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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아가는 오리 (2)

4 절. 비상(飛翔)

2007.10.05 22:47

문학 조회 수:2954 추천:115

..


4절. 비상(飛翔)
                  
                        1    
  “쐐에-액…….”
  거대한 소음의 군용 비행기가 우리가 정렬해 있는 곳으로 미끄러지듯이 내려앉았다. 고막을 터트리려는 듯 요란한 ‘완 투 쓰리’(군용(軍用) 수송기의 이름)는 정열 해 있는 장소에서 불과 십여 미터 가까이 바퀴를 타고 미끄러지듯 다가왔다. 하늘이 찢어지는 듯한 엄청난 소리로 진저리를 칠 정도였다. 앞 뒷사람의 말소리가 전혀 들리지 않는 무지막지한 소음.
  더욱 이륙하는 순간의 소음은 귀를 찢는 듯이 높았는데, 바퀴를 사용하여 장소를 옮겨가더라도 제트엔진은 가동한 체였다. 처음으로 타는 비행기였다. 그런데 막연하던 생각과는 완전히 딴판이었던 것이다.
  ‘아, 이게 비행기구나! 제트 엔진을 항시 켜 놓는 특별한 이유가 무엇일까? 그것보다도 죽음에 대한 공포가 비행기에 대한 느낌을 공포와 두려움으로 떨게 하는 한 이유는 아니었을까? 공포를 가중시키는 또 하나의 요인은 얼굴에 나타날 것이지만 다행히도, 검은 칠을 해서 상대의 표정을 모르겠군! 그것이 처녀 낙하를 위한 필수적인 준비이기도 한 것일 테고……,
  얼굴의 검은 숯 칠만 아니었으면 비행기 소리를 듣고 새파랗게 질려 발작을 일으킬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모두 일어서, 비행기로 올라간다. 실시!”


  “실시!”
  마치 도살장에 끌려가는 소처럼 무거운 걸음을 떼어 훈련병들을 통솔하는 소대장의 수신호를 보며 우리는 두 줄로 나누어 비행기는 꼬리 부분이 활짝 아래로 내려와 벌어진 곳으로 빨려 들어가듯이 걸어가기 시작했다. 열린 동체 뒷부분. 아가리를 벌린 거대한 내부는 온통 군용 색의 딱딱한 쇠 빛이다. 그 안락한 승객을 위한 여행용 여객기와는 아주 딴판이다. 엉덩이만 걸칠 수 있도록 선반이 양쪽 벽면으로 놓여 있을 뿐이다. 아무것도 가리지 않아 주름 관으로 둘러싸인 전선, 쇠 파이프 배관, 검은 유압호수 그 밖의 크고 작은 부품과 연결된 크고 작은 장치들이 그대로 드러나 있었다. 그것 때문에 방음은 전혀 되지 않는 듯 내부는 더욱 요란스럽게 시끄러웠다.
  동체 부분은 일반 여객기의 날씬함과 다르게 화물차던가 탱크, 대포까지 실기 위해 뭉툭했는데, 그 모양이 맹꽁이 배처럼 크고 통통해 보였다. 단지, 동체의 윗부분의 얼룩덜룩한 위장 무늬가 군용기를 나타내고 있을 뿐이다. 페인트가 새로 색칠되어 있을 뿐 구조 자체는 아주 노후화된 느낌이 들었다. 이륙하지 못하는 교육용 비행기처럼…….

  비행기가 우리를 실은 시간은 단 몇 분에 불과했다. 그렇게 무거운 완전 무장과 낙하산을 짊어진 체 기다린 시간에 비하면 너무도 짧고 간단했던 것이다. 그동안 비행기를 타려고 얼마나 많은 훈련과 연습을 했었던가! 거의 1개월 동안의 지상 훈련이었다. 아니, 그 3주 동안 입에 쓴 내가 나게 땅 위에서 기었었다. 마침내 비행기를 타려고 기다리는 순간이 죽으러 갈 때처럼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았다. 그 당시의 상황을,
  ‘24주간의(6개월을 군대의 훈련시절에서는 그렇게 기록함) 하사관 훈련 기간에 끼워져 있는 공수훈련은 가장 힘이 들고 어려웠다. 다른 모든 훈련과정들 일테면, 유격, 각개전투, 사격, 50km 강행군, 그밖에 빼놓을 수 없는 게 야간의 비상 훈련이 있었지만 모든 것보다 더 지독한 게 있다면 바로 공수 훈련이리라!’하고 굳이 말하라면 그렇게 표현하고 싶다.

