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부가 찾아온 날은 공교롭게 제품을 수출 선적(船積)을 하는 날이었다.
  포장부서 앞 마당에는 콘네이너 차량이 들어와서 뒷문을 열고 포장된 카톤 박스를 실는 것이 보였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두 박스의 부족분을 체우면 되었다.
  광연마에서는 전날부터 철야 작업을 하였었다. 일을 많이 하는 것이 아니고 포장부의 마지막 검사와 포장 공정을 지켜보다가 그 부족분을 체우는 반복적인 작업을 위해 포장부의 검사를 확인하여 다시 광연마에 돌아와 새우 잠을 자는 조원들을 끌어 모아 다시 라인을 가동하여 작업을 하게 된다. 한 번은, 스픈(Spoon) 라인에서 이루워 지다가 다음 부족한 나이프 라인(Knife)에서 진행되기도 하였다. 그렇게 각 라인별로 공정이 다른 탓에 기계에 걸려 있는 빠후의 모양들이 달랐으므로 필요한 라인에서 부족한 작업분만 끝내면 되었다. 그렇게 시작된 작업이 다음 날까지 연장되고 있었다.

   근 2년 동안 나는 광연마에서 근무하였지만 다음 1년은 포장부로 부서를 옮기게 된다. 여기서 포장부의 작업 공정을 간략하게나마 설명하자면 우선 길게 초음파 세척기가 건물의 3분의 1를 차지하고 있었다.
  광연마에서 손수레에 실려 넘어온 제품은 처음에 거치는 단계가 바로 세척이었기 때문이다. 세척기에는 '공업용 초음파 세척기'라는 면판이 붙어 있었다. 구조는 내부에 철망으로 엮어진 콘베이어 벨트가 세척용 세제가 분수처럼 뿜어져 나오는 노즐 분사실(분사실)을 지나면서 공업용 광약 찌꺼기들이 제거되는 공정이었다. 크기는 가로 3미터 넓이 2미터의 직사각형 구조가 10미터 정도 터널식으로 길게 늘어져 있는 모양으로 중간에 내부의 세척 공정을 확인할 수 있는 유리창이 부착되어 있었다.
  
  우선 작업 공정을 설명하자면 제품이 광연마에서 운반용 손수레에 실려오게되면 세척기 입구에 앉아 있는 작업자들이 저속으로 회전하는 세척용 철망 위에 제품을 얹기 시작한다. 터널속으로 들어 가듯이 길게 가로 놓인 세척기계는 내부에서 분사구에서 분수처럼 쏱아지는 세척용 세제와 건조과정을 거쳐서 10미터 후미 쪽으로 나오게 되고 그곳에서 세척을 거친 제품들을 녹색의 고무벨트 형태의 콘베이어 위에 올려 놓았다. 제품들은 은빛의 쇠 빛으로 눈부시게 빛이 반사하는 형광들으로 밝혀 놓은 검사 다위를 거치게 되는데 이곳에서 상태의 유무를 확인하게 된다.
  검사원들은 모두 여자들이었다. 그녀들은 아주머니들도 있었지만 처녀들이 대부분이었고 흰 장갑을 끼고 물이 흐르듯이 콘베어벨트를 타고 흐르는 제품들을 뒤집어 보기도 하고 아직 광약이 남아 있는 잔상을 닦기도 하면서 제품 상태를 검사하였다.
  포크(Fork)의 경우에는 앞의 날이 구부러지던가 크기가 다른 경우에는 모두 불량이었다.


완전히 물건에 제푸흐ㅟ누겇피다빝ㅂ배놓노배출구로부터 다시 콘베어 벨트에 올려 지고 양쪽에서 검사원들이 밝은 형광등 불빛 아래에서 제품의 이상 유무를 살펴본 뒤에 하자가 있는 물건은 반송하였고 그것을 재작업하여 다시 올려 보내었다.
  

