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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의 초상(肖像)

sample_23.JPG 초상(肖像)[명사] 1. 사진, 그림 따위에 나타낸 사람의 얼굴이나 모습. 2. 비춰지거나 생각되는 모습.

  다른 무엇보다 필요한 것이 좌변기라는 사실을 어제는 왜, 알지 못했던가!

  "화장실까지 못가겠다. 대신 여기에다가 쓰레기 통을 갖다 놔 봐라!"

  모친이 그렇게 지시를 하자, 아내가 화장실에 세워져 있던 쓰레기 통을 뚜껑을 빼내고 대령을(?)을 하자, 그곳에 바지를 벗고 소변을 누우려고 앉았다.

  "병원에서 이런 것으로 깔고 앉아 눕던데... 그게 그렇게 부럽더라고... 그래서 집에 와도 이런 식으로 소변은 봐야할 듯하여서 연습이라고 애야할 듯하다"

  모친은 여간해서 엉덩이를 쓰레기 통에 대지를 못하였는데 그곳이 원형이고 칼날처럼 서 있다보니 엉덩이의 살이 아팠던 모양이다.

  "안돼겠어! 변기로 누워야지!"

  나와 아내는 걱정이 들었다. 10분도 안되어 다시 오줌이 마렵다고 성화인 모친을 바라보면서 오늘 밤에는 잠을 못잘 것 같아서다.

 

  모친은 재활병원에서 퇴원을 시키려고 찾아갔을 때 퇴원하지 않겠다고 떼를 썼었다.

  "나, 더 있다 갈테니까? 그렇게 해 다오!"

  "안돼요! 어머니 여기서 더 있으면 비용이 너무 비싼데 뭐 할려고 더 있어요!"

  "얼만데..."

  "한 달에 이 백만원이요!"
  "그럼, 지금은 얼마 냈느냐?"

  "한 달이 체 되지 않았ㅎ는데... 밸 팔 십만원 병원비가 나왔어요!"

  "그래, 그럼 안 되지!"

  모친은 병원비가 그렇게 비싸다는 사실에 자뭇 놀랐다. 그리고는 이내 자신의 주장을 내세우지 않았다. 그야말로 떼를 쓰지 않는 것이다.

  "할머니는 왜 그런지 떼만 쓰지요! 이제 집에 가서도 그럴려면 아무래도 힘들텐데... 어쩌나!"

  옆에서 함께 생활하던 다른 침대의 아주머니가 핀장을 한다.

  "항상 이렇게 투덜거리나요?" 하고 내가 그 아주머니에게 묻자,

  "왜 그러는지 자주 그렇게 간병인에게 투정을 하곤 했지요! 지금도 그러잖아요! 퇴원을 안 하겠다고 계속 혼자서 중얼 거리지 않나 자기가 조금 양보하여야지 다른 사람에게 투정을 한다고 그게 달라지지는 않잖아요! 그렇죠?"

  "예!"

  하기야 맞는 말이었다.

  환자입장에서 아무리 자신의 입장을 주장한다고 그것이 들어 줄리 만무였지만 왠지 그렇게 나약한 모습의 모친이 안스럽지만 나는 단호하게 거절을 하였던 것이다. 그렇게 돈 얘기를 하여 일단은 무마시켜 놓을 수 밖에 없었고...

  이 문제는 내게 대단히 중요했다.

  우선 돈 문제가 걸려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로인하여 모든 고통과 피해가 고스란히 내 몫ㅇ로 돌아오게 된다는 사실을 나는 받아 들일 수 밖에 없었다.

  이 점은 결코 무지개처럼 아름답지 않은 꿈일런지도 모른다. 모친은 첫 날부터 똥을 싸서 방안에 누비고 다녔기 때문이다.

 

  인간이 어떻게 그런 구속을 받고 살아 나갈 수가 있을까?

  이곳 재활 병원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간병을 받았는데 모두 천차만별이었다. 어느 사람은 10년만에 3억을 쓰고 아내와 이혼을 하였으며 자식들은 거들떠 보지도 않는다는 것이었다. 그렇게 많은 돈을 한꺼번에 쓰게 되니 지금은 알거지로 남았다고 했었다.

 다른 노인네는 자식들이 오도가도 않는다고 체념을 하였었다. 

  모든 게 병원에서도 돈으로 통했다. 있는 자들의 병원 생활은 그나마 간병인도 직접 두고 호화 생활을 했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은 가장 싸구려로 전락을 하여 인식받지 못했던 것이다. 그렇지만 자신이 아직도 부자연스러웠으므로 병원에 더 있고 싶었던 것이다.

  무엇보다 간호원들이 그렇게 하도록 시켰지만 아들은 대번에 화를 내는 것처럼 외면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꼬리를 내리듯이 그 뒤부터는 전혀 그럴 기색을 보이지 못했는데 그것은 어쩌면 자신이 주장하지 못하는 환자라는 점에 기인하기도 했다. 그만큼 요구사항은 관철될 수 없어 보였다.

  아들은 일언지하에 자신의 말을 거절했다. 그것이 약속하다고 생각이 들지 않는 것은 퇴원을 서둘러서 재빨리 병원을 빠져 나가는 절차를 밟았기 때문이었다. 그런만큼 되돌릴 기미를 보이지 않았으므로 더 이상 주장을 하지 못하였다고 할까?

  퇴원 절차를 밟고 아들의 집에 와서 이틀을 보내보지 오히려 싫지가 앖았다. 병원을 떠날 때만해도 내가 왜 그랬지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지금은 더 이상 병원 얘기를 거론하지 않고 싶었다. 그만큼 그 곳에서 생활하던 것이 너무도 비참했던 자신의 처지를 알지 못했지만 지금은 그 당시의 상황이 너무도 끔찍하게 느껴졌다. 그래서 절대 불가를 외쳤고...

  사람은 그토록 잔인해 질 수 밖에 없는가 보다.

  아마도 그 병원 신세를 한 달간 지면서 그곳에서만이 최대한의 배려였고 모든 것을 체념했었다. 그렇지만 지금은 전혀 달라 보였던 것이다. 그만큼 그곳 생활에서 이제는 자유스러움을 깨달았던 것이다. 참으로 간사한 인간의 마음이었다.

  그 당시에는 자신이 조금만 자유스러웠으면 싶었었다. 그런데 점차 나아지면서 더 많은 욕심을 내게 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