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디지털 인쇄로 책을...

     ---리룩스서버컴퓨터 백업

  공개 자료실 

 文學위의 文學 출판사입니다. PDF로 전환하여 복사기로 책을 만듭니다. 자세한 내용은, '디지털 인쇄'에서 확인해 보세요!

날아가는 오리 (2)

2절. 금강(錦江)에서 친구와 함께 야영을 한다.

2007.10.06 07:53

문학 조회 수:3312 추천:164

..


    2절. 금강(錦江)에서 친구와 함께 야영을 한다.
                        
                                1

  금강의 폭이 백여 미터는 됨직하다. 상류에서 거칠 게 내려온 물살은 이곳 구부러진 곳에서부터 완만해지고 깊은 탓에 짙푸른 색을 띄어 호수처럼 눈앞에 파란 융단으로 펼쳐져 바라보기만 해도 시원하다. 반대편은 깎아지른 벼랑인데, 바위를 칼로 베어 놓은 것처럼 예리하게 부서진 바위들이 아래로 굴러 떨어져 물속에 처박혀 있고 그곳 절벽을 형성한 훤한 벽면은 소름이 끼칠 정도로 무겁다. 아마도, 그 벽면에 눈과 코와 입을 그릴 수만 있다면 거대한 거인이 딱하니 버티는 형상으로 보였으리라.

  ㄱ자로 구부러진 계곡의 중간 지점이어서 수북이 쌓인 고운 자갈과 모래가 물로 쓸려 내려와 쌓여 있는 탓에 텐트 치기가 제격이어서 많은 사람이 텐트를 치고 장사진(長蛇陣)을 이루며 떠들며 놀고 있다. 물에 들어가 물놀이를 하는 사람, 텐트 앞에서 뛰어다니는 어린 아이들과 그 모양을 바라보며,
  “그래, 누가 이기나 보자!”하고 소리치는 아주머니는 옷을 입은 채 물에 들어갔다 나온 듯 물에 푹 젖어 있는 모습이다. 아마도, 앞에 놓여 있는 그릇에 다슬기가 가득 담겨 있는 것으로 보아 물살이 세지만, 깊지 않은 상류 쪽에서 옷을 입은 채 잡은 모양이다. 그리곤, 이제 해가 뉘엿뉘엿 기울기 시작하자, 갈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텐트 안으로 들어가 옷을 갈아입는데, 내 눈에 상의를 벗은 등에 걸친 흰색의 브래지어가 보였다. 한 사 십이나 먹어 보이는 그녀는 그 좁은 공간에서 주저앉아 치마 속으로 팬티와 바지를 주워 입고는 다시금 밖으로 나왔다. 아무런 거리낌이 없어 보인다. 야외여서 그럴까. 노출을 두려워하지 않는 모습으로 말미암아 오히려 내가 고개를 돌려 애써 외면하며 그 옆에 텐트를 쳤다. 친구는 내가 텐트를 치는 동안 물을 길어 갔다. 먼발치에서 중년의 아저씨 아줌마들이 술과 음식을 앞에 놓고 신나게 노는 모습이 돋보인다. 춤을 추며 몸을 흔드는 아주머니가 사이사이에 한 아저씨를 부여잡고 몸을 맞댄다. 그리곤, 블루스를 춤을 췄다. 몸을 끌어안고 빙글빙글 돌고 있다. 노랫가락이 들려온다.

  까짓것 지구는 도는데, 춤이라도 춰서 남 주나!
  이 세상 실컷 일을 한들 누가 알아줄까.
  돌고 도는 세상, 한바탕 춤이라도 추어보세!          
                    
