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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文學위의 文學 출판사입니다. PDF로 전환하여 복사기로 책을 만듭니다. 자세한 내용은, '디지털 인쇄'에서 확인해 보세요!



 

3. 오리 새끼를 사다.

  “옥천 우시장 앞에서 파는데 좋은 것으로 골라야만 한다는구나!…….”
  “아빠, 그럼 빨리 가요!”하며 딸아이가 기뻐서 소리쳤습니다.
  “그래, 그렇게 좋으냐?”
  “예!”
  이번에는 두 아이가 합창으로 소리쳤습니다. 그리고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답니다. 차에 타고 가는 것이 마냥 좋아하는 아이들의 노래에 맞춰 엄마 아빠도 따라 불렀고요.
  “곰 세 마리가 한집에 있어! 엄마 곰 아빠 곰…….”


3. 우(牛) 시장 앞에서 오리들과 첫 대면을 한다.

  우(牛) 시장 한기를 머금은 차가운 바람이 정문 앞으로 휘몰아쳤지만, 아침 햇살이 뒷벽에 따뜻하게 비치고 있었답니다.

  두 아주머니가 앉아 있는 곳은 그나마 양지쪽이랍니다. 우시장 정문은 쇠 파이프로 만든 쇠문이 두 개 맞물린 체 굳게 닫힌 체였고 옆의 쪽문은 활짝 열려 있었지요. 일요일의 아침 시간이었으므로 우시장에는 썰렁했습니다. 정문 안쪽에는 벽을 막지 않고 지붕만 올려져 있는 두 채의 조립식 지붕 아래에는 쇠 파이프로 50여 미터 길이로 칸칸이 막아 처져 있는 것을 보고 소녀는 이상한 생각이 들었답니다.
  ‘어, 건물에 소들이 파이프로 칸칸이 막은 칸막이에 들어차서 거래가 이루어지는 것이 눈앞에서 펼쳐보이는데?’
  보이는 사물들을 각자의 목적이 있답니다. 학교, 사무실, 책상, 옷, 빗, 가방, 그리고 동화 책 등을 보세요! 조금만 주의 깊게 보고 관찰하게 되면 쓰이는 용도를 알 수 있답니다. 사실 이곳이 우시장이라는 것도 눈에 보면 삼척동자도 알았을 겁니다.

  우시장의 정문 앞에서 오리 새끼, 병아리, 강아지들을 종이 상자에 넣고 장사를 하듯 웅크리고 앉아 있는 두 사람이 눈에 띄었습니다. 누군가를 기다리며 앉아 있었는데 얼굴에 보자기를 썼고 두툼한 외투와 손에 장갑을 꼈으므로 흡사 에스키모 사람(人)처럼 보였어요. 그런데 이상한 것은 두 사람이 앉아 있는 앞쪽에 광주리가 있었고 그 안에 있는 것들이랍니다.
  “삐악, 삐아-악!”
  노랗게 뽀송뽀송 거리는 솜털을 가진 병아리, 주둥이가 뭉툭하고 몸이 길쭉한 오리 새끼였답니다. 오리 새끼들은 새끼 때 병아리처럼 울었으므로 소리를 듣고서는 구분할 수가 없었지요. 또한, 부화할 때도 같은 부화기에 넣었지만, 알을 깨고 나오는 시기가 달랐어요. 병아리는 한 달이 조금 못되었지만 오리 새끼들은 한 달이 약간 넘었으니까요. 두 종류의 새들은 태어난 뒤부터는 서로 달랐답니다. 병아리는 땅을, 오리 새끼들은 물을 좋아하여 하나는 날렵하고 다른 하나는 뒤뚱거리며 걷는 답니다.
  오리 새끼는 단 하루 만에 물 위에서 수영할 수 있답니다. 그런데 그것이 천성적으로 그렇게 되어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주둥이는 넓적하고 두루뭉술했으며 몸통은 기름기가 묻어 있는 것 같이 번들거리고 발에는 물갈퀴가 달렸지 않겠어요. 뒤뚱거리며 걷는 것도 유선형의 구조가 이상하게 다리가 뒤쪽에 달렸습니다. 걷는 것이 굴러다니듯이 것만 같아서 이상하리만큼 보였지만 사실상 물에서 생활하기 좋은 구조랍니다.      

