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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의 초상(肖像)

sample_23.JPG 초상(肖像)[명사] 1. 사진, 그림 따위에 나타낸 사람의 얼굴이나 모습. 2. 비춰지거나 생각되는 모습.

"에구, 어쩌다 이렇게 되셨어요?"

"뇌경색으로 쓰러 졌는데.. 그만 거동이 불편하여 답답해 죽겠는데 나 좀, 살...려... 주세요!"

 

마암리 동네 앞에 있는 운동 기구에서 돌아 나오면서 갑자기 보행기의 방향을 바꾸더니 정자나무 아래에서 이쪽을 유심히 바라보던 두 명의 아주머니쪽으로 다가가면서 하는 소리였다. 나는 4 바퀴가 달린 보행기의 손잡이 높이 조절을 다시 해 준 뒤에 집까지 대략 500m 쯤 떨어져 있는 거리를 곧장 가도록 종용할 참이었다. 그런데 내 명령(?)을 무시하고 방향을 바꿔 버린 것이다. 그리고는 다짜고짜 두 사람에게 다가더니 하는 소리가 그랬다. 살려 달라고...

마치, 물에 빠진 사람이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이 이런 것일까? 도무지 앞뒤 분간을 하지 않고 아무에게나 하소연을 늘어 놓는 모친의 모습을 보면 어이가 없어진다. 

  병원에서 퇴원하던 날 옆 침대에 앉아 있던 다리에 기브스를 하고 앉아 있던 50대쯤 보이는 아주머니도 그런 소리를 했었다.

  "매일 저렇게 투정만 하고... 무얼 아쉽나 계속 신경성 사소연만 늘어 놓아요! 이제 그만 할 때도 되었건만... 집에 가자는데 왜, 저렇게 안 가겠다고 버티는 건지..."

모든 경향을 참작해 볼 때 노모는 대단히 정신적으로 산만해진 게 틀림 없었다.

 

그녀 자신은 어떤 심경 변화를 갖고 있는가!

이 장에 같은 내용으로 올린 내용 중에 어쩌면 다른 편린이 있을 수 있다는 점이었다. 한마디로 두 가지의 관점으로 사물(현실을)을 직시할 수 있다. 하나는 아들의 심정으로 노모를 바라보는 것과, 두 번째는 노모 입장에서 자식을 바라보는 관점이었다. 그녀 입장으로서는 그나마 다행스러웠지만 사실상 모든 게 달라 보였다.

  하지만 그것은 자신의 몸을 치단(놀리다, 움직이다. 관리하다)하지 못함으로 인하여 자식들에게 폐를 끼치게 된 점이 무엇보다 싫었다. 그 전에는 혼자서도 잘 할 수 있는 일이 이제는 남이 도와주지 않는다면 할 수 없게 되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자식에게 의지할 수 밖에 없었는데 그게 마음처럼 시원한 게 아니었다. 모든 걸 도와주지 않았다. 물론, 병원에서도 그랬었다. 자신의 몸을 꽁꽁 묶어 놓고 밤에는 지저귀를 체워 놓은 체 잠을 자도록 종용했었다. 하지만 잠은 왜 그렇게 길었던가!

  "오줌을 누우려고 하면 기저귀를 체워 놓고 누워서 천정을 바라보면서 힘을 줘도 나와야 할 말이지... 그렇게 몇 번을 싸고 나면 답답하고, 축축하고, 도저히 견딜 수 없도록 서러운 거야! 그런 병원 신세가 처량하기도 하고 밤은 깊고 잠은 오지 않고.. 죽는 줄 알았다니까?"

  "그런데, 다시 그런 병원에서 더 있겠다고 쌩 떼를 썼어요?"

  아들은 괜히 그래보는 투로 말했다. 그런데 자신의 반응이 놀랍다.

  "안돼! 병원은 안 가! 그 때는 화장실 출입을 잘 못해서 너희들에게 신세지기 싫어서 그랬지! 지금은 이렇게 야외용 변기구에 넣고 편한 것도 모르고..."

   "그럼, 병원에 가자고 하지 말아요!"

  "알았어!"

  당장 병원에 다시 가라고 하는 것처럼 펄쩍 뛰었던 것이다.

  그처럼 병원에서 있던 기억을 생각하면 끔찍할 정도였다. 그곳에서는 사람 사는 게 아닌 것 같아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