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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술에 취한체 5미터 골목의 언덕밑으로 떨어지고 땅바닥에 넘어지기 부지기수였다.

  그럴 때마다 옥황상제를 만났는데,

  "너는 무슨 죄를 지었느냐?"하고 귀가 쩌렁쩌렁 울리게 물었다. 옥황상제가 있는 뒤편에는 뜨거운 돌로된 석판 위에서 알몽으로 누워 있는 사람들이 비명을 질러대었고 그럴 때마다,

  "철썩!"하는 채찍소리가 나면서 알몸으로 돌판에서 누워 있는 사람들에게 내려 쳐졌다. 뜨거운 쇠판에 사람의 몸에서 지글지글 타는 냄새가 나고 옴몸이 익어 가는 고통에 사람들은 울부짖고 있었다.

  온통 죄를 지은 사람들이 고문을 당하는 것처럼 여러 곳의 수용한 곳에는 그 사람들이 각자의 죄목에 따라 각기 다른 죄를 따지며 그 내용에 따라 온갖 고문을 받는 것이었다. 그와 다르게 다른 곳에는 천국이 있었고 그곳에는 선한 사람이 착한 선녀들과 함께 뛰놀며 희희낭낭 즐겁게 보내는 것으로 보아 이곳은 극락이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안 씨는 자신이 죽었다는 사실에 애써 수궁하고 고개를 조아렸다.

  언덕배기에 있는 집으로 들어가려다가 그만 5미터 높이의 아래집 뒤로 떨어져 내렸을 때였다. 술에 취하여 걸음조차 제대로 걷지를 못하다가 좁은 골목으로 연한 길을 타고 조금 들어가기 전에 좌측으로 아래집과 연결된 절벽 위에서 떨어져 내린 것이다.

  "저는, 죄를 지은게 없습... 니..."

   안 씨는 최대한 거짓말을 늘어놨다.

  "그래, 요 놈이 맹랑하구나! 그런데 네 명부가 없는 것으로 보아 아직 죽을 때가 되지 않은 모양이구나! 허나 목숨이 간당간당하니 이승에 내려가거든 선행을 배풀도록하여라!"

  "옥황상제님, 저는 죄 지은 게 없습니다만..."

  "이 놈아, 죄를 짓고 안짓고는 모두 여기 명부에 올라와 있느니라! 그러니 거짓말을 하지 않아도 네 죄에 따라 저기 보이는 온갖 고문 기구에 네가 지은 죄만큼 벌을 받을 거니 그렇게 알고 있거라!"

  "저는 다만, 몸이 불편할 따름입니다!"

  "그래도 네가 네 죄를 모른단 말이냐? 앞으로 선행을 배풀지 않고 남은 여생을 계속 죄업만 쌓을 것 같아서 알려주는 게다! 지옥이 얼마나 무서운 곳인지 네 눈으로 똑바로 뜨고 보아라! 저기에 있는 저들은 계속 불에 태워지고 있는데 네가 그곳에 들어갈 수도 있다. 지금도 물론 널 넣을 수 있겠지만 앞으로 네 여생을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달라질 터이니 조금더 살면서 반성하며 지내는 게 좋을 게다!"

  "제가 그렇게 많은 죄를 지었다고 생각지 않습니다만..."

  "어허, 이 놈아! 그래도 지금까지의 네 죄에 대하여 반성을 하지 못하네... 쯧쯧쯧 앞으로 남은 여생이 궁금하구나! 네 마누라가 흔들어서 너를 부르는구나! 명 줄도 질긴 놈이여서 몇 번씩 극락을 들락 거리니 여간 성가신 게 아닌데... 그나마 다행인줄 알고 그만 내려가 봐라!"

  "감사합니다! 옥황상제니이...임...."

  

  그가 눈을 떳는데 눈앞에 한 여인이 자신을 내려다보면서 들여다보고 있었다. 머리 속이 텅비어 있었다. 마치 저승에서 빠져 있는 동안 죄업을 묻던 옥황상제의 번개와 같이 쩌렁쩌렁 울리는 고막을 찢는 듯한 소리를 들으면서 정신이 모두 빼앗겨 버린 듯하였다. 그의 머리 속은 아무 것도 기억을 할 수 없었다. 백지 상태. 눈을 감으면 어둠이요 눈을 뜨면 빛으로 가득찬 전경이 시야에 들어왔고 냄새가 나는 방 안의 전기 장판이 켜 있는 이불 위에 누워 있는 자신이 느껴질뿐이었다. 