                           2

  1982년 무더운 여름날 토요일 오후.
  "떼리릭……. 떽떽!"
  더위를 먹어서인지 전화벨 소리도 헉헉대는 것처럼 늘어졌다. 끝에 울리던 종소리가 지쳐서 끊어지는 듯했다.
  "달칵, 여보세요?"
  내가 재빨리 수화기를 들고 말했다. 그렇지 않았으면 전화기가 숨이 끊어졌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면서…….
  "나야, 체수!"
  봉제 공장에서 퇴근할 때 서로 얼굴도 보지 못했었다. 그는 이 층의 봉제 실에서 고장 난 미싱을 고치려고 몸을 숙여 일하고 있었으므로 보이지 않곤 했었다. 나는 일 층에서 카톤 박스를 펼쳐 들고 껌 테이프를 붙여서 뒤집은 상태에서 와이셔츠를 각 사이즈, 색상별로 구별하여 놓는 작업을 하는 나와 만나는 시간은 화장실에 갈 때밖에 없었다.
  집에 도착하여 무더위를 식힐 겸, 텔레비전 앞에서 선풍기 바람을 쐬고 있는데 전화가 온 것이다.
  "응, 왜?"
  “오리야, 기분도 울적한데 이 무더위 속에 집에 처박혀 있을 셈이냐! 내일이 일요일인데. 우리 놀러 안 갈래?”
  “그래, 어디로 갈까?”
  “먼저, 갔던 곳. 금강 유원지 그곳 모래사장이 어떨까?”
  “좋아, 기분도 전환할 겸 그럼, 그곳에서 만나자!”
  급히, 배낭에 쌀과 반찬거리를 넣고 기타를 등에 멘 채 오토바이를 타고 목적지를 향해 출발했다. 그 친구는 텐트와 취사도구를 갖고 나올 것이다. 우린, 서로 너무도 잘 알았다. 그리고 그가 반찬 가게를 하는 어머니 탓에 반찬을 갖고 나올 수 있기 때문에 내가 쌀을 준비하여야 하는 것도 미리 짜인 각본을 읽듯 훤히 꿰뚫고 있었다.

  친구는 함께 근무하는 봉제 공장의 미싱기사였다. 군대를 갖다 오고 나서 다시, 우린 예전처럼 들로 산으로 생각이 날 때마다 함께 배낭을 메고 기타 하나 들고 훌쩍 떠나곤 했었다. 기차를 타고…… (완행열차를 타고 다닐 때의 전경은 언제나, 낭만이 있었다. 학창 시절 단체로 직지사를 가던 어느 날에는 기차 한 칸을 전세 내 듯 기타 치며 신나게 노래를 불렀었다. 그리고 친구와 둘이 오붓하게 여행을 갈 때는 조용하게 기타 치며 노래를 부르곤 했다. 사람들이 주위에 몰려들어 감상하길 원하였으며, 어느 분은 기타 쳐보겠다고 빌려 달라기도 하였었다. 그럴 때로 멋이 있고 낭만이 있었지만, 애석하게도 지금은 구경할 수 없다.)
  버스를 타고 때론, 이렇게 오토바이를 타고 모든 것을 훌훌 벗어 던진 채 여행을 떠날 때면 우린 정말 죽이 잘 맞았다.

  그는 강 채수(姜採收)였다. 나이는 나와 동갑인 23세였고 홀어머니를 모시고 그의 생활력으로 근근이 살고 있었다. 형이 있기는 있으나 직업이 없이 방구석에 틀어박혀 공부만 했었다. 고시공부라고는 했지만, 그 이상은 잘 모른다. 홀어머니는 변두리 시장 작은 코너에서 각종 젓을 팔며 장사를 한다고 했지만, 한 번도 뵌 적은 없었다. 단지, 그가 버는 돈으로 세 식구가 먹고사는 모양이었다. 중학교밖에 나오지 않은 친구는 곧바로 생활 전선에 뛰어들어 봉제공장을 전전하다가 미싱 기사를 하고 있었다.

