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디지털 인쇄로 책을...

     ---리룩스서버컴퓨터 백업

  공개 자료실 

 文學위의 文學 출판사입니다. PDF로 전환하여 복사기로 책을 만듭니다. 자세한 내용은, '디지털 인쇄'에서 확인해 보세요!

날아가는 오리 (2)



..

        
                        1
  얼마 되지 않아 도착한 군부대는 내게 또 다른 느낌을 부여하였는데 그것은 바둑판처럼 짜인 도로를 사이에 두고 부대별로 병사와 구역이 나누어진 또 다른 거대한 도시였다. 이번에는 군인들이 집단을 이루며 도시를 형성한 것이 다른 것이지만…….
  “필승!”
  팔각형의 위병소에서 헌병이 지켜 서서 받들어 총을 하였는데 그는 병장이었다. 정문부터 군부대라는 사실이 다시금 주눅이 들게 했다. 낯선 풍경이 바둑판처럼 펼쳐진 부대에 들어설 때는 날이 완전히 밝았으므로 앞서 어둠 속에서 받는 충격적인 느낌은 없었다. 위병소를 통과하여 연결된 도로변에 포플러(미루나무와는 다름. 쭉쭉 하늘을 향해 솟아 있음)나무가 지평선 끝까지 늘어 서 있고 그 도로와 접한 부대가 마치 파노라마처럼 이어졌다.
  하늘에서 바라보면 플라타너스 숲과 은폐를 위해 위장 천으로 가려진 초원지대처럼 보일 것만 같은 도로. 위장무늬가 칠해진 병사. 하나의 건물들은 중대가 기거한 건물들로 각기 대대급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그러므로 그 중앙에는 식당과 함께 뒤편에 P. X, 강당, 목욕탕 같은 부대시설로 건물을 활용하였는데 그것은 나중에 부대에 배치받으면서 알게 되었다. 지금은 입구에서 늘어서 있는 각 부대의 건물과 그 시설들의 웅장함만을 스치듯 지나치고 있었던 것이다. 이윽고 군용 트럭들은 비어 있는 건물로 들어섰고 그곳에 우리를 내려놓고 떠나갔다. 우리는 그 병사(兵舍)가 임시로 빌려 쓰는 건물이라는 사실을 나중에야 알았다.
  해군과 함께 진해 훈련소에서 4주간의 전반기 훈련을 끝내고 후반기 훈련을 받으려고 포항의 해병대 군부대로 이동을 해 왔지만 공교롭게도 훈련소가 마련되지 않은 듯싶었다. 우리가 후반기 훈련 내내 다른 병사(兵舍)를 빌려 썼으므로 그 부대가 복귀하게 되면 다른 부대의 빈 건물로 철새처럼 옮겨다니는 한마디로 낙동강 오리 알 신세였다. 물론 27년이 지난 지금은 훈련소 막사가 별도로 마련되어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다만, 그때처럼 진해에서 포항까지 완행열차를 타고 이동하는 무서운 일이 없을 테지만…….
  5개월 훈련 기간 중, 두 번이나 병사를 바꿔 다녔지만 그 당시에는 그런 이유조차 알지 못했었다. 물론 지금은 훈련소 건물이 별도로 신축되어 있으리라 믿는다. 그렇게 옮겨다니게 된 불편함에도 철새처럼 빈 건물들을 장소를 옮겨다니게 되었으므로 새로운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던 점은 오히려 좋았던 것 같다.
  이처럼 사단급의 군부대는 거대한 도시를 연상케 했다. 바둑판처럼 짜인 도로를 사이에 두고 부대별로 병사와 구역이 나누어지면서 그 끝은 정문의 위병소와 연결되었는데 가로세로 놓인 도로변에는 오십 년 수령의 포플러가 하늘을 찌르듯이 늘어 서 있었다. 바람이 불면,
  “윙……. 윙……. 우수수!”하는 소리를 내었다.
  그런 포플러가 군부대를 둘러싸고 있었으므로 하늘에서 바라보면 은폐된 군부대가 보이지 않을 것 같았다. 그러나 도로를 따라 위장무늬가 칠해진 병사, 막사, 연병장, 훈련장, 수송부대, 기갑부대, 포병부대, 수륙 양륙 장갑차와 탱크들을 볼 수 있었다. 또한, 부속 건물들인 병원, 극장, 교회, 절, 등과 마지막으로 넓게 펼쳐진 비행장이 위치하였다. 중앙로에서 동남쪽으로 방향을 틀게 되면 각종 훈련장이 위치하였는데 그중에 공수 훈련장에는 커다란 연못이 있었다. 부대의 가장 한적한 야산으로 둘러싸인 인적이 드문 지역이었다. 끝없이 펼쳐진 대평원의 중앙에 타원형의 늪지대를 연상시키는 연못이 위치하였다. 부대의 오물들이 하수도를 끼고 이곳 연못에 고였다. 그곳에는 오리들을 풀어놓아 길렀는데 훈련을 받다가 연못에 들어가 기압을 받을 때면 어김없이 다가왔다. 발에 밟히는 지렁이와 각종 오물이 부유물처럼 떠오르는 것을 먹으려고 유유히 헤엄치고 다녔는데 그때처럼 오리들이 부러운 적도 없었다. 무엇보다 하수도에서 기어다닐 때는 온갖 쓰레기와 음식물 찌꺼기가 발에 밟히고 몸에 묻어날 지경이었는데 특히 오리 똥 냄새는 너무도 지독하고 끈적거렸었다.
  우리가 이제 막 도착한 병사(兵舍)에서 곤봉(군인들이 갖고 다니는 배낭)의 짐을 사물함에 푸는 동안 기상나팔 소리가 울려 퍼지고 맞은편의 보병 부대가 위치한 병사에서는 이제 막 아침 구보를 끝내고 PT 체조 중이었다. 구호 소리가 우렁찼다.
  “하나, 둘……. 세……. 하나!”
  양팔을 아래위로 올렸다 내렸다 세 번씩 뛰면 한 번이 되고 다시 세 번을 뛰면 둘이 되는 구령 소리가 귓가를 간질거렸다.