땅으로 내려뜨려 진 뒷문이 우리들의 시야에서 서서히 올라와 닫히기 시작하였다. 소대장은(우리를 가르치는 중사를 형식상 그렇게 불렀다.) 연방 뒤에 서서 우리에게 손짓 발짓으로 무언가를 지시하곤 했지만 요란한 비행기 소리에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다. 단지 그 행동으로 무엇인가 짐작만 할 뿐이었다.
  뒷문이 닫힌 비행기는 이윽고 출발을 위해 활주로로 이동하기 시작하더니 비행장 끝 부분에서 온 곳을 바라보며 선회를 했다. 이윽고 고막을 터트릴 정도의 요란한 제트 엔진 소리가 기내를 온통 소음 바다로 내몰았다.

                      
                           2    
        
  ‘음, 요란한 소음은 이륙을 위한 가동인가 보다!’
  서서히 지상이 기울어져 뒷걸음질치기 시작하고, 그것도 잠시뿐 원형의 창문으로는 온통 하늘만이 바라보였다.
  ‘드디어 이륙하였구나!’
  비행기가 떠오르는 것이 이제는 두렵기 시작했다. 순간순간 느끼는 감정이 현실이라기보다 꿈결처럼 생각됐다. 그리고 생각의 끝에는 어느새 하늘을 날고 있었고 낙하산이 펴지면서 구름처럼 떠 있는 것이었다.
  “낙하산이 펼쳐지기 전에 돌게 되면 낙하산은 펼쳐지지 않고 지상으로 무서운 속도로 돌진하게 된다. 낙하산을 접을 때 안전을 위해 수동으로 접고 검사를 완벽하게 하기 때문에 거의 99퍼센트를 보장할 수 있다. 문제는 비행기에서 뛰어내릴 때 자세가 올바르지 않으면 바람에 의하여 빙글빙글 돌 수도 있었다. 그것을 방지하려고 자세를 갖추면서 뛰어내리는 것이다!”
  그렇게 조교가 설명을 할 때는 쥐 죽은 듯이 조용했다.
  “몸이 회전하게 되면 그때는 끝이다. 낙하산도 펴지지 않은 채 지상 위로 추락하고 말기 때문인데 정신을 차리고 앞가슴에 맨 보조 낙하산을 펴야만 한다. 이렇게 말이다!”
  “예비 낙하산 하나 둘 셋!”
  조교들은 아랫배에 찬 보조 낙하산의 고리를 오른손으로 잡아당기면서 낙하산을 두 손으로 끄집어내는 시늉을 했다.
  “낙하산을 되도록이면 빨리 빼내야만 한다. 초를 다투는 긴박한 상황이니까!”
  “…….”
  그렇게 예비 낙하산을 빼내는 동작은 막타워에서 뛰어내린 뒤에도 똑같이 이루어진다.
  “일만! 이만! 삼만! 보조 낙하산, 하나 둘 셋…….”
  주 낙하산이 펴지지 않았을 때 다음 동작이었다. 우리가 땅 위에서 내려앉아 다음 조들의 짬뿌(낙하산을 타고 내려오는 것을 그렇게 부름) 때 그 담배 말림의 낙하산으로 곤두박질치는 모습을 보고 그 사람이 죽었을 것으로 생각한 것도 바로 그런 맥락에서다. 짬뿌를 많이 하면 할수록 두려운 이유가 그것 때문이라는 것도 익히 들어 아는 터였다.
  “으악!”하고 낙하산이 양담배처럼 꼬이면서 지상으로 곤두박질치기 시작했고 지상으로 그대로 꽂히듯이 떨어져서 내장과 팔다리가 부러지면서 즉사하는 상상을 하는 자신을 발견하고는 소스라치게 놀랐다. 그때마다,
  ‘음, 두려워하지 말자!'하고 생각하면서 원형의 창문으로 밖을 내다보았다.