                          3

  그는 결코 미남은 아니었다. 멜빵 바지를 입는 것을 좋아하고 손에 기름칠을 하며 미싱 기계를 고치는 모습은 예술에 가까울

지경이었다. 어떻게 가다(재봉을 박고자 줄을 만든다던가 라인을 꺾게 하기 위해 양철로 접은 부속)를 만들며 소리만을 듣고 어떤 상태임을 진단하는 모습은 마치 병원에서 의사가 환자의 진맥을 짚어보고 그 상태를 알 수 있는 것처럼 그는 미싱하면 내로라하는 기사들 중의 한 명이라고 했다. 특히 가다를 만드는 기술은 가히 신의 경지에 든 것처럼 보였다. 다른 미싱기사들과 다르게 그는 손재주가 있어서 펜치로 어떤 형태든 접었으며 옷단이 말려 들어가는 모양을 지켜 보고 있으면 그의 고도의 기술을 보는 듯했다.
  "강, 기사님……. 저 좀 보세요!"
  "오늘 시간 있어요!"
  "에이, 이리와 보세요! 맛있는 거 줄께……."
  그렇게 봉제 부의 여자 미싱사들은 그를 부르기에 앞서 애교부터 떨곤 했었다.
  그의 얼굴은 약간 가름했으며 깡마른 체구에 키는 훌쩍 컸다. 말씨는 여자 음성처럼 가늘고 찢어졌으며 사무적인 투로 나를 깔보곤 했었다. 먼저 사회에 나왔다는 이유 때문이다. 그렇지만, 50명도 안 되는 작은 공장에서 우리는 같은 나이라는 것을 알고 절친하게 지낼 수 있었다. 그는 늘 못 배운 것을 한탄했다.
  친구와 함께 강변에 텐트를 쳤다. 그리곤, 밤새 모닥불을 지피고 기타를 치며 노래를 불렀다. 오래간만의 외출이었다.

한여름 밤의 꿈

당신, 사랑하는
내 당신을
그리도 그리워했소.
오직,
그대만을 영원히
사랑한다 말하리라.
그 한여름은
하룻밤 꿈이었네.

이젠,
꿈으로 깨어나
그대를 바라지만,
아무 곳에도 없~는 당신.
사랑은,
이리도,
그리움인가요.
불타오르는
사랑을 모두~
그릇에 담을 수만 있다면…….
오늘 밤,
이 마음 가득히~
그대에게 담아 드리리.
-슬픔에 젖은 애수의 소야곡 2007. 6.9 수정-

  "쿵짝 쿵짝 쿵짜작 쿵짝!"
  트로트로 치는 기타 소리와 하모니가 어울려진 허스키한 음성은 애수에 젖어 강물에 부딪혀서 묘한 뉘앙스를 풍겼다. 칠흑 같은 어둠 속에, 강변 반대편 절벽에 부딪힌 노랫소리는 처량하게 다시금 메아리처럼 되돌아온다.

  4. 금강에 달이 뜨다.

  동쪽 하늘 위로 만월(滿月)이 산에 손을 짚듯이 둥실 떠올랐다. 산마루에 걸려 잔뜩 늘어져 찢어지는가 싶더니 어느새 떠오른 것이다.
  사람들은 한둘씩 텐트를 접더니 모두 가 버렸다. 멀리서 낚시꾼들이 낚시하는 불빛이 물에 반사하여 길게 다가올 뿐이다.

고요함이 계곡에 가득 차서 귀신이라도 나올 것처럼 괴기스럽다.

저 달을 바라보며
그대를 향한 강렬한 원함으로
축축히 젖은 온몸은
지난 추억에 젖어든다.
이제 눈물을 흘리고 한숨 지며
낙담만 한들 어찌 그때를 보상하리오!
사랑한단 말 한마디 못하고
떠나보낸 내가 용서받을 수 있을까?
뒤늦게 가슴만 타들어 가는구나!

아-아, 다시 못 올 내 임이여!
사랑한단 말을 한들
메아리처럼 울려 퍼질 것을……
오직, 당신만을 기다리고,
사랑하고, 그리워하여
가슴에 사무치는구나!