  오리, 병아리가 담겨 있는 상자 옆에는 갓 새끼로 보이는 세 마리의 강아지들도 보였습니다. 이곳에 나온 상품에 대하여 두 사람은 장사꾼의 침묵으로 일관합니다.
  “병아리, 오리, 강아지 사세요!”
  손뼉을 탁탁 치며 호객행위는 전혀 하지도 않았으므로 그 누구도 이런 곳에서 가축을 판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을 겁니다. 시내에서 외떨어진 한적한 곳이므로 사람들은 지나다니지 않고 이따금 차들이 쌩쌩 지나쳐갈 뿐이었습니다.

  햇볕이 제법 따가워졌으므로 처음에 왔을 때보다 조금 추위가 가셨으므로 호기심이 많은 오리 새끼들은 저마다 먹을 것을 찾느라고 골판지로 만든 종이 상자 안에서 움직이는 것이지만 알에서 부화한 지 이제 이 삼일밖에 되지 않았으므로 이곳이 어디인지 그리고 무엇 때문에 이렇게 우시장 앞에 있는 것인지 전혀 알지 못했어요. 대략 병아리들은 서른 마리였고 오리 새끼들도 그만큼은 되었지만, 부화 장에서 나올 때와는 사뭇 양상이 달랐습니다. 우선 서늘한 공기와 편안함은 찾아볼 수가 없고 오로지 변화하는 환경에 직접 부딪혀서 스스로 해결하는 도리밖에는 없었지요. 모든 것이 인위적이었어요. 적어도 처음에 보이는 것을 가장 기억에 저장하는 새끼들의 습성으로 볼 때, 인공적인 부화기 안에서 처음 본 것은 커다란 두 눈이 달린 둥글게 생긴 얼굴과 두꺼비처럼 넓적한 손바닥이었으니까요! 그리고 죽지 않을 만큼의 사료를 먹고 물을 먹었는데 태어나서 처음 먹어본 맛이지만 결코 최고는 아니지요. 곡물 가루, 사료, 그리고 약간의 돌가루가 섞인 사료를 병아리들과 함께 먹어야만 했답니다. 왜냐하면, 별도로 오리를 위해 만든 사료가 있지 않았으니까요. 사실은 그것보다 땅바닥의 진흙탕 속에서 기어다니는 지렁이를 더 좋아했습니다.    
  이들의 외출은 매일 반복되었으므로 세상에 나온 지 이틀 된 것들도 있었답니다. 단 하루만 되어도 걸어다니는 데 불편함이 없었지만 충분한 휴식이 없이 잠만 자는 상태로 약한 동안에 몸에 남아 있던 영양분이 소진하게 되면 먹을 것을 찾게 되고 그때부터 음식을 먹을 수 있었으므로 적어도 하루는 부화기에서 몸을 말리게 두는 것이지요!  

  오리 새끼가 알에서 나온 직후에 온몸이 끈적거리는 액체로 둘러싸여 있답니다. 알에서 나올 때 주둥이로 둥글게 원을 그리며 깨트리는데 몸을 회전시키는 것이지요. 이윽고 시간이 지나면서 축축하던 털이 마르기 시작하면 노란 금가루가 휘날리듯이 그곳에서 떨어져 나온답니다. 길고 늘어진 털은 어느 틈에 수많은 털로 나누어지는데 그 순간이 가장 아름답지요. 어떻게 하나의 가지에서 수많은 잔가지가 흩어지는지는 아무도 모르는 비밀이지요. 그 모습은 조류들의 새끼들에게 모두 같은 모습인데 어미가 되어 굵은 깃털을 만져보면 비밀을 알 수 있답니다. 깃털 하나의 가지를 자세히 관찰하면 밑에서부터 솜털로 피어오르듯 바뀌는 것을 알 수 있답니다. 그 위에 빗살무늬처럼 연이여 있던 다른 털들이 비록 서로 붙어서 하나를 이루고 있지만, 각자를 조각내서 풀어보면 모두 솜털이 되어 버리는 것이지요. 하늘을 날아가고자 깃털 하나에도 우주처럼 뜻 모를 비밀스러움이 숨겨져 있답니다.

