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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의 초상(肖像)

sample_23.JPG 초상(肖像)[명사] 1. 사진, 그림 따위에 나타낸 사람의 얼굴이나 모습. 2. 비춰지거나 생각되는 모습.

모친의 문제 (2)

2014.10.03 08:10

文學 조회 수:530

2. 울타리 콩

 

 동네 마을회관 앞의 운동기구 옆에 담처럼 쳐진 초록색의 철망 울타리.

  그 앞의 육각형 모양의 나무 정자가 위치하였고 바닥은 시멘트로 둘러쳐져서 깨끗해 보였다.

  모친은 집에서 불과 500여미터 떨어져 있지 않은 이곳에 자주 왔다. 하루에도 오전 오후를 정자에서 다른 두 명의 남자들과 보냈던 8월과 9월에 어느 정도 안면이 있는 남자 노인들과 처음에는 잘 지내는가 싶었다.

  10월이 되었는데 날씨가 쌀쌀해 져서 이곳 정자에 나와 있던 남자 노인들은 마을 회관에 들어 가게 되었으므로 어머니가 혼자서 쓸쓸하게 서 있는 경우가 많아졌다. 마을회관 안에는 남녀 방이 따로 있었는데 그곳에 여자는 누워서 잠만 잔다고 해서 어머니가 어울리지를 못하였다. 그래서 답답하다고 밖에 나와서 운동기구와 정자에 올라와서 앉아 있곤 했었다.

 

  문제는 울타리에 올라온 콩나무에서 꼬투리가 달린 콩을 한 주먹씩 따는 모습을 여러 차례 동네 노인들이 목격하여 그것을 이상하게 생각하여 나를 찾아와서 못하게 만류해 달라고 노인회장이라는 사람이 충고하면서 일어 났다.

 

  어제 한 씨라는 사람이 공장 안에까지 들어 왔는데 나는 이상하게 생가하여 인사를 하고 용건을 물었다. 동네 사람들 중에 가끔씩 내게 부탁을 하여 자신들이 어려운 점을 해결하는 경우가 있었는데 대부분 간단한 것을 노인들이여서 하지 못하여 고쳐 달라는 게 고작이었다. 전기 소켓이라던가 형광등을 교체하는 것 등이다.

  "무슨 일로... "

  "어머니에 관한 것인데... 동네 운동기구 옆에 울타리에 걸쳐 있는 콩나무에서 무허가로 콩을 마구 췌치하여 도둑 소리를 듣는 것에 대하여 어떻게 생각하시오"

  "예, 그런 일이 있었습니까? 알겠습니다. 그렇게 하지 못하도록 주의를 주도록 하겠으니... 염려 마시고 돌아가 계십니시요! 아참 그리고 그런 일을 자식 놈에게 말씀해 주시니... 제가 그런 것처럼 미안하고 죄송합니다. 앞으로 그러지 않도록 주의를 주지요! 고맙습니다."

  그렇게 말하는 게 아닌가!

 

  그 뒤, 나는 모친을 찾아 나섰는데... 

  동네에는 노인들이 많이 살고 있었지만 대부분 집에서 기거할 뿐 마을 회관에 찾아오는 노인들은 네 다섯명으로 정해져 있었다. 그들은 여자들은 마을 회관에서 남자들은 정자에 나와 있었지만 날씨가 선선해 지면서 모두 마을 회관으로 들어갔지만 모친만은 집에서 심심하다고 나간 뒤에 혼자가 되어 외통이처럼 정자와 운동기구를 서성이게 되었을 것이다. 그리고 울타리에 담쟁이처럼 쳐진 울라티콩에서 콩깍지가 알록달록 물들고 익어가게 되는 것을 바라보다가 처음에는 호기심으로 한 두 개 땄을 터였고 점점 더 많은 콩을 손에 가득 쥐었으니 이상한 눈으로 의심스럽게 바라보았을 터였다. 멈추지 않는 콩서리를 황 찌 노인은 처음에는 그렇게 별로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고, "왜, 그 걸 따느냐?" 고 묻다가 마을회관에서 노인들 끼기 수군대었다는 것이었다.

  도둑질을 하는 게 이상하다. 아무래도 치매같다는 둥...

 

울타리 아래 쪽은 높이가 낮은 밭으로 가로 놓여 있었고 그곳에서 올라온 울타리콩이 철망을 타고 올라와서 서로 엉키설키 뒤엉킨 체 장벽을 이룬 듯 보였다. 가을이 되면서 이 콩나무에서 얼룩달룩한 콩이 주렁주렁 매달렸었다. 이 콩나무의 주인은 그 아래에 밭주인이었다. 학교 교사였지만 현재는 정년퇴직을 한 뒤에 농사에 전념하고 있었다. 그를 김선생이라고 다들 불렀다. 그런데 모친은 이 울타리에서 손에 쥘만큼 콩을 따서 집에 갖고 온 적이 있어서 아내가 그렇게 하지 말라고 충고를 줬었지만 그 행동을 멈추지 않아서 오늘의 사태에 이른 것이다.

 

  오늘은 아예 콩을 한웅쿰 따가지고 다른 노인들에게 주기까지 했었지만 거절했다는 것이었다. 내가 정자에 가서 확인했는데 정자 난간에 문제의 콩이 놓여 있었다. 몇 시간 뒤에 그 내용을 알고 나는 그 콩들 손에 쥐고 김선생 댁에 가서 두 내외에게 사과하여야만 했다.

 

 그런 모습을 보고 80세 허 씨는 내가 일하고 있는 철공소를 방문했다.

 "모친이 이러이러해서 콩을 땄는데 모두들 도둑이라고 흉을 보더라... 그 짓을 다시는 못하게 할 것이며...  어쩌고 저쩌고..." "예, 남의 콩을 땄다고요! 회관 옆의 우라리에 열려 있는... 김 선생 님의 콩나무에서... 예, 잘 알겠습니다. 못하게 혼을 내겠으니... 염려 마시고 돌아가세요! 그리고 그렇게 말씀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그렇게 주의를 받았는데 내용은, <늙은 노모가 치매가 걸리지 않았느냐? 그렇지 않고 어떻게 남의 콩을 상습적으로 따느냐? 앞으로 그렇게 하지 않도록 말씀 드리기 바란다.> 하는 것이었다. 

  "휴... 어머니 왜, 그랳어요!"

  "콩깍지가 너무 예뻐서..."

  "그렇다고 콩을 따면 도둑질이잖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