  "정신 차려요! 지아버지... 몇 일 깨어나지 않아서 돌아 가시는 줄 알고 아이들도 왔다 갔는데... 알아요? 이젠 괜찮고?"

  안 씨의 아내는 남편이 수없이 뇌졸증으로 쓰러진 것을 보아왔었다. 그리고 그 때마다 의식을 회복하는 기적같은 일을 23년전 뇌졸증의 최초로 발생하여 지금까지 오른 쪽 수족을 사용하지 못하면서 죽지 않고 살아 왔다는 게 그녀의 간호 덕분이긴 했다. 남편을 위해 그녀는 많은 것을 헌신했는데 그 중에 돼지뼈, 소뼈로 푹푹 삶아 고아 먹이는 곰국을 먹였던 것이 그의 삶을 연장 시키는 가장 큰 계기가 되었다. 그만큼 죽음 직전에 건져 올려진 생명은 그 다음의 지독한 증상을 호소하게 만들었다. 썩어 버린 내장과 이미 생명력과 무관한 항문은 굳어 버려서 소화되지 않고 물기가 걸러지지 않은 체 밖으로 튀어나온 미자바리(똥고)를 통하여 그냥 배출을 하였다. 그는 오래 전에 죽은 생명력이었다. 단지 그의 아내가 생명을 연장 시키기 위해 달여 먹이는 걸죽한 고기국물로 인하여 여태 죽지 못한 체 끊길기에 생명력을 유지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것은 마치 인키베타 속에서 엄마 배속과 똑같은 환경을 갖춘 인키베타 속에서 성장하고 있는 생육이 발달하지 않은 미성숙 아기와 같이 생명력을 연장시키는 물질로 인하여 유난히 육체는 이미 썩고 있었지만 생명력이 남아 있는 것이었다. 이 불편한 육체에서 다시 그의 생명이 깨어난 것은 기적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그러나, 그는 자신의 생명력이 아직 많이 남아 있다고 여기면서 스펀치처럼 피가 흐르기 시작한 머리 속에서 예전의 기억을 되찾기 시작했다. 아마도 그것이 몇 일간의 남아 있는 시간에 그나마 밖으로 외출을 할 수 있도록 종용하게 하였을 것이다. 

  안 씨는 이대로 죽고 싶지 않았다. 그는 저승에서 옥황상제를 만났고 시한부 인생을 살 수 밖에 없는 자신의 처지에서 해방되고 싶었다. 저승사자가 계속 따라 다녔지만 그것을 느끼는 것은 육체의 망가지 부분이 점차 자신의 의지대로 움직여 주질 않는다는 사실이 그것을 증명할 뿐이었다. 그렇지만 그는 죽고 싶지 않았다. 그리고 그것을 증명시키기 위해 저승사자를 위해 마지막 외출을 하여 건재함을 과시하려고 했다. 그러나, 생명이 다하여 꺼져 가는 촛불을 막지는 못할 것이다. 그의 마지막 몸부림으로 인하여 유난히 많은 사람에게 의지를 하며 살아 왔던 그의 인생이 파노라마처럼 그의 기억에 돌아왔고 그것이 스펀치와 같은 머리 속에서 피를 머금고 또렷하게 기억났던 것이다. 

 

  "으음... 나... 모아...라!(몰라)"

  안 씨는 극심한 어지럼증에 시달렸다. 눈을 떴지만 모든 것이 빙글빙글 돌았다. 추운 겨울철에 언덕에서 절벽으로 굴러져 떨어졌을 때 다친 얼굴과 몸 구석구석에 찢긴 상처가 쑤셨다. 그렇지만 그런 것은 만성이 되어 전혀 고통스럽지 않았다.

  추운 겨울철이여서 한기에 오랫동안 노출된 상태였으므로 저체온증에 온몸이 떨렸고 감기 증상과 함께 머리가 지근지근 아파왔다. 사실 안씨에게 심각한 병명은 고형압증이었다. 추운 겨울철 보온을 잘하지 않으면 오히려 감기 증상과 함께 심각한 뇌조증을 유발하였고 그것으로 고온에 뇌속의 혈관이 터진 상태로 방치한 게 지금의 중풍을 유발하였었다. 그리고 그 막힌 혈관을 우회하여 다른 뇌에서 기억력을 복구하였지만 사실상 전부 잃어 버린 것과 같았다. 그래서 의식을 되찾은 뒤에 한동안 기억력을 회복하지 못하였으므로 아내조차 알아보지 못하였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