  이곳에 있는 서른 마리의 오래 새끼들은 별다른 특색이 없어 보였지만 자세히 바라보면 똑같은 건 아니랍니다. 어느 것은 부화하면서 발달이 늦어 노른자를 매달고 나오기도 하고, 다른 것은 인위적으로 알을 깨트려서 억지로 나올 정도로 약했으며 그리고 또 다른 것은 아주 깨끗하게 모든 과정을 순조롭게 끝냈으므로 무척 건강한 모습이었지요.    

  여기서 부화의 과정을 보면 이틀 전부터 그 증상이 뚜렷하게 나타납니다. 우선 알의 표면 중에 뾰족한 부분 쪽에 조각이 난 것처럼 작은 돌출부가 생깁니다. 숨이 막힐 정도로 답답해지자, 참지 못한 알 속의 새끼 오리가 구멍을 낸 것이지요. 그렇게 숨을 고르던 중에 더 답답하면 조금 더 알껍데기를 깨트립니다. 하지만, 완전한 상태는 아니랍니다. 그러므로 알껍데기를 깨트려주면 안 됩니다. 왜냐하면, 몸 상태가 끈끈한 액체로 둘러싸여 있고 항문 근처에는 노른자가 아직 남아 있어서 매달려 있습니다. 자칫 알껍데기가 파손되는 경우에는 딱딱한 물질이 생성되어 몸을 굳게 만들어서 나중에 깨고 나올 수 없게 만듭니다. 일종의 방어물질입니다. 사람의 피부에 상처가 생기면 딱딱한 각질층이 생성되어 피부를 보호하는 것처럼 파손된 알껍데기를 대신하려고 축축하고 끈적거리던 물질이 윤활유 작용을 하지 못하고 굳고 만답니다. 그것은 알껍데기를 깨트리지 못하게 하므로 결국에는 웅크리는 그 모양으로 죽을 수도 있지요. 이런 때에는 이틀 후에 외부에서 알을 깨트려주고 꺼내 주워야만 하는데 아마도 그렇게 하면 다음 세대에도 똑같은 과정을 겪게 될지도 모릅니다. 새끼들이 태어나는 과정은 오랜 세월동안 반복되는 과정으로 조금씩 진화했기 때문에 최선의 방식을 선택하게 됩니다. 그리고 자기 스스로 태어나는 것이 유리한 생존방식이었지요. 그것을 인위적으로 조종하게 되면 곧 유전적으로 균형이 일어나 다음 세대는 그것을 받아들이게 되지요.

