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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의 그늘

2006.03.21 18:56

인내의 바다 조회 수:2440 추천:13




차를 놓고 대중교통을 이용해
토요일에도 출근하는 나로서는
좀 늦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면
곧바로 택시를 탄다.
택시 기본요금 1900원이 아까워
쭈뼛쭈뼛 망설이다가는
출근 시간에 늦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오늘도 그런 상황이 벌어질 것 같은 예감이 들어
망설임 없이 택시를 잡아 탄 것은
너무도 현명한 선택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길이 왜 이렇게 밀리죠?"
내가 기사에게 묻자,
"글쎄, 요즘은 종종 토요일 낮에 시내가 밀리더라구요."
그가 대답한다.
오늘이 토요일인 것을 감안해야 했다.
봄기운을 타고 부쩍 많아진 인파하며
대중교통마다 승객이 가득찬 것을 볼 때면
여러가지 생각이 교차하곤 한다.
"예전에는요, 토요일 오후면 시내가 한산하고
도시 외곽이나 고속도로 톨게이트 부근이 밀렸는데,
요즘은 오히려 외곽 지역이 한산합니다."
택시 기사의 말이 좀 생소하게 들렸다.
사실, 내가 생각하기에도
주 5일 근무제다 해서
많은 직장인들은 토요일도 휴무일텐데
굳이 시내가 붐비는 이유를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경기 탓이지요."
내가 먼저 말을 건네자,
그가 고개를 끄덕끄덕 한다.
"직장인들도 예전 같지 않게 적은 지출에도 많은 고심을 해요.
주말이라고 해서 근교로 마음 편히 나갈수도 없고....."
기사도 내 말에 동의를 한다.
하긴, 요즘 누가 마음 놓고 돈을 쓸 수 있단 말인가.
우리 직장에는 자동차 기름값이 아까워
1시간 30분이 걸리는 시간을 대중교통에서 보내는 사람도 있다.
다만 돈 때문만은 아니라고 하지만,
차를 기분 내키는 대로 끌고 나올 수 없는 시대인 것만은 분명하다.

지하철에는 사람들로 빼곡했다.
침묵의 분위기 속에서 가끔
외로운 벤처 사업가들이 소리를 질렀지만
그것조차 침묵에 밀려 사라지곤 했다.

- 2006. 3. 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