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막 2장. 봉제 공장에서 저임금과 임금 체납에 시달렸다.

2007.10.06 07:26

문학 조회 수:3498 추천:149

제1막 2장. 봉제 공장에서 저임금과 임금 체납에 시달렸다.

   1절. 봉제 공장에 입사를 하였다.

  군대를 제대하고 나서 여기저기 나붙어 있던 사원모집공고를 보고 찾아간 곳은 자유무역이라는 봉제 공장이었다. 2층으로 된 공장은 대략 이백여 명의 여자 미싱기사들이 있었고 그 옆 건물은 기숙사로 사용하였다. 제법 큰 규모의 회사 건물과 서울에 무역회사가 있었다. (봉제 오다(주문)을 받아 올 수 있는 영업직 회사로서 일반 하청업체와 다르게 무역회사가 있는 곳은 미국의 수입업자와 직접 거래하여 수출 선적을 확보하는데 유리하였고 임금 지급도 원활했다.)
  완성 부에서 카톤 박스에 물건을 담고 누런 껌테이프(접착테이프)로 입구를 붙이고 나서 노란색의 밴딩 끈으로 열십자로 묶고자 두 사람이 양쪽에서 작업을 한다. 밴딩기를 카톤 박스에 올려놓고 밴딩 끈을 겹치게 하여 깡(철판으로 된 연결 쇠)을 끼우고 집게로 집은 뒤에 나머지 끈을 끊어 내면 되었다.

  이곳 자유무역이라는 봉제공장에서 미싱기사로 근무하던 강 채수(姜採收)를 만났는데 우리는 동갑이었지만 학벌이 달랐다. 그는 중학교밖에 졸업하지 않고 바로 봉제공장에서 일하였지만 나는 근무한 것이 겨우 일 년에 불과했다.

  사회적인 흐름은 자유 무역, 유신 통상, 신화 봉제, 대한 방적 등 이름만 들어도 그럴듯한 봉제공장들과 방직공장들이 사업을 축소하고 중국으로 이전을 하기 시작하고 있었다. 경공업 위주에서 중화학공업으로 사회적인 기간산업이 바뀌면서 저 입금으로 유지하던 방직공장, 봉제공장, 신발공장들이 퇴출 위기에 몰렸던 것이다. 그야말로 사양사업이었다. 군대를 제대하고 봉제공장의 실정은 더 악화하여 값싼 중국 제품과의 경쟁에서 밀렸고 우후죽순처럼 생겨나던 봉제공장들은 된서리를 맞은 것처럼 쓰러졌으며 임금을 받지 못한 사원들은 굳게 닫힌 문 앞에서 하소연도 못하고 돌아서야만 했다. 이것이 1982년 당시의 상황이었지만 군대를 제대하고 마땅하게 다닐 곳이 없었던 내게 입대 전에 다니던 봉제공장들이 여기저기 사원모집이라는 벽보를 붙여 놓고 나를 유혹했다.

  나는 고등학교 3학년 초에 실습 사원으로 취직을 하여 1년여 동안 세 곳을 전전하다가 저임금과 기계와 같은 반복적인 작업 환경에 회의를 느끼기 시작하였다. 그렇지만, 그것은 화산이 폭발하듯이 눈에 보이는 것이 아닌 마음속에 보이지 않게 내재 된 마음이었으며 그런 불만이 있다는 것조차 모르고 있었는데 모든 일이 운명처럼 나를 이끌지 않았을까 하는 의문이 들기도 한다. 왜냐하면, 천성이 착한 내가 악한 생각을 하지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어떻게 봉제 공장을 1년 사이에 세 번이나 바꿨으며 1월에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병무청에서 지원 입대를 신청하여 4월 초에 진해 훈련소로 입대를 하였던 것이었을까? 그리고 군대를 제대하고 1년 정도를 다시 봉제 공장에 다녔지만 결과적으로 두 번을 옮겨다니다가 회사가 부도가 나게 되자 봉급을 받지 못하고 그만두게 된다.
  이것이 그 당시 봉제공장의 현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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