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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의 초상(肖像)

sample_23.JPG 초상(肖像)[명사] 1. 사진, 그림 따위에 나타낸 사람의 얼굴이나 모습. 2. 비춰지거나 생각되는 모습.

아, 어머니 (5) 어머니의 초상

2008.01.17 21:38

문학 조회 수:3530



                                                                 1
  여고 졸업반인 딸 아이가 보름 동안 할머니와 함께 생활하면서 느끼는 점이란 도시 가스가 난방인 전세방에서 살면서도 난방은 물론 온수까지도 쓰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어머니 방이 왜 이래요?"
  차가운 방바닥에 들어선 뒤에 내가 처음으로 묻는 소리였다. 욕조가 고장이 났는데 그동안 용변을 보고 물을 바가지로 퍼 넣으면서 지내던 모양이다. 딸이 불편하다고 하여 찾아가서 교체를 했다. 물이 올라오는 고무 호수가 오래되어 터졌는데 갈아 끼우지 못하여 수돗꼭지를 막아 두웠던 모양이다. 그것을 교체하고 방 안에 들어서자 차가운 기운이 방바닥에 올라와서 앉아 있지를 못할 정도였다.

  4년 전에 부친이 작고한 뒤부터  혼자 사시는 70세륾 넘긴 모친은 아직도 고속터미널에서 운행이 끝난 버스를 청소하는 일을 하고 있었다.
   10시까지 야간 일을 하는 모친은 200여미터의 거리를 걸어서 집으로 돌아 왔으므로 따뜻한 방안에서 하룻밤을 편안하게 잠을 잘 수 있었지만 도시가스가 설치된 방 안에서 전기 장판을 켜고 술을 마신 뒤에 잠자리에 들었을 터였다. 이틀에 한 번꼴로 밤 늦게 우리에게 전화를 하여 아내와 통화를 하곤 했었지만 나는 그럴때마다 그다지 관심이 없었다. 화장실의 변기구가 물이 나오지 않는 것도 15일을 보내던 딸에게 들어서 알던 차였지 않은가!
  그런 나는 불효 막심한 장남이었다. 하지만 내게도 내가 부양할 가족들이 있었으므로 모친에 대하여 무신경할 수 밖에 없었다고 구태여 변명을 늘어 놓고 싶다. 당신이 장남인 내게 부양할 의무를 다하지 못한다고 한탄할지라도...  

                                       2

  간호학과에 원서를 써 넣어야 한다는 나의 엄명에 따라 수능을 보고 그 성적표를 갖고 대전의 대학교 중에 간호학과는 모두 원서를 넣은 딸은 자신의 고집대로 유아교육과를 포기했다. 그렇지만 현실주의자인 내가 졸업후에 100% 취직이 보장되는 간호학과를 선택하게 한 이유는 무엇보다 안정적인 직업을 위해서였다.

  나는 상업고등학교를 졸업하였지만 결코 대학에 대한 미련이 없었다. 그만큼 대학교는 문턱이 높았고 많은 수업료를 지불하는 만큼 취업을 보장하지 못하는 게 현실이었다. 물론 사회적으로 모든 젊은이들이 대학교를 선호하는 게 오늘날의 추세였다. 그렇지만 나는 결코 대학교에 다니지 않아도 만족하고 더 많은 위안을 삼을 수 있었는데 그 시간만큼 사회에 나와 충분한 경험을 쌓았던 젊은 날의 방황을 더 비중있게 바라보게 되었다. 왜냐하면 그 시간에 여러가지 직업을 갖게 되었으며 나름대로 안정적인 직장을 찾아서 노력하여 왔던 만큼 기반을 닦을 수 있었지 않았나 싶다.

  "사회에 빨리 나올 수 있으면 그만큼 시간을 벌 수 있다! 간호원이 부족해서 병원마다 의료보험 조합에게 책정하고 있는 인원이 많이 부족하여 서로 간호원들을 경쟁적으로 모집하는 모양이니 간호원이 되는게 좋겠다!"
  "전, 유아 교육과에 갈래요! 어린애들과 노는 게 놓아서..."
  딸은 자기의 진로에 대하여 언제나 갈팡질팡했는데 한번은 아나운서가 된다고 했다가 다른 때는 인터넷 쇼핑물 창업자가 된다고도 했었는데 여전히 확고하게 뜻을 갖지 못한 상태였으므로 내 말에 수긍하게 되었다.   

  올 해의 간호학과 경쟁률은 70대 1 에 근접하다고 놀라워 하더니 수시 모집에 지원한 모든 학교에서 떨어지고 말았다. 그리고 어제 오늘 발표하는 정시에도 합격은 하지 못하고 50명, 40명의 뒤에 있다는 내용들이었다.