  노랫가락은 때론 거칠고 둔탁하다가 이내, 바람처럼 시원하고 맑고 청명한가 싶더니 돌연 애수에 젖은 슬픈 음색으로 피어난다. 낮고 부드러운 음색의 노래가 고요 속에 노을 젓 듯 흘렀다.
  애수에 젖은 음정으로 나직이 누구에게 하소연을 하듯 기타의 선율에 맞춰 부드러운 듯하면서도 슬프고, 낮은 듯하면서도 높고, 애절하고 구성지게 노래는 끊어질 듯 이어지고, 이내 어둠에 묻혀 사그라졌다가 다시금 피어오르더니 가장 높게 강한 억양으로 점점 더 크게 차오른다. 마치, 세상의 모든 슬픔과 번민을 가득 지닌 애절한 울음 섞인 슬픈 덩어리로……

  식사를 하고 자정 무렵까지 부른 노래 탓일까? 목이 쉰 듯하다.
이젠, 그만 부를까 하고 기타 내려놓고 텐트 속에 눕는다. 등에 자갈이 있어 불편하다. 그렇지만, 자갈 반 모래 반인 땅바닥을 고르는 것은 이미 포기했다. 계속하여 속에서 자갈이 튀어나왔기 때문이다.
  “그래, 새로 시작하겠다는 직업은 어떤 일이냐?”
  누워서 잠들었는가 싶었더니 채수가 묻는다. 아마도, 무척 궁금하였던 모양이다.
  “음, 집 근처의 숟가락 공장에 다닐 참이야! 뭐……. 아직도 망설이지만 이제는 봉제 공장이면 지긋지긋하잖아! 기술을 배우고 싶은데 마땅하게 정할 수가 없어서 당분간 생산직에나 다니는 게 최선 아니겠어!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고 싶어!”
  “넌 그런 용기가 있어 대단하다. 난 어머니와 형 때문에 아무것도 못해. 처음부터 나를 위해 사는 인생이 아니었어. 그렇지만, 내 인생이 오히려 벗어날 수 없는 가족 탓에 안정된 생활을 해 왔다고 생각한다. 그래도, 넌 용기가 있어서 그렇게 새로 시작한다고 하는데, 난 뭐냐!”
  어둠 속에서 친구의 음성이 약간 격양되어 있었다. 술을 한잔 걸쳐서 그런 것 같지는 않았다.
  “봉제 공장에 다니는 것이 이젠 너무 지겹다. 지겨워서 쓴 물이 난다. 하청의 하청 업체이다 보니 영세하고 어려워서 직원들 봉급도 못 주고 있어!”
친구는 나와 함께 다니던 공장에서 벌써 여러 차례 옮겨다니고 있었다.
  “그래서, 나는 봉제 공장에 다니지 않으려고 하잖아.”
  “원미산업도, 풍안방적도, 이화실업도, 충남방적도, 큰 회사들은 모두 외국으로 나가고 있어. 국내에선 타산이 안 맞는다고……. 그러니, 우리 같은 하청업체야 오죽하겠어.”
  그는 개탄 하 듯한 음성으로 사회를 질타했다.                   