광연마와 포장부서를
  완성된 카톤 박스의 숫자를 체우기 위해 물량을 확보하는 것이 급선무였다. 집에 퇴근하는 시간은 포장부에서 마지막까지 포장이 콘테이너 차량에 실릴 때까지였다. 그러므로 전 날부터 부족한 물량을 조달하기 위해 계속 철야 근무를 하여 온몸이 파김치가 되어 있었다.

  광연마는 실래는 동굴속처럼 어둠컴컴하였으므로 그것이 오히려 검게 칠한 연기와 광약찌꺼기로 얼굴 전체가 검게 칠해져 있고 눈만 뻐끔거리는 내 모습을 감춰주웠다.
  
  두 번째 라인에서 작업을 하고 있는데 숙부가 찾아 왔다.
  "오리야!"
  나는 몇 사람이 출입구 문을 열고 들어오는 것을 보았지만 전혀 개의치 않았다. 기계를 돌아보면서 상태를 확인하고 나사를 조인하여 제품를 닦는 빠후의 강도를 조절하기 위해 고개를 숙였는데 그곳 기계 속에서 회전하는 속도에 의하여 아래 위해서 내려온 빠후(원형의 천조각, 마-풀뿌리 조각으로 육각형의 쇠기둥에 끼워 만든 원통형, 울퉁불퉁한, 겉에 돌가루를 묻힌 여러 종류의 도구)에서 방금 칠해진 광약이 타면서 매게한 연기와 뜨거운 열기가 뿜어져 나오면서 얼굴에 묻었지만 닦지 않은 상태였다.  

  친척들간의 모임 때였다.
  나는 종가집의 장손이었다.
  "오리야, 내가 양식기 공장에 손 좀 써놨다!"
  "예!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조금 다른 부서로 보내라고 했으니까? 너도 그런 환경에서 벗어나서 작업하는 게 좋을 듯 싶다!"
  "그렇지만... 지금 있는 곳이 편한데요!"
  "아니, 그런 생활이 뭐가 좋다는 거냐?"
  나는 숙부의 얼굴에서 회심의 미소를 보았다.
  
   그 당시 친척들의 모임에서 숙부가 한 말에 대하여 나는 별로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었다. 그렇지만 그 일은 내 운명에 커다란 변화를 일으키는 계기가 되었음을 사실이었다. 선의 적이든 악이적이든 숙부가 내 운명에 개입을 하여 운명을 바꾸지만 않았다면 나는 아직도 그곳에서 근무하고 있었을 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숙부에 대하여 감사를 하여야 할지 아니면 비난을 할지는 알바 아니지만 한 사람의 운명을 다른 사람이 관여하게 되는 경우,
  '잘 타는 불에 찬물을 끼얹는 것', '잘 놀던 사람들에게 갑자기 멍석을 깔아주고 그 위에서 신발을 벗고 맘껏 놀으라고 하면 그들은 이내 놀던 것을 중단하고 마는 것, 그리고 아무 곳에나 시도때도 없이 끼어들어 물을 흐려 놓는 미꾸라지처럼 그것으로 내 운명은 숙부가 찾아온 계기로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되었던 것이다.
  운명적이라는 사실을 놓고 볼 때 과연 숙부가 찾아 온 것이 잘된 일이었는지 알 수 없었다. 단지 숙부의 깨끗하고 남에게 나서기 좋아하는 성품으로 내가 광연마의 악조건에서 일을 한다는 사실이 견디기 힘든 불쾌감을 주웠을 것이다. 사실상 그렇게 찾아오게 되었던 것도 어찌보면 짜여진 각본처럼 계획되었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자신이 가야할 방향은 누군가가 영향을 주웠튼 주지 않았튼 이미 결정되어 있었다. 그것을 자신만이 모르고 있었을 뿐이며 그 계획의 일환은 점차 불확실성에서 확실하게 드러나게 되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현실적으로 나타날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