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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아가는 오리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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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제헌절 다음 날인 오늘 또 하나의 알이 부화를 했다.
  어제에 이어 새로 부화한 오리는 낮에 탄생할 수밖에 없었는데, 학교에 갔다 온 아이들이 자꾸만 알에 대고 소리를 치자, 그에 따라 반응하면서 점점 구멍이 원을 그리며 깨졌기 때문이다. 원래, 내일 나와야 정상이었다. 6월 15일이라고 매직으로 날짜가 적여 있었기 때문에 첫 오리와 비교하면 내일 나오게 되어 있었다. 그래서 그럴까, 다리에 힘이 없고 자꾸만 고개를 떨어뜨리고 잠만 자려고 한다.
  밤 열시를 조금 넘겨 일을 끝내고 마지막으로 두 마리의 오리를 확인하기 위해 종이 박스를 들여다보았을 때, 그래도 형제라고 포개져서 세상모르게 잠을 잔다. 그렇게 제 동생을 물어뜯던 첫 째와 둘째가 서로 다정하게 있는 모양을 보니 안심이 되었다.
  한 마리는 불과 하루 밖에 안 되었는데, 사무실 안에 놓여 있는 어항에서 둥둥 떠서 다닐 정도로 수영에도 일가견이 있었지만, 다른 한 마리는 영 힘이 없고 자꾸만 고개가 쳐지는 것이어서 불안스러웠다. 내일이면 확실히 결과가 나타날 것이다. 또한 부화기에는 연속적으로 넣은 오리 알들이 스무 여남은 개는 족히 되리라! 줄줄이 사탕처럼 탄생하여 족히 대가족을 이루리라! 그럼, 너무 많은 꼬마 손님들 때문에 즐거워 할지 아니면, 식구가 늘어나서 사료 값 때문에 울상을 지을지는 더 두고 볼 일이었다.

  “아빠, 어제 오리는 일초라고 할 거야!”
  딸이 새끼 오리를 내려다보며 제법 그럴 듯하게 이름을 지었다고 제 딴에 대단한가 보다.
  “그럼, 그렇게 하려무나.”
  종이 박스를 내려다보는 나와 두 아이들 그리고, 옆집에 포크레인 기사인 은영이 아빠와 세 아이들 그렇게 일곱의 머리가 일제히 새로 탄생하는 오리에게 시선이 갔다.
  아침에 보았을 때는 두 개 정도의 구멍이 난 듯 약간 알이 깨지고 치솟아 있었을 뿐이었는데, 저녁 무렵에는 크기가 점점 커지더니 결국에는 알이 고르게 원을 그리며 깨지고 뚜껑이 열렸다.
  “열렸다! 열렸어!”
  “와!”
  아이들의 함성에 새끼 오리는 제가 둥글게 깬 알껍데기를 비집고 나오려는 듯 온갖 몸짓으로 빠져 나오려고 발버둥 쳤다. 축축이 젖은 털빛은 검은 빛이었다. 단지 목 부분에 노란 털빛이 좀 뜨였을 뿐 온통 잿빛이다. 항문에 길게 줄이 늘어나서 아직 알 속에 남아 있는 잔류물과 연결되어 끊어지질 않았다. 어제 나온 새끼는 아침에 보았을 때 아주 깨끗했었다. 그리고 처음부터 부쩍 걸으려고 애를 썼고 주둥이로는 아무 것이나 닥치는 대로 먹어 대었는데, 두 번째 오리는 전혀 그렇지 않고 꾸벅꾸벅 잠만 자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