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은 점점 더 게을러지는 것 같습니다. 기계를 납품하기 위해서는 앞으로 한 달간 총력을 기울이지 않으면 안 된다는 강력한 의식이 머리 속을 떠나지 않게 되면서 촉박한 불안감에 변해가기 시작합니다. 그것은 행동을 하기 전에 머리 속에 끓어 오르는 행동지침이 시작된 것이지요. 우선 아침에 일찍 출근한다. 두 번째는 저녁에 늦게까지 잔업을 하고, 세 번째는 휴일근무를 불사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행동으로 나타낸다는 점입니다. 이렇게 하지 않으면 늘 다른 데 한 눈이 팔리게 되었지요. 그러므로 먼저 결심에 입각하여 행동적인 몸 짓을 표현해야만 결과을 얻을 수 있다고 결정을 하고 맙니다. 

  113. 그동안 너무 안이하게 생각해 왔다는 후회가 밀려든다. 

  '결국에는 올 것이 왔구나!' 하는 낙담과 함께 기계 주문을 받아 놓고 2개월을 무의미하게 보냈고 1개월이 남았다는 점, 그래서 오늘부터라도 모든 행동이 기계를 제작하는 데 촛점을 맞추지 않으면 낭패를 당하게 될 것이라는 위기의식, 그리고 내가 갖고 있는 모든 행동을 기계를 제작하는데 맞춰야만 한다는 사실을 통감한다. 그렇게 지금부터라도 결심을 하고 경각심을 높이지 않으면 안 된다는 사실에 모든 촛점이 맞춰진 셈이다. 이것은 움직일 수 없는 최후의 보류였고 움직일 수 없는 최후의 항거(?)였다. 내게 갖고 있는 모든 능력을 발휘하여 최후까지 마지막이라는 최후의 결전을 준비할 수 밖에 없는 단계에 이른 것이라고 초인적인 능력을 불러온다. 정신과 육체를 일치시켜야만 한다고 교감한다. 머리털이 쭈삣서기까지 한다. 최후의 싸움을 나가기 전, 군인들의 몸 상태다. 마지만 결전을 앞둔 상태라고 할 수 있었다. 

  "모든 건 일하는 시간를 많게 하는 데 달려 있다."

  이처럼 강하게 각오를 다지는 이유는 지금껏 너무 놀았다는 걸 깨닫게 되어서다. 그래서 앞으로 남은 한 달을 오로지 기계 제작에만 매달릴 필요성을 절감한다. 이렇게 우선은 몸과 마음을 하나에 몰입할 필요성을 느끼기 시작하는데 그것은 결정에 이르기 전의 전위에서 서서히 클라이막스에 오르기 시작한 단계라고 할 수 있었다. 

  어쩌면 행동을 옮기기 전에 정신이 그처럼 긴장감을 느낀 과정인 셈이다. 몸과 마음을 일치시키게 되면 즉가적인 반응이 나타나는 것처럼 일종의 가속도가 붙는다. 그래서 자신의 능력을 더 키우고 행동으로 옮김으로서 비로소 전보다 더 높은 경각심을 갖게 되며 한층 더 높은 능률을 갖게 되는 단계.

  이렇게 결심을 높이는 이유는 더 이상 한가하게 보낼 수 없다는 절망감에서 벗어나기 위한 본능적인 행동이었다. 그동안 너무 안이했기 때문에 능률이 전혀 오르지 않았다는 사실에 입각하여 최대한의 새로운 흐름과 변화를 내 자신에게 주입시키기 위한 절대적인 행동으로 기계제작 일에만 몰두하기 위한 방법인 셈이다. 이렇게 함으로서 높은 능률을 보이게 된다. 지금까지 이런 절대적인 자세에 그 중요성을 높이 샀었다. 그만큼 촉박하게 느껴서 최고의 흥분과 몰입도를 갖게 되는 상태가 되면 결국에는 목적한 바대로 승리를 목전에 두고 모든 힘을 쥐어 짜내야만 한다는 목이도를 불러 왔었다.

  114. 2개월 동안 너무나 안이하게 생활해 왔었다. 그것을 보상하기 위해서라도 앞으로 남은 1개월을 어떻게 해서든지 기계를 완성하여야 하는 최후의 마지노선으로 삼게 된다. 이것조차 놓치게 되면 안 된다는 최후의 보류. 그렇게 결심을 굳힌다는 건 그만큼 위기의식에 빠져 있어서다. 

  아내의 유방암으로 인하여 2개월을 너무도 무의미하게 보냈다는 후회감. 이것은 어짜피 이미 자초한 감이 없잖았다. 내가 스스로 방임하여 그런 결과를 얻게 하였다는 사실은 지금의 위기를 스스로 빠져 들게 하였고 마지막 안간힘을 써서 위험한 이 길을 벗어나기 위해 최선을 다할 수 밖에 없다는 마지노선을 만들었다고 볼 수 있었다.

  그러므로,

  "지금부터라도 최선을 다하자!" 하는 게 내가 갖고 있는 모든 선택의 패턴에서 취할 수 있는 최후의 보류인 셈이다. 그건 지금까지 이렇게 똑같은 상태에서 최종적으로 용기와 희망을 잃지 않아왔던 모든 결과물의 단계라고 할 수 있었다. 2개월간의 물에 물탄듯 술에 술탄듯 안이하게 여겨왔던 행동이 이렇게 결심을 굳히게 만든 원인이었다. 

  "모든 단계는 시작-행동-결과 의 단계를 거친다. 지금은 두 번째 행동을 뜻한다."

  "총알을 장전하고 방아쇠를 누를 수 밖에 없는 단계다."

  "그 동안의 안이함과 느슨해진 마음을 이제는 추스리고 높일 수 밖에 없는 결전의 날이다."

  "돼지를 한껏 먹이고 살찌게 한 뒤, 결국에는 잡아서 고기를 팔게 되는 날이 왔다."

  이렇듯이 모든 게 오늘부터 승리를 위해서 시작되는 단계라고 볼 수 있었다. 이것은 내가 지금까지 해 왔던 모든 노력의 소치이기도 했다. 

  지금부터 총력을 기울이는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