                        5

  1980년대 봉제 공장은 우후죽순처럼 생겨나고 사라졌다. 이젠, 중화학 공업 일변도의 정책과 함께 전반적으로 국민 소득과 생활수준이 높아지게 되자 인건비가 상승하였다.
  봉제 공장은 수지 타산이 맞지 않았다. 많은 인원이 필요하면서 값싼 인건비를 요구하는 생산 시설이어서 점차 퇴보하는 듯했다. 그것은 곧 임금을 체납하는 공장이 속출하였고 폐업 사태를 가져와 작업 중단의 최악의 사태까지 맞게 되어 결국에는 사업자가 잠적하자, 당장 일자리를 읽고 그나마 밀린 봉급을 못 받고 발을 동동 구르는 경우가 허다했다. 나도 하룻밤 사이에 회사가 문을 닫아서 그 앞에서 여러 사람과 기다리다 지쳐서 그만 포기한 사람 중에 한 명이었다. 이것은 빙산의 일각이었다. 봉제공장에 다니다가 몇 개월씩 체납된 사람들이 어디 한둘이던가! 숨어서 다시 회사를 차리고 종업원들도 그런 회사에 모집 공고를 보고 찾아갔다가 다시 똑같은 경우를 만나서 나가고 들어오는 악순환이 계속하고 있었다. 무역사무소가 있는 곳을 제외하고 하청을 받아 오다물량(주문 물량을 당시 상황에 맞게 썼음)를 따오는 공장일수록 그런 현상은 더했다.
  전에, 채수와 함께 다니는 공장은 언제 부도를 내 놓고 파산할지 아무도 몰랐다. 우리는 추풍낙엽이었다. 바람이 불면 언제 떨어질지 모르는…….
몇 개월씩 봉급을 못 받은 사람들은 어느 곳에 하소연도 못하는 실정으로 다른 곳을 찾아 전전긍긍할지도 모르는 신세였으므로 나는 곧 몇 개월의 밀린 봉급을 포기하고 다른 곳으로 가야 한다는 사실을 그에게 장구하게 설명하였다. 그것이 내가 선택한 최선책이라는 점과 함께 나는 봉제 공장에는 가지 않겠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여기저기 나붙은 봉제 공장 모집 공고는 아예 보지도 않았던 것이다.
  “기술을 배우고 싶어! 그런데 어떤 기술일지 모르겠으니 답답한 거야. 단지, 어떤 기술을 배우겠다는 뚜렷한 목적이 있다면 그나마 다행이지 뭐. 그것이 참기 어렵지만, 어쨌든 이미 화살은 시위를 떠났어. 결심대로 행동할 거야!”
  나는 그렇게 말을 하며 두 주먹을 불끈 쥐고 입술을 굳게 깨물었다. 얼마나, 강렬한 욕구였던가! 만약에, 손안에 달걀이라도 쥐고 있었으면 깨졌으리라!
  “그래, 잘해 봐라! 나도 도울 수 있는 한도까지는 도와 줄 테니까.”
  “도와 줄 게 뭐 있어!”
  대단하지도 않은 것을 추겨 세우는 것 같아 멋쩍게 내가 하는 말이다.
  “근데 어데 갈 데를 정해 놓긴 했느냐?”
  “음, 우리 집 옆에 어렸을 때 보아왔던 큰 공장이 있는데…….”
  “그게 뭐 하는 공장인데?”
  “숟가락 공장이라고 하는데……. 크고 무서울 정도로 윙윙거리는 소음으로 주위의 주택가에서 민원이 끊이지 않고 들어가고 있지!”
  “그런데 왜 그런 곳에 들어가려고…….”
  “하지만, 나름대로 일을 하면서 뜻을 세울 수 있지 않을까?”하고 내가 막연한 심정으로 말했다.
  “나도 그런 기술을 배우고 싶다고 늘 마음을 먹었었어. 공업 고등학교라던가 직업 훈련 과정을 거쳐야 배워지는 것이잖아. 그러려면 현 직업을 버려야 하는데 그게 사실상 어려운 일이야. 우리 미싱 부속을 깎는 곳이 있는데, 그곳은 늘 사람이 북적북적 대고 있어. 미싱이 일본제가 많잖아! 일본 놈들이 어떤 놈들이데! 씨 팔! 나사 하나 맞는 게 없어! 모두 특수 나사여서 수입해 써야 할 형편이지. 미싱을 팔아먹고 이젠 그곳에 쓰는 나사부터 전부 수입해야 해! 그렇게 머리 좋게 만들어 놓아서 안 사 쓰면 안 되니, 놈들은 계속 돈을 벌 수밖에…… 시간이 없어도 수입 부속 가게를 자주 나가야 하는 거야. 그런데 그곳에서도 못 구하면 가공하는 곳에 가서 적게는 몇천 원에서 많게는 몇만 원씩 주고 깎는 거야! 그곳이 그렇게 부럽더라고. 기계라고는 선반 기계와 밀링 기계뿐인데도 못하는 게 없고……”
  “그래, 그런 것을 깎는 기술도 있구나!”
  그렇지만, 이제 겨우 한 달 남짓 들어가서 무엇 알겠는가! 도무지 모르는 것투성이였다. 무엇보다 기술이란 것은 쉽게 알게 되는 것이 아니고 수없이 반복하고 노력하여 얻어지는 산물이다 보니 지금의 내게 기계를 만지게 하지 않고 시다(견습)만 맡기는 탓에 어느 세월에 기술을 익히나 하는 의문이 들었었다.
  “좋아 멋지게 해 볼 참이다. 나도, 나름대로 눈썰미가 있잖아. 그래서 뒤에서 보고 배우고는 있지만, 어째 늘지를 않는다. 그것이 어려워……”
  계속하여 주절주절 말을 했지만, 친구는 대답이 없었다. 벌써 잠들은 모양이다. 얘기를 몇 마디 나누더니 이내 코를 곤다.
  멋쩍은 나는 앞으로의 불안과 불확실한 미래가 걷잡을 수 없는 생각의 꼬리를 물고 나타나서 도저히 잠을 이룰 수 없어 밖으로 나와 담배에 불을 붙였다.

