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절. 포장부에서...

2007.10.14 21:22

문학 조회 수:3008 추천:142

  법조계(法曺界)의 숙부가 다녀간 뒤에 부서의 분위기가 무척 불편해졌다. 광연마의 반장과는 그동안 허심탐회하게 지내 왔었지만 무척 조심하는 눈치였다. 사무실에서 만나서 기존에 하던 방식으로 각 라인별로 생산된 작업량을 파악하여 작업일지에 기록하고 샘풀(Sample)을 만들어 올리는 일도 중단시키는 거였다. 작업 지시를 하던 아침 조회 시간에 마침내 내가 갖고 있던 모든 권위를 박탈시킨다는 청천벽력과도 같은 중대한 내용을 선전하기에 이르렀던 것이었다. 그것은 내가 갖고 있던 모든 권위와 직책을 빼앗는다는 최악의 선전포고처럼 들렸다.
  '왜, 무엇 때문에 나에게 이런 문책을 주며 고문하는가!'
  '나를 내 보내기 위한 속셈일까? 지금까지 반장과 쌓아온 돈독한 관계는 모두 거짓이었단 말인가!'
  나는 반장을 믿고 따랐으며 그를 신뢰하고 있었지만 갑자기 달라진 그의 태도에 의아심을 느꼈다. 적어도 지금까지 돈독하게 지내왔던 모든 것이 수포로 돌아 갔으며 이제는 떠나기를 종용한다고 느꼈다. 그리고 그것이 법조계의 숙부가 어떤 연관이 있었고 결국에는 멀리하게 하는 이유가 되었음을 은연중에 깨달았는데 이상하게도 불편하고 심기가 불안할 수 밖에 없었다. 급기야 나는 퇴직을 할 수 밖에 없다는 최악의 사태를 떠 올렸는데 그것은 지금까지 전혀 고려해보지 않는 사항이었다. 봉제공장에 다닐때는 저임금과 체불임금으로 어쩔 수 없이 자주 옮길 수 밖에 없었지만 지금 이곳에서는 그나마 악조건일망정 봉급은 한번도 밀린 적이 없었다. 장남으로서 부모와 세 명의 남동생들을 부양하고 있는 내게 봉급은 천금같은 돈이었다. 구세주처럼 나는 반장을 믿는 것도 임금 인상을 많이 해준 그의 덕을 보았으므로 그를 위해서라도 퇴사를 고려해보지 않았었다.


  "곽 오리씨는 이제 별도로 추진하던 모든 작업을 그만하세요! 그리고 각 "
  중모든 걸 그만  dmf ㄴ지시서ㄷ괴서부딪히반바진 게 사실이었다.
우선 반장의 태도가 무척 조심스러워졌다. 그는 무척 사려깊은 사람으로 알면 알수록 소심한 성격을 갖고 있었다. 특히 국민학교만 다닌 자신의 처지로 인하여 내색은 하지 않았지만 무척 의기소침하였던 것 같다. 아마도 이곳이 아니면 다른 직장을 구할 수 없을 것처럼 충실하였다. 진실하고 무엇보다 정직했던 것 같았다.

  그가 작업 시간에 나를 불렀다.
  "곽 오리씨 잠깐 나 좀 봐요!"하고 말했다.
  "곽오리씨, 포장부로 부서를 옮길 생각 있어요?"
  사무실에서 현장을 바라볼 수 있는 유리문을 통하여 방금전까지 함께 작업하고 있던 라인을 구성한 조원들이 보였다.
  티스픈(t - spoon스픈 중에 가장 작은 것으로 찬잔 속을 저을 때 쓰임)을 작업하는 2라인은 앞에서 아주머니가 나래미를 열심히 놓다가 중간 정도에 사람이 부족하여 연결이 되지 않고 찝게가 쌓이게 되자 그곳으로 자리를 옮겨 자신이 앞서 찝게로 물어 놓은 제품을 기계에 넣어 주웠다. 한 사람이 두 가지 작업을 진행한다는 사실은 사실상 전체적으로 보아 능률적이지 않았다. 그만큼 생산량이 저조하여 작업량을 기록하는 사무실의 칠판에는 목표치에 한참 미달할 수 밖에 없었다. 나는 온통 작업장으로 돌아가서 저조한 실적을 만회하기 위해 빨리 일하는 것에 관심을 갖고 있었으므로 반장의 제의를 듣고 고민에 빠지지 않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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