  어느새 하늘 높이 떠서 해안가를 날고 있었다. 왼쪽 창문으로는 육지가 보였고 오른쪽 창문으로는 짙푸른 바다색으로 온통 도배를 하였다. 하늘을 날고 있다는 느낌보다는 심한 기상의 기압 차이로 간혹 뚝뚝 떨어져 내릴 때마다 현기증과 구토가 생겨난다. 불과 십 여분이 지났을까. 소대장은 양팔을 벌려 우리에게 일어나라고 지시했다.
  “모두가 일어나서 고리를 걸어라!”
  비행기 소리 때문에 무슨 소리인 줄은 모르겠지만 앞사람의 행동을 따라 천정에 매달린 와야 줄에 낙하산 줄을 걸었다. 비행기와 연결된 그 줄이 주 낙하산을 펼쳐줄 것이다.
  소대장이 급히 돌아다니며 걸린 고리를 확인하더니 비행기 옆문에서 밖을 내려다보다가 이윽고 손짓으로 아래를 가리킨다.
  ‘아, 이젠 죽었구나!’
  그 행동으로 잔뜩 긴장을 하였는데 동료 몇 명은 바지에 오줌을 지렸다.
  “모두 일어 섯!”
  소대장의 수화와 외침과 함께 벌떡 자리에서 일어선 훈련병들은 출구 쪽을 향해 잰걸음으로 나아가기 시작하였다. 마치 용수철처럼 튀어나가려고 서로 등 뒤로 바짝 붙었다. 비행기 동체 앞쪽으로 난 두 개의 출구로 뛰어내려야만 했다. 그 끝은 허공이다.
  “뛰어!”
  아무것도 볼 필요가 없었다. 양쪽으로 약 30여 명의 낙하산병이 뛰어내리기까지 불과 십오 분 남짓한 시간이 필요했다. 우리는 4주 동안의 지옥훈련으로 이미 모든 것을 감각적으로 통달해 있었다. 모두가 하늘로 날아오른 것이다. 중간에 멈추는 사람이 한 명이라도 있으면 그 뒤 사람은 모두 낙오였지만 그런 일은 없었다.

  앞사람이 비행기 출구에서 구십도 꺾어 뛰어내리는 것을 보고 순간적으로 나는 그 사람 뒤를 따라 힘껏 두 발을 아랫배로 끌어모으며 뛰어나갔다. 내 몸은 뒤 날개 꼬리 밑으로 빨리듯 날아가는 것이 보였다. 허공이다.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았다. 하늘을 난다는 것밖에는…….
  “덜컥……”
  무언가 등 뒤에서 끌어올리는 느낌과 함께 나는 공중에 떠 있었다. 비행기에 타기 전 그 두려웠던 죽음의 공포는 이제 모두 간 곳이 없었다. 고개를 들어 머리 위를 보면 거대한 낙하산이 부풀대로 부풀려 구름처럼 떠 있다. 내 낙하산뿐이 아니고 여기저기 동료의 낙하산과 함께……
  아득히 먼 땅 위의 전경 (全景)이 손바닥 안에 잡힐 듯 잡힐 듯 바라보인다. 소나무 숲은 잔디처럼 쿠션이 들어 있고 높은 산은 작은 둔덕처럼 낮아 보였다. 모두가 내 것이다. 하늘도 땅도 모두가 내 품에 있었다.

  하늘을 날고 싶은 소망은 그대로 오리들에게 전가 되어 내 꿈이 되어 날고 있었다. 그 옛날 나의 가슴에 가득 불어 왔던 하늘들이 훨훨 날아가는 오리의 날개짓마다 찬란한 꿈으로 무지개를 품으며 여기저기 흩어진다. 그리곤, 마침내 오리의 비상처럼 내 눈도 날고 있음을 발견하는 것이다. 공수 훈련장의 연못에서 보았던 바로 그 집오리가 날아가는 것이 보였다.
  “저 오리들은 비행기에 함께 태우고 날린다는데…….”
  “그래, 집오리를 비행기에 함께 태운다고?”
  “그러고 보니 몇 번을 날렸던 것 같아! 우리를 바라보는 눈초리가 이상한데?”
  “마치 졸병을 보는 듯이…….”
  그렇게 훈련병들 사이에 오리들에 관한 얘기가 퍼졌었다. 그래서 그럴까? 아주 자연스럽게 거수경례를 했었다.
  “필승!”하고 연못의 오리들을 바라보면서 거수경례를 했던 이유를 비로소 이해하는 순간이었다.
  