  "괜찮아 합격을 하지 못하면 간호보조학원에 다니면 되지!"하고 내가 더 좋아한다. 왜냐하면 3년제 대학교를 다니지 않고 1년 코스의 간호학원이 훨씬 비용이 적게 들기 때문이다. 그럼, 그만큼 사회에 더 일찍 나와서 많은 것을 배우고 스스로 익히게 될 것이다. 내가 그랬던 것처럼...                                   

                                       3

  어쨌튼 내년부터 딸은 대전광역시에서 생활해야한다는 것을 알았다. 그래서 모친과 함께 보름 동안 생활하면서 연료비가 아까워서 도시가스 보일러를 틀지 않는 다는 거였다.

  "방이 차가운데 보일러 좀 틀지 그래요!"

  내가 벽에 붙어 있는 온도 조절기를 만져서 온도를 높여 놓고 난방 스위치를 넣자 그것을 바라보는 모친의 눈이 바늘처럼 꽃혔다.
  "손녀가 와서 그래도 많이 틀었다!"
  "얼마나 틀었길래요?"
  내가 다시 모친에게 웃으면서 말했는데,
  "이천원 내던 것을 만원 냈다니까!"
  "만원이 많아요?"
  "그래 옆 방의 다른 할머니는 9만원이 나왔다고 하거든...."
  "에구.... 어머니! 제발 돈을 아끼지 마세요! 그게 어디 많은 돈이예요?"
  "그래도, 전에는 이천원 나왔잖아!"
  "그건 기본료예요! 기본료를 내면 하나도 안쓰는 거라고요!"
  나의 역정에 대하여 모친은 여전히 태연자약했다. 그리고 그 눈에 아직 장가를 보내지 않은 막내 아들이 내 눈에 비쳤다.

                                  4

  "네가 대전에서 결혼식을 하면 결혼식 비용은 부조금으로 충당할 수 있는데 왜 인천에서 하겠다는 거냐!"
  "우리가 사는 곳이 인천이고 직장 생활을 하는데 이곳에서 예식장을 잡는 게 어때서요?"
  막내 동생은 당연하는 듯이 말했다. 그렇지만 나는 내심 그게 불만이었다. 4형제중의 막내 동생은 같은 동갑 여자와 현재 열애중이었다. 그렇지만 옥탑방에서 지내왔던 자취방을 청산하고 불과 1개원 전에 인천의 한 오피스텔을 구입하였는데 그것도 모친과 함께 불입하던 기천만원의 돈과 은행 돈을 빌려서였다. 이제는 수천만원의 빚을 진 상태였다. 그런데 자기 분수도 모르고 인천에서 예식을 치룬다는 하는 것은 적자를 눈에 모듯 뻔한 노릇이었으므로 만류하는 것이 당연하지 않겠는가! 그래서 전화를 하여 손익을 따져 보자고 전화를 하였지만 돌아오는 답변은 여전히 절벽이었다.
  "부조금? 그게 얼마나 된다고...."
  "부조금으로 나는 결혼식 비용을 충당했다. 그런데 너는 그것을 외면하고 빚을 져서 예식을 치룬다는 거니?"
  "그래도 여기서 하는 편이 좋아요! 여자도 그렇고...."

   그렇게 막내 동생은 내 의견을 묵살해 버렸는데 이상하게도 지금까지 적자로 살아왔던 그의 인생이 전혀 무관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너무 지출을 많이 했으므로 지금까지 돈을 모으지 못해왔던 것이다. 내 생각과 다르지 않은만큼 더 이상의 권유는 하지 않고 전화를 끊으면서,
  "요즘 사람들은 약아서.... 멀리서 한다고 하면 아무도 오지 않는다! 하루 종일 걸리는데 자기 일을 놓고 찾아갈 사람이 있겠니! 모두 오리발을 내밀고 만다. 멀어서 못간다고...."
  "그래도 할 수 없어요!"

  나는 막내 동생과의 대화를 더이상 할 수 없었다. 어쨌튼 버스 한 대를 대절하여 인천까지 갈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그만큼 손실은 감수해야할 것인데 그게 고스란히 모친이 돌아온다는 점이었다. 그 책임을 또한 멍애로 알고 허리가 꼬부라지게 일하고 냉방에서 생활하는 것이고....

                                       5

  "막내 동생에게 패물비로 500만원을 준다네요!"
  아내가 밤 늦게 걸려온 모친을 전화를 받고 나서 내게 말했다.
  "그 돈을 왜 어머니가 준다는 거지?"
  "그래도 당신 책임이라고 여기는 거 아니겠어요!"
   "아이고... 어머니!"
  그 순간,
  나는 머리에 자꾸만 차가운 방바닥에서 보일러를 켜지 않고 생활하는 모친의 모습이 떠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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