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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의 초상(肖像)

sample_23.JPG 초상(肖像)[명사] 1. 사진, 그림 따위에 나타낸 사람의 얼굴이나 모습. 2. 비춰지거나 생각되는 모습.

기계 주문이 밀려 있었다.

2019.12.03 09:40

文學 조회 수:43


 1. 이곳 출석체크에서 날짜를 보면 길게 옆으로 누워 있게 보입니다. 그러다보니 한 눈에 들어오는 특징은 빠르게 흐르는 세월을 보는 듯한 느낌입니다. 벌써 12월도 3일이 지났네요. 그 흐른 날짜는 다시 뒤로 가지는 않을 것이고, 사뭇 앞으로만 달려 가는 날짜는 정신없이 한 달을 체워 버리게 될테지요. 얼마 남지 않아 보이는 2019년도입니다. 이제 옆으로 나란히 늘어 놓고 보니 세월의 빠름은 이 한 달로 마감하여야 한다는 안타까운 심정이 듭니다.


2. 기계 제작 일이 다시 두 대나 주문 들어와서 밀려 있었습니다. 그러다보니 지금 작업하는 경기도 대곶의 B.Aam 공장에 납품할 기계에 총력을 기울이게 됩니다. 기계 한 대를 제작하는 데 3개월이라는 날짜가 소요되는 탓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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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불을 둘러 감고 책상 앞에 앉아서 컴퓨터 작업을 한다. 앞에 스텐드가 카메라에 찍혀서 크게 보이지만 저녁과 새벽에는 불을 켜고 모니터 화면을 비춰서 눈을 보호한다. 방 안에 스텐드를 켜 놓고 모니터 화면의 밝은 빛을 차단하여야만 눈의 피로를 막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불 속에서 몸을 빠져 나와 이불을 허리에 둘러 낸 모습은 내게 트레이드마크와 같아 보인다. 그렇지만 이렇게 몸을 보온하는 게 내 나름대의 방식이다. 싸늘해진 날씨에 보일러도 틀지 않고 전기 장판만으로 잠을 자게 되었던 만큼 싸늘한 공기가 몸을 움추러 들게 하였으니까. 이렇게나마 컴퓨터 작업을 할 수 있어서 다행스럽다.  -



1. 이불을 허리까지 감고 책상 앞에서 컴퓨터 작업을 한다.

  지금은 그래도 이렇게 책상을 이용하는 걸 선호한다. 전에는 이불 위에 반상을 펴 놓고 보온 텐트 속에서 앉아서 글을 썼었다.

  추위를 막기 위한 발상.

  이불을 허리에 둘러서 감은 체 책상 앞에 앉아서 글을 쓰는 행동은 무엇보다 오랫동안 컴퓨터 작업을 하기 위해서라고 할 수 있었다. 별의별 희한한 방법이 다 있겠지만 내가 잘 할 수 있는 활용 가능한 시도는 때로는 웃기기도 한다. 중요한 것은 이렇게 해서라도 방 바닥을 탈출하고 책상 앞에 앉게 되었다는 점이었다.

 

  2. 이불을 허리까지 감고 글을 쓰는 시간은 불과 한 두 시간 밖에 되지 않는다. 공장에 출근하여 두툼한 겨울 잠바와 솜바지를 입고 추위와 떨면서 현장에서 작업하여야만 한다는 건 더 힘든 상황을 연출한다. 그만큼 작업 현장이 좋지 않은 상황이지만 야간 작업도 불사하고 있었다.

 

  3. 집과 공장. 이 구분을 하게 되는 이유는 오히려 집에서 이불을 허리에 감고 앉아 있는 시간이 더 유용한 느낌이 들고 공부를 한다는 의미로 편안함과 차분한 느낌이 들지만 실제의 생활은 공장에서 기계 제작을 하면서 외부에 불어오는 찬 공기와 추위로 인하여 악조건일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대부분이라는 점이었다.


  그러다보니 지금의 집에서 글 쓰는 자세가 너무도 편안하고 행복에 겨운 듯 최고의 자세로 비춰 보인다. 그리고 이 시간만큼은 그래도 글을 쓰는 유일한 자유가 보장된다. 너무 많은 글을 쓸 수 없었다. 바로 출근해야만 하였으니까. 우선 책상 앞에서 컴퓨터를 끄고 나면 책을 들고 화장실로 직행한다. 올 해 들어서는 세계 문학 잡지를 읽지 못했다. 대변을 보면서 읽던 책이 <2급 생활 지도사 자격 지침서> 라는 책으로 바뀌었다.  그리곤 지하실로 내려가서 30분 가량 탁구를 기계와 칠 것이다. 그리고 500미터 떨어진 공장으로 출근하여 하루종일 작업에 시달리게 될 것이고...


  4. 얼마나 나는 늙었던가!