                      2
  처음에 진해 훈련소에서 대략 삼백 명 정도의 젊은이들이 인산인해를 이루며 마중 나온 사람들과 이별을 아쉬워하며 헤어졌다. 그리고 마침내 한 명, 두 명씩 정문을 들어서자 새로운 세상으로 들어온 것을 체험하면서 적응할 수밖에 없었다. 군대 내에서의 생활은 전혀 다른 것이었으며 그 변화에 대하여 젊은 육체는 받아들이지 못하여 내면에서 비명을 질렀다. 군대 생활은 지금까지의 기준과는 다른 딴 세상이었던 것이다. 우선 군복을 지급받고 나자 두 그룹으로 나누어졌다. 그것이 해상과, 상륙 과로 구분되어 각기 다른 소대장과 조교들을 통해 다른 생활을 시작한 것이다. 그때부터 내 몸속의 육체와 정신적인 시계는 지금까지의 생활에 익숙해진 모든 것을 버리고 다시 적응하도록 생리적인 변화를 시작하게 된다. 이질적인 군인 생활은 너무도 큰 변화였다.
  입대 초기에는 내가 해병대에 입대한다는 사실을 전혀 몰랐었다. 훈련소에 입소하여서 달라졌는데 모든 것을 해상 과를 이겨야만 한다는 사실뿐이었다. 어떻게 그렇게 사람이 바뀔 수 있다는 사실을 19세의 나이에 이해한다는 것은 도저히 불가능했다. 그 당시에는 모두 그렇게 훈련소에서의 생활은 무작정 따를 수밖에 없는 자신보다 외부의 환경에 변화를 하게 되는 것을 최고로 쳤다.
  해상과, 상륙과는 축구를 하건 연병장에서 각개전투를 하건 서로 다른 부대로 구분되어 경쟁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것은 병무청에서 지원 서류에 ‘해상과’, ‘상륙과’로 구분을 한 것이었지만 매우 이례적으로 변하였다. 당시 병무청의 서류에 상륙 과로 동그라미를 친 것에 불과한 것이 군대생활 전반에 관하여 커다란 영향을 준 것이다. 사실 군대에 들어오면 모두 같은지 알았었다. 정문을 통과하기 전까지만 해도 모든 입소자들이 같은 시간대에 입대하는 동기생들인 줄 알았다. 정문을 통과한 직후 하늘과 땅처럼 서로 등을 돌리고 경쟁했으며 다른 길을 걷기 시작한 것이다. 만약 두 사람의 친구들이 함께 입대하여 서로 다른 곳에 편성되었다면 그들은 완전히 달라진 자신의 모습에 비애를 느낄지도 모른다. 참으로 다행인 것은 내가 친구가 없었다는 점이었고 19세의 나이에 무작정 지원하여 군대 경험을 하면서 많은 느낌을 받았다는 사실이다.