  계곡과 계곡 사이의 하늘을 수놓은 무수한 별이 어두워지는 만큼 앞다투어 반짝인다. 졸음에 지친 낚시꾼들의 불빛이 길게 물 위에 비친 곳에서 졸고 있었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25 '디지털 인쇄'로 책을 만들려는 진정한 이유 문학 2008.09.20 2660
124 여우님에게 책 한 권 보내 드릴께요(2)! 문학 2008.08.29 2657
123 여우님에게 책 한 권 보내 드릴께요! file 문학 2008.08.26 2737
122 날아가는 오리 (2) file 문학 2008.06.26 3486
121 '날아가는 오리 2' 편이 책으로 나오기까지...(4) file 문학 2008.02.27 3684
120 '날아가는 오리 2' 편이 책으로 나오기까지...(3) file 문학 2008.02.26 3130
119 '날아가는 오리 2' 편이 책으로 나오기까지...(2) 문학 2008.02.26 3275
118 '날아가는 오리 2' 편이 책으로 나오기까지... 문학 2008.02.26 2708
117 드디어 책이 나오다.(3) file 문학 2008.02.18 3073
116 7절. 포장부에서... 문학 2007.10.14 3008
115 6절 포장부서로 자리를 옮기다.(3) 문학 2007.10.12 3524
114 3절. 이상한 소리에 끌려 여자 목욕탕에 들어가다. file 문학 2007.10.07 5236
113 2절. 법조계 숙부와 양식기 사장 간의 밀월 관계 문학 2007.10.07 3657
112 제1막 3장. 양식기(洋食器) 공장에서 일을 한다. 문학 2007.10.07 3705
» 2절. 금강(錦江)에서 친구와 함께 야영을 한다. 문학 2007.10.06 3312
110 제1막 2장. 봉제 공장에서 저임금과 임금 체납에 시달렸다. 문학 2007.10.06 3498
109 4 절. 비상(飛翔) 문학 2007.10.05 2954
108 3절. 막타워에서 공수훈련을 받다. 문학 2007.10.05 3818
107 2절. 사단급의 군부대는 군인들로 이루어진 도시(都市)였다. file 문학 2007.10.05 3166
106 1절. 군대 훈련소에서 후반기 훈련 file 문학 2007.10.04 339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