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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의 초상(肖像)

sample_23.JPG 초상(肖像)[명사] 1. 사진, 그림 따위에 나타낸 사람의 얼굴이나 모습. 2. 비춰지거나 생각되는 모습.

아들과의 관계 (7)

2006.01.15 11:06

문학 조회 수:4020 추천:2



  어머니의 초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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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머니의 초상'에서 밝히겠지만 모친의 모습은 초연했다. 나의 유년시절 모친은 빛이었고 태양이었다. 반면에 부친은 어둠속의 태풍과도 같았다. 폭군이었으며 혼란을 가중시키는 구심점이기도 했다.
  "왜, 밖에 나가서는 말한마디 제대로 못하는 위인이 집안 호랑이일까?"
  모친은 그렇게 말하였고,
  "네가 너무 독하고 돈만 먹는 귀신이여서 그렇다!"
  부친은 그렇게 따지고 들었다. 사실상 가장으로서 돈을 제대로 벌어온 적이 없는 부친의 말주변은 항상 그랬다. 폭력을 일삼고 욕지거리를 해대는 게 능사였으니까? 여자로 보아서는 기구한 운명이었다. 설상가상으로 부친은 알콜 중독자였는데 모친이 일찍 죽고 누이에게 의지하여 컷던 탓에 모정의 따뜻한 애정을 받지 못하여 늘상 단순한 판단을 하였고 심열을 기울이지 못하였으며 항상 유혹에 약한 불안한 어린시절을 받은 영향이 성인이 된 상태에서도 그대로 굳어 버린 것처럼 느껴졌다. 정서적으로 늘 불안했던 것이다. 한편 모친은 순박한 시골 처녀였다.  
  "지금 같아서는 못산다... 애들 때문에 그렇게 모질게 참았으니 나도 바보지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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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식에 대한 이해부족 때문일까?
  겨울방학 중에 올 해부터 고등학교에 진학하는 아들에 대하여 심한 불만을 드러내지 않을 수 없었다. 방학 내내 잠으로 일관해오는 게으른 행동에 대하여 나는 어떻게 하지 못하는 무능함을 드러낼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내가 부모에게 얼마나 불효를 했었는지 심히 깨닫는다.
  아들의 게으름의 극치에 대하여 도무지 간섭하고 싶지 않는 이유가 무엇일까?
  '그것은 어린 날의 내 모습이 아닐까?' 하고 생각했다. 거울 속을 들여다 보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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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열 아홉 해에 그녀는 언덕에서 봄나물을 뜯고 있었다. 푸르게 새싹이 돋기 시작하는 둑방길을 따라 광주리를 들고 다래, 냉이, 쑴바귀을 찾아 다녔다. 그래도 따뜻한 봄이 좋았다. 눈에 보이는 푸릇푸릇한 새싹 사이에 잡풀을 젖히고 오른 손으로 칼을 들이밀고 왼손 엄지와 검지로 나물의 몸통을 살며시 들어 올리면서 땅밑에서 밀어 올렸다.
  "쑤우-욱!"
  "냉이 좀 봐!"
  하얀 줄기 뿌리가 미끈하게 빠져 나오면서 마치 자신을 보면서 방긋 웃는 것만 같았다. 냉이를 뽑을 때마다 그녀는 꼬르륵 거리는 배를 부등켜 안아야만 했다. 입안에서 군침이 돌면서 싸아한 냉이국이 새악났기 때문이다.
  보리 고개는 늘상 힘이 들었다. 굶주림의 끝이었기에... 가을의 풍성한 성찬은 이쯤에서 모두 동이나고 나물을 캐서 보리가루와 함께 먹어야만 했다. 그녀는 이제 겨우 열 아홉의 꽃같은 나이였다.   

  "제철을 만났나 보지!"
  "그래, 봄이 아녀! 순돌이도 장가간다지 아마!"
  "기지배 너 순돌이 좋아 하지 않았냐?"
  따뜻한 햇살이 얼굴을 간지럽히고 있었다. 시샘이라도 하려는 듯이 겨울 바람이 아직 남아 있는 골짜기를 타고 불어 왔다. 등에는 찬 바람을 맞으며 햇살이 비치는 양지 바른 논둑길과 강변의 둑길을 친구들과 잡담을 하면서 나무를 캐는 재미가 그럭저럭 마음을 부풀게 하였다.
  "너희들 도회지에 가서 살고 싶지?"
  신자라는 애였다. 이곳 동리는 거의가 같은 집안의 친척들이 살았으며 서로간에 아줌마 아저씨뻘의 먼 관계였지만 아이들끼리는 그나마 허물없이 지내곤 했다.  
  "시골 촌구석보담 나지 않아..."
  "간난이는 어때?"
  "두말하면 잔소리지!"
  "까르르 저 년 말하는 것 좀 봐!"
  "벌써 물이 올랐지..."
  "까르르..."
  소녀들의 웃음 소리가 들녁을 가득 체우고 있었다.  
              
                -어머니의 초상 중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