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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아가는 오리 (2)

1절. 군대 훈련소에서 후반기 훈련

2007.10.04 17:49

문학 조회 수:3399 추천: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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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막 1장. 비상(飛翔)    

  1절. 군대 훈련소에서 후반기 훈련을 위해 도착한 매머드 같은 거대한 공장

  거대한 매머드(mammoth-신생대 제 4기 홍적세의 거대한 코끼리)같은 공장지대. 검은 어둠을 뚫고 안개에 휩싸인 웅장한 건물들이 숲을 이룬 곳에 기차가 미끄러지듯이 멈춰 섰다. 새빨간 녹슨 고철 덩어리들이 산처럼 둘러싸인 곳이었다.
  “끼이-익!”
  긴 쇳소리가 마찰음을 내면서 쿵쾅거리는 육중한 건물들 사이로 울려 펴졌지만 그 소리는 이내 더 큰 공장 돌아가는 소음 소리에 묻혀 버리고 말았다. 건물 속에서는 거대한 쇳물 바가지가 천정의 호이스트를 타고 움직이다가 한 지점에서 멈춰 서고 나더니 바닥을 향해 쏟기 시작했다. 폭포수처럼 흘러내리는 붉은 액체가 떨어져 내리는 곳에서는 이내 하얗게 수증기가 솟구쳐 올랐다. 그리고 압연기 속으로 흘러들어가면서 철판이 눌려져 나왔고 그 철판들이 여러 차례 로라 사이를 타고 다니자 엷고 긴 강판이 되었다. 연이여 다른 작업장 속에서도 쇳물이 녹아 흘러내리고 하얗게 수증기가 솟구친다.
  흡사 그런 전경들이 마치 검은 괴물 속으로 새빨갛게 피가 뚝뚝 흐르는 고깃덩어리를 집어던져서 먹이는 주는 것처럼 보였다.

  6개월의 훈련 과정 중에 진해 해군 훈련소에서 4주간의 전반기 훈련을 끝내고 후반기 훈련을 하려고 기차를 타고 새벽녘에 도착한 곳은 군부대처럼 보이지 않았다. 검고 어두운 잿빛 하늘과 새벽 안개에 휩싸인 낯선 풍경은 붉은 녹으로 뒤덮인 고철 더미와 매머드의 건물이 풍경으로 바뀐 산만(散漫)한 폐허 속의 미래 도시 같았다. 미래에나 있을 법한 육중한 기계들이 로봇처럼 움직이는 건물 속에서는 쇳물이 끓고 폭발하자 불빛이 치솟아 올랐다. 또한, 지붕 위로 하늘을 찌르듯이 솟구친 검은 굴뚝 위로 시뻘건 불길이 연방 솟아올랐는데 그 빛이 하늘을 향해 토해내는 괴물의 트림처럼 느껴지고 있었다. 모든 게 크고 웅장했으며 쇠를 녹이는 용광로에서 뻘겋게 불빛이 새어 나왔으므로 그것이 마치 거대한 육식 공룡이 웅장하게 서서 다른 공룡을 잡아먹고 있으며 새빨간 피가 분수처럼 솟구치는 것 같았다. 이 거대한 제철소는 정말 끔찍할 정도로 무서웠었다. 처음에는 죽음으로 이르는 지옥의 불구덩이에 온 본 것처럼 시뻘건 쇳물과 붉은 불기둥 같은 것을 보면서 공포를 느꼈음을 실토하지 않을 수 없다. 야간에 도착한 포항 제철소는 공포 그 자체였었다.

  내가 포항제철에 대한 선입견은 그렇게 생각됐는데 군대를 제대하기 전까지 <제주도 전지훈련>, <팀 스프리트 한미 합동 훈련>, <상륙 훈련> 등을 할 때도 또한 이곳의 부두 시설을 이용하여 해군의 상륙함과 군함에 탑승하기도 했었지만 처음에 보았던 그런 공포감은 들지 않았다. 그렇지만, 제철소의 웅장한 기둥에서 뿜어져 나오는 붉은 불꽃은 밤새 피어올랐으며 멀리 떨어진 부대에서도 볼 수 있었다. 그만큼 거대한 매머드의 제철소는 두려움과 설렘 속에 새로운 세계라고 커다랗게 내 마음속에 각인시켰음을 밝히고 싶다.
  이 거대한 매머드의 도시를 유심히 관찰한 결과 모든 것은 쇠를 녹이는 용광로, 압연 기계, 주물을 붓는 형틀, 그리고 움직이는 자동 시설들로 들어찬 건물들이 사방팔방의 사내(社內) 도로 양쪽으로 늘어선 모양과 그곳에서 작업하는 작업자들이 안전모를 쓰고 움직이는 모습으로 구분할 수 있었다. 그렇지만, 기계적인 시설들이 더 크고 웅장하였으며 녹여 나오는 시뻘겋게 흐르는 쇳물과 그것을 형틀에 붓는 사람들이 커다란 도르래를 매달고 이동하는 장면들이 건물 출구를 통해 바라보였다.
  나는 불현듯 공포가 몰아치면서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이곳에서,
  ‘혹시, 서바이벌 게임을 하고……. 가적(假敵)들과 교전이 있는 것은 아닐까? 갑자기 왜 그런 생각이 들까?’하고 우려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 시간가량 지났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으므로 안심하게 되었다. 포항제철소 내에 어디에도 적군은 없었던 것이다.  

  크고 웅장한 분위기에 주눅이 들어 있던 우리는 대기하고 있던 군용 차량에 올라탔다. 서서히 이동하는 트럭 밖으로 이 매머드의 공장을 주의 깊게 바라보았는데 문득 거인국 같은 착각이 들었다. 어디선가 거인들이 열심히 용광로에서 쇳물을 녹이고 그것을 두드려 형틀로 찍고 있을 것만 같았다. 서서히 달려가던 군용 트럭은 제철소의 정문을 통과하고 나서 포항시의 외곽지 도로를 따라 한참을 달렸으며 마침내 사단급의 군부대에 도착할 수 있었다.

  대략 30년이 흐른 지금에야 과거의 경험을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웅장하고 거대한 매머드 같은 시설에 놀란 애송이 훈련병이 자신의 존재를 개미와 비교시키지 않았을까? 하는 점이다. 그처럼 육중하고 거대했던 매머드 건물과 시설은 한편으로는 너무도 무섭고 소름끼칠 지경이었다.
  ‘아, 과연 그 공포감은 어디에서 기인했던 것일까? 또한, 춥고 배고픈 훈련병의 시절에는 모든 사물이 또한 어둡고 암울한 법이다. 이런 상호관계가 이상하게 맞아떨어진 듯한 착각을 일으키지 않았을까? 아, 과연 육중한 쇠와 잔뜩 녹슨 황갈색의 고철덩이가 쌓여 있는 포항제철소와 군대는 무슨 관계가 있을까?’하는 의구심으로 멍청한 기분에 한동안 빠져들기도 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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