  모친은 내가 군대에 가는 것에 동의는 했지만 힘들다는 사실을 아는 듯싶었다.
  “훈련소가 가장 힘드니까 꿋꿋하게 버텨야 한다. 돌아올 생각 말고…….”
  나는 돌아오지 말라는 말에 대하여 그때까지도 몰랐었다. 군대에 입대하여 꿀처럼 달콤한 그 유혹에 빠져 버리지 않은 사실을 지금도 자랑스러워한다.
  “훈련이 자신에게 맞지 않고 불만인 훈련병은 언제든지 돌아가도 좋다! 다시 한 번 묻겠다. 돌아갈 사람은 나와라!”
  “…….”
  훈련을 받는 과정에서 낙오되는 사람은 다시 집으로 돌아갔으며 그는 나중에 육군 영장을 받는다고 했다.
  진해 훈련소는 해상과, 상륙 과가 나누어져서 훈련소 내에서 구분됐다. 그런데 해상과는 상륙과는 전혀 경쟁이 되지 않았던 것이다. 그렇게 전반기 훈련 4주 동안 우리는 내내 해군들을 이겼으며 또한 후반기 훈련으로 진해 훈련소를 떠나 다른 곳으로 출발했다. 우리는 진해 역에서 야간열차를 타고 출발하여 새벽녘에야 포항제철소에 도착했던 것이다. 여기에서 나는 불과 1개월밖에 되지 않은 훈련병에 지나지 않았다. 79년도 1월에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4월에 입대하여 현재 5월 초 순이었으므로 애송이 초년병에 불과하였다. 그러나 나는 이 부대에서 제대할 때까지 30개월을 보내고 제대하였으며 많은 애환을 지닌 꿈에 그리던 모태(母胎) 같은 곳이었다. 또한, 위에 있는 그림에서 연못이 있는 공수 훈련장에서의 훈련은 힘들고 고되었지만 많은 추억을 남기게 된다. 무엇보다 집오리들과 함께 비행기에서 뛰어내릴 때의 그 아름다운 비상을 나는 잊을 수가 없었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25 '디지털 인쇄'로 책을 만들려는 진정한 이유 문학 2008.09.20 2660
124 여우님에게 책 한 권 보내 드릴께요(2)! 문학 2008.08.29 2657
123 여우님에게 책 한 권 보내 드릴께요! file 문학 2008.08.26 2737
122 날아가는 오리 (2) file 문학 2008.06.26 3486
121 '날아가는 오리 2' 편이 책으로 나오기까지...(4) file 문학 2008.02.27 3684
120 '날아가는 오리 2' 편이 책으로 나오기까지...(3) file 문학 2008.02.26 3130
119 '날아가는 오리 2' 편이 책으로 나오기까지...(2) 문학 2008.02.26 3275
118 '날아가는 오리 2' 편이 책으로 나오기까지... 문학 2008.02.26 2708
117 드디어 책이 나오다.(3) file 문학 2008.02.18 3073
116 7절. 포장부에서... 문학 2007.10.14 3008
115 6절 포장부서로 자리를 옮기다.(3) 문학 2007.10.12 3524
114 3절. 이상한 소리에 끌려 여자 목욕탕에 들어가다. file 문학 2007.10.07 5236
113 2절. 법조계 숙부와 양식기 사장 간의 밀월 관계 문학 2007.10.07 3657
112 제1막 3장. 양식기(洋食器) 공장에서 일을 한다. 문학 2007.10.07 3705
111 2절. 금강(錦江)에서 친구와 함께 야영을 한다. 문학 2007.10.06 3312
110 제1막 2장. 봉제 공장에서 저임금과 임금 체납에 시달렸다. 문학 2007.10.06 3498
109 4 절. 비상(飛翔) 문학 2007.10.05 2954
108 3절. 막타워에서 공수훈련을 받다. 문학 2007.10.05 3818
» 2절. 사단급의 군부대는 군인들로 이루어진 도시(都市)였다. file 문학 2007.10.05 3166
106 1절. 군대 훈련소에서 후반기 훈련 file 문학 2007.10.04 339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