  그 오리들 중, 하나가 바로 옆에서 날아가는 것이 아닌가?
  “필승!”
  나는 낙하산에 매달린 채 유유히 날아가는 오리를 바라보며 경례를 했다. 우리는 오리와 함께 날고 있었던 것이다.

  지상이 아래에서 위로 솟구쳐 오르고 있었다.
  한쪽은 바다였고 다른 한쪽은 해안 모래와 부드러운 풀밭으로 보이는 언덕과 산자락이 내려다보였다. 지상 위의 전경들이 마치 융단처럼 부드러운 풀밭으로 보이는 녹색의 잔디들이 어느새 소나무 숲이 되었다.

  ‘안 되겠어, 소나무 숲으로 내려앉게 되겠는걸!’

  나는 부드러운 풀밭으로 여겨졌던 곳으로 내려앉으면 안 된다는 사실을 깨닫고 낙하산 양쪽에 달린 조종 끈을 잡아당겨서 방향을 바꿨다. 낮은 모래 언덕과 소나무 숲으로 둘러싸인 해안가에 무사히 내려앉으려고 발끝이 닿는 순간 오른쪽으로 착지를 하듯이 한 바퀴 굴렀다.

  지상에서 하늘을 올려다보면서 내 주위를 날던 오리를 찾았다. 내 주위를 선회한 오리는 이제 부대로 방향을 돌려서 다른 동료와 함께 무리를 지면서 날기 시작했다. 모두 다섯 마리의 오리들이었다.
  나는 오리가 된 것처럼 느껴지면서 시야에 날아가는 배경이 비쳤다. 소나무 숲의 야산 위에서 동료와 함께 바람을 가르며 날고 있었다. 지형을 축소한 축소판들이 펼쳐져 있는 전경이 아래로 끝없이 펼쳐져서 내려다보였다. 그곳에서 산의 굴곡을 따라가면 곧이어 포항 제철소가 가장 먼저 보일 것이다. 나는 긴 날개를 퍼덕이면서 마음먹은 대로 비상을 하기 시작하였는데 높이 오른 뒤에 상승 기류를 찾아서 완만하게 내려가듯이 날개를 비행기처럼 길게 펼치고 있었다. 나아가고자 하는 바람이 부는 높이를 찾아내어 날개를 쉬면 한참을 하강하면서 날 수 있었다. 그러다가 다시 여러 차례 날갯짓으로 그 높이에 오르는데 그동안에 길렀던 날개를 크게 펼치고 공기의 부력을 이용하여 힘껏 날갯짓을 하면 되었다. 공기의 부력은 날개를 담는 것이다. 재차 허공을 움켜쥐며 마음껏 하늘을 휘저을 때마다 날개 깃에서 바람의 소리가 들려왔다.
  “웅……. 웅…….”  
  자유자재로의 비행.
  마음먹은 대로의 조정.
  원하는 곳으로의 여행.

  나침판은 자신의 부리에 달렸으므로 자석이 북쪽과 남쪽의 방향을 가리키듯이 부리가 남과 북을 느끼게 했다. 허공에 떠서 날개를 흔들면 그것이 대수였다.
  새로운 세계로…….
  지상이 내려다보이는 풍경은 이제 전혀 이상하지 않았으며 이따금 자신을 따라 뒤로 무리지어 날아가는 동료 오리들을 뒤돌아보곤 하였다.
  가장 선두에서 나는 지형을 찾아 무리를 이끌고 있었던 것이다.

   날개가 달린 것처럼 하늘을 부여잡고 창공으로 치솟았으며 깃털 하나하나마다 공기를 끌어안고 있었다. 그것은 물에 손을 담그고 수영을 하는 듯한 기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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