다. 그곳에서 갖다가 쌓아 놓았고 필요하면 다시 내려가 한짐씩 자전거에 실고 오면 그만이었으니까요. 노인네는 요즘 개 값이 말도 못하게 떨어진 것이 불만이었답니다. 그리고 개고기를 먹는데 외국 사람들에게 혐오스럽다는 이유로 판매가 부진하고 그래서 합법적이지 않은 개고기를 놓고 파는 판매상들이 문을 닫았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개를 잡는 곳을 외국인이 사진을 찍어간 뒤에 더욱 단속이 심해졌다고 합니다. 개고기 판매가 단속 대상이 아니고 위생검열을 하여 까다로운 기준에 적법하지 않다는 이유로 과징금을 물게 되었다고 했습니다.

  욕쟁이 노인은 개사료를 결코 사오지 않았답니다. 그러다보니 식당을 돌아 아니며 음식물 찌꺼기를 수집해 오는데 자전거 뒤에 실고 오다가 냄새가 난다고 누군가에게 싫은 소리를 들었던 모양입니다.
  개방을 끓이기 위해 나무를 넣으면서 계속하여 중얼거렸답니다.
  "제 놈들이 내게 보태준 게 있어! 아니면 왜 지랄들이야 지랄이..."
  제 분에 이기지 못하고 한참 나무를 넣던 노인은 도저히 분을 참을  수 없었던 모양입니다. 부엌으로 가서 막걸리를 꺼내 대접에 부워 벌컥벌컥 마셨습니다. 그러자 술기운이 알딸딸하게 올라왔으므로 80세가 갓넘은 육체는 피가 끓어 올랐습니다. 머리 위로 뜨거운 느낌이 솟아 올랐고 혈관들이 맹렬하게 팽창을 시작했지요. 그러자 노인네는 부엌에서 비틀거리면서 방 안으로 들어가 대자로 뻗었습니다.  

  불꽃은 마당 한 복판에서 일기 시작했습니다. 엉성하게 내지른 나무가 개밥을 끓이기 위해 마련한 두 개의 벽돌의 틈새로 솟아 올랐습니다. 이 때 바람이 산을 타고 불어 왔는데 가끔씩 회오리 바람처럼 심하게 요동을 치기도 하였지요. 지금 그 바람이 지펴진 화덕 아래의 나무를 온통 내지르게 하여 불꽃이 울컥하니 솟구쳤습니다. 그 바람에 쌓아 두웠던 옆의 나무로 불이 옮겨 붙었답니다.

  요란한 불자동차 소리.
  왁자지껄한 사람들의 소리.
  그리고 뜨거운 불과 매케한 연기. 그 속에서 노인네는 허우적대고 있었습니다.  

  "불이야!"
  "욕쟁이 노인네 집에 불났어!"
  처음 불을 발견한 사람은 욕쟁이 노인네 집에서 가까운 알뜰이네 아주머니였습니다. 방 안에서 앉아 있다가 이상한 냄새가 나자 깜짝 놀랐다고 합니다.
  "어디서 불이 났구나!"
  알뜰이네 집도 조립식 집이었답니다. 스치로폼으로 가득체운 조립식 주택은 늘상 불안한 느낌을 주워왔습니다. 왜냐하면 불이 났다하면 피할 수 있는 시간적인 여유를 주지 못하였으므로 작은 냄새에도 민감해 질 수 밖에 없었답니다. 그래서 밖으로 나와 봤는데 아니나 다를까? 욕쟁이 노인네 집의 마당에서 불이 활활 번지고 있었답니다.
  "아이고, 불이 났어요! 불.... 빨리 좀 와 주세요!"그렇게 119에 전화를 하는데 손이 덜덜 떨리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