  적어도 이들 여러 마리의 새끼오리 중에 스스로 힘으로 알을 깨트리고 나온 것은 몇 마리 되지 않았습니다. 사람이 만든 인공 부화기에서 한 달이 조금 넘기게 되자 사람의 힘으로 알껍데기를 깨트려 주웠으니까요! 적어도 그렇게 해 주는 편이 부화하는 성공률을 높일 수 있었던 것입니다. 알을 새끼로 부화시키는 부화 장에서 전기로 발생하는 따뜻한 히터 열로 일정한 온도를 유지하는 것만큼 성공 확률을 높일 수가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부화 장에서는 언제나 새끼들이 알껍데기를 깨고 나오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답니다. 그래서 조금 더 빠르게 부화시킬 방법을 택하여 시기를 앞당겼답니다. 또한, 깨트리지 못하는 새끼들을 인위적으로 깨트려주는 것이지요. 자기 힘으로 나오지 않은 새끼는 약해 있었고 어느 것은 노른자를 항문에 나온 탯줄과 연결한 체 숨만 쉬는 것도 있었답니다. 또한, 날개와 다리가 붙어 있는 것, 목이 몸통에 붙어 있는 것, 그 밖에 물갈퀴가 펼쳐지지도 않는 기형 오리도 많았습니다. 부화 과정에서 전체적인 온도가 일정하게 유지되지 않아서 생긴 문제도 있었지만, 인간이 만든 오염된 환경 때문이랍니다. 공장에서 배출되는 중금속, 쓰레기에서 나오는 침출수, 폐건전지, 가정에서 버리는 세척제, 그리고 축산 농가에서 나오는 분뇨가 그대로 하천으로 흘러들게 되면 그 물에 사는 물고기와 새들이 영향을 받게 됩니다. 자연은 심하게 훼손되면 정화 작용을 할 수 없어서 그대로 오염물질은 여기저기 축적되어 그것이 또한 먹이 사슬 속에 그대로 남게 되는데 우선 물속에 사는 크고 작은 벌레들이 먹고, 그것을 물고기가 먹고, 다시 새들이 먹게 되며 그리고 결국에는 인간에게 되돌아오게 된답니다. 그렇지만, 오염된 환경이 지속하는 한 그것에 노출된 모든 생명체는 영향을 받지요. 털이 빠지기도 하고 성장이 멈추기 하였으며 기형으로 태어날 수도 있었답니다. 또한, 면역력이 약해져서 병에 걸리면 잘 낫지를 않게 되었지요.

  우시장 앞에서 장사를 시작하고 1시간 동안 아무도 나타나지 않았으므로 두 아주머니는 싫증이 났답니다. 사실 장사를 한다는 것은 사람들이 많이 지나다니는 곳에서 보따리를 끌러놓고,
  “골라……. 골라……. 한 개 오백 원!”하며 손뼉을 치던가 하는 게 당연했지만, 이곳은 아무도 없었답니다. 2차선의 도로에는 이따금 차들이 쏜살같이 달려갔지만, 우시장 쪽에 눈길도 주지 않았답니다. 그러나 누군가 찾아와서 진열된 새끼를 사갈 것이라는 믿음을 가진 두 사람은 아마도 해가 떨어질 때까지 있을 것처럼 보였답니다. 그러므로 보이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가치가 있었겠지요.  

  새끼오리 중에 유독 왜소하고 총명해 보이는 오리가 종이 상자에서 밖을 두리번거리면서 이곳의 지형을 주의 깊게 관찰하였습니다. 이 오리가 다른 것과 비교되는 것은 그것뿐이 아니었답니다. 태어나는 것은 그렇다 치고 의협심이 무척 강했습니다. 다른 오리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강한 것은 먹이에 대한 욕심이 없었습니다. 다른 새끼가 먹다가 남은 것을 주워 먹었으므로 항상 뒤처져 있었지요. 그렇지만, 상황에 대하여 앞질러 나가는 판단력이 장점이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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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 새끼들은 동료들과 떨어지면서 무척 당황하였습니다. 왜냐하면 새로운 환경으로 팔려가는 것이라는 점을 알고 있었으니까요. 어제도, 그제도 동료들 중에 몇 몇은 다른 사람에게 거래가 되어 사라졌답니다. 그래서 오리 새끼들은 그것이 무엇을 뜻하는지 잘 알았지요. 그리고 선택되지 않은 나머지들은 극심한 불안에 시달리게 됩니다. 자신들에게 선택할 수 있는 권리가 없었으니까요.
  오리 새끼들은 삼대 일의 경쟁에서 주인아주머니의 잽싼 손을 피하며 광주리 안에서 숨바꼭질을 시작했습니다. 본능적으로 붙잡히지 않기 위해 달아나려고 했지만 가장 약한 열 마리들이 선택되었지요. 의도적으로 아주머니는 크고 튼튼한 새끼는 남겨두는 것 같았답니다. 약하게 생기고 병신처럼 비틀거리는 오리들은 골라서 손님이 들고 있는 종이 상자에 담는 것이지요. 그래도 그 중에 몇 마리는 튼실하고 건강하였지요. 그 오리들이 날아가는 오리들이며 우여곡절 끝에 하늘을 날게 할 가족들과 첫 대면의 순간은 이렇게 시작되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