  세월이 내 몸에 그어 놓은 흔적. 60세라는 나이에 대한 얼굴 모습이 어느 듯 내게 늙음을 선사한다. 그리고 그것이 표출하고 있는 뚜렷한 주름과 나약해 보이는 모습에서 진정으로 드러나는 뚜렷한 자화상.

  '저 모습이 과연 나일까?' 하고 의문을 갖기도 한다.


  부성잘 수 없는 외부에 나타나는 모습은 때로는 너무 초라하게 늙어 버린 껍데기로 비쳐 보였다. 그러다보니 스스로도 놀라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불현듯 세월이 내 모습을 순식간에 바꿔 버린 것처럼 소스라치게 놀란다. 과거에는 그동안 무엇을 하였는지 돌이켜 보면 <기계 제작>이라는 본업으로 30년 가까운 세월을 보낸 기억이 있을 뿐이었다.


  안정적인 생활을 하기 위해서 헌신한 직업이 내 모습을 젊음에서 늙은이로 바꿔 버렸다는 생각을 하게 되면 그토록 생계를 위해서 종살이를 한 내 몸부림이 얼마나 처절했는지를 알게 된다. 그것이 모두 지금의 현재에도 계속되고 있었으니까. 돈을 떠나서는 단 한시도 살아 나갈 수 없었다.

  하루살이처럼 하루 벌어 하루를 산다.

  그러므로 하루를 쉬면 다음 날에는 굶을 수 밖에 없었다. 그러다보니 최선을 다하고 온갖 수모를 당하면서도 꿋꿋히 내 소임을 다 해 왔었다. 때로는 평탄한 날도 있었고 다른 날은 최악으로 치닫던 날도 있었다. 그 모든 것이 돈에 대한 인간의 욕심으로 인하여 벌어진 일들이었다.

  돈에 웃고 돈에 우는 인생.


  지금도 내게 가장 중요한 점은 돈을 벌어야만 한다는 절대절명의 요구가 모든 것을 수용한다. 출근하여 어제 하던 일을 다시 마저하게 되고 마지막 기계의 제작이 끝나고 납품을 할 때까지는 강행군으로 치닫게 된다. 취위에 벌벌 떨면서 공장에서 난로 하나에 의지하여 작업하기도 하고 때로는 문제가 발생한 부분에 오랫동안 고민하다가 겨우 완성한 새로운 기술을 추가하였지만 그것이 실패로 끝날 공산이 클 때는 끝없이 낙담하기도 한다.

  희로애락이 모두 공장에서 기계를 제작하면서 발생한다. 때로는 거래처에서 대금을 받지 못하여 절망하고 숨어버린 상대방에 대하여 원망을 한다. 사람이 약속을 어기고 밥 먹듯이 거짓말을 한다. 변명을 늘어 놓고 임기웅변으로 위기를 빠져 나가기도 하며 때로는 용서를 빌기도 하는데 그건 모두 기계를 늦게 해 주게된 게 원인이었다.


  받을 돈을 받지 못하고 그래도 정직한 거래처를 만나서 깨끗하게 받아낸 기계 대금으로 다른 곳에서 퇴짜를 맞고 외상으로 밀린 상황에서도 구사일생으로 살아 난다.


  공장을 운영하는 것도 전쟁을 치르는 것처럼 살어름 판을 걷는 것처럼 위태로웠다. 그것은 돈이 없을 때 그랬고 연구한 기계가 다시 되돌아와서 돈을 물어 줄 때가 더 했다.


  5. 이런 모든 것을 떨쳐 낼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글을 쓰려고 하는 열망은 높기만 하다. 하지만 시간이 할애할 수 없어서 늘 고민이었다. 생각은 끊어지고 깊어졌다가 다시 분실한다. 문맥을 이어 나가지 못하고 묻혀버린 뒤에는 다시 구제되지 않을 수도 있었다. 생각은 늘 바뀌었다. 그러다보니 어제 생각도 다시 떠오르지 않는다. 그렇게 수 많은 생각이 꼬리를 몰고 일어 났었는데 다음날에는 지우개로 지워 버린 칠판을 보듯이 전혀 맹탕이다. 아무 것도 쓰여져 있지 않은 칠판 위에 글을 쓴다.

  그리곤 꽉 차게 쓴 글을 저장한다. 그 저장한 글이 다시 읽어 보기에는 시간이 없었다. 문맥을 더 연결하고 싶어도 기회가 주워지지 않는다.


  묻고 또 묻힌 내용과 책의 제목들...

  <날아가는 오리 3(동화)>편이 그랬다. 모두 쓰여진 상태였고 70~90%(퍼센트)가 되어 있었지만 출간하지 않고 있었다. <아, 제주도여!>, <상중>, <어머니의 초상>... 등등이 아직 미완성의 상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