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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사랑을 위하여...(3)

2009.01.31 19:49

文學 조회 수:2898

'처음에는 미약했으나 나중에는 창궐하리라!'mask01.gif

  효순(朴涍順)은,

얼마나 오늘을 기다렸는지 모른다. 온통, 오늘을 맞춰 D-day로 삼고 카운터를 세면서, 한 단계 씩 기다려 왔었다. 그만큼 손꼽아 왔던 날이었다.

  그 사람과 군대 휴가나왔을 때 찍은 사진을 볼 때마다, 그리움에 젖곤 했었던 자신을 돌아보면 못할 것도 없을 것 같았다. 이제 스물 한살이었지만 사랑에 눈을 뜨게 되니 온통 그리움만으로 변하였다. 그리고 그 느낌은 유달리 가슴을 흥분시켰으므로 사리분별이 흐려졌다.

  "얘가, 꽁깍지가 씌여도 단단히 씌었어! 왜, 그래... 누가 너보고 싶다던? 꼭 호드갑을 떨어요!"

  여자 대학교 2학년 같은 과의 단짝 친구는 언제나 놀렸지만 오히려 그런 점이 더욱 고무적으로 자신을 변모시켰으므로 달가워하게 되었다.

  "그를 만나는 날 오백 일(日) 전!"

  "오늘은 사백 구십 구일 전... "    

  그리고 바로 어제, 그녀는 환호성을 질렀다.

  "그 사람 제대 하루 전, 야호!"

  마침내 하루 전 날이 되자 여행을 떠날 준비를 갖추고 집에 전화를 하였다.

  "띠리릭!"

  "탁칵!"

  "여보세요, 조은 인쇄소입니다!"

  착 가라앉은 음성으로 모친이 받았는데 상투적으로 대답하는 말투였지만 한편으로는 인쇄물을 맡기는 사람들을 향한 과장된 애교를 부리는 것같은 억향이 느껴졌다. 일곱 남매의 막내 딸인 그녀는 고생 한 번 하지 않은 부자집에서 모든 일은 순전히 언니들이 다 하는 그런 호강을 하면서 자랐지만 두 딸을 낳고 이제 남편 일을 곧장 거들면서 늙어가는 자신을 많은 동창 친구들과 계 모임을 하면서 수다를 부리는 것을 낙으로 삼는 것처럼 비쳤었다. 그리고 그게 두 딸의 엄마이자 한 남자의 내조자로서 충실하는 길이라고 철떡같이 믿는 그런 보수적인 여인이기도 했다. 자신의 딸이 제주도에 갑자기 여행을 간다고 해도 처음에는 만류하는 기색이더니 이제는 시끈둥하게 반응하였으며 사위가 될지도 모르는 군인을 만나기 위해 면회를 간다는 사실조차 이해하기에 이르렀다. 이것은 딸로서 느끼기에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래도 애지중지 키워서 대학까지 보낸 딸이 아니었던가! 그런 딸이 1년 전 여름 방학 중에 '제주도국토순례걷기대회' 에 참석하고부터는 변해버린 것에 대한 응징을 무관심으로 나타내고 있는것 같았다. 부모의 마음을 박효순은 받아들일 수 없으면 체념하게 된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동물이건 사람이건 통털어서 자식(새끼)들은 어미의 구역에서 벗어나려고만 한다. 그리고 언젠가 닥쳐올 불행을 부모에게 남겨두는데 행여 걱정스럽게 바라보는 체념하여 버리는 불신과 불효에 대하여 전혀 알지 못한다. 그것이 훈날 자신도 자식을 낳고 똑같이 자식들 때문에 속끓이고 배반당할지언정 그 순간 만큼은 깨달을 수 없었다. 만약 그것이 부모의 가슴에 못을 박는 것처럼 고통을 준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자식들은 그나마 나은 거였다. 부모 입장에서는 한결같이 품안에 안고 있을 때가 최고로 행복했노라고 말한다. 그러나 모든 자식들은 부모의 그런 마음을 만분의 일도 헤아리지 않고 자신의 행복을 쫒는다. 그것은 마치 밤이 되면 밝은 빛을 쫒아서 밤새 몸을 부딪히고 새벽녘에는 죽음을 맞는 불나방과도 같았다. 그만큼 부모의 자식 사랑은 위험의 도를 넘는데 최악의 상황에서도 자식들은 죽음조차 불사하면서 곡예를 하는 것이다. 그것이 최선이라도 된다고 믿을 수 밖에 없었으므로 어찌보면 부모와 자식 사랑은 서로 반대가 되었다. 쫒으면 달아나고 기다리면 언젠가는 오겠지하는 억보의 심정으로 기다리는 것이다. 아마도 부처의 심정이 그러할진데 모든 부모는 또한 한결같았다. 단지 자식들이 그걸 모르고 망아지처럼 뛰어 나가려고 하는 것이다.        

  "엄마, 큰 딸..."

  "그래, 웬일이냐! 또 용돈..."

  용돈이라는 말에 철이 없는 그녀가 재빨리 말꼬리를 잡았다.

  "엄마... 그게 아니고... 몇 일 제주도에 가 있을 거예요! 그런 줄 아세요! 그 사람을 만나...함께 가요. 오늘 제대하는데 함께 제주도에 갔다 올께요?"

 

  지방의 작은 소읍(小邑)에서 출판업을 하고 있는 모친과 전화 통화를 하면서 그녀는 처음으로 울었었다. 마침, 한창 바쁜 모양이다. 전화를 받는 모친의 음성이 바쁘니까 나중에 걸자는 핀잔 섞인 음성이다.

  "그래, 기어이 갈 참이구나! 몸 조심하고... 알았지?"

  "예, 엄만! 우리가 세 살 먹은 어린 앤가요!"

  "그래 알았응께 어여 끊자!"

  아침부터 일이 많은가 보다는 생각을 한다. 가내공업식으로 출판사를 하는데 광고업과 겸해서 대학교 근처에서 인쇄소를 운영하는 부모님의 가계는 십년 전이나 지금이나 똑같았다. 신입생들이 들어오고 졸업생들이 바뀐 것 밖에는...

 

  고등학교까지는 그곳에서 학교를 나왔지만, 대학에 들어가면서 여동생까지 서울의 대학교로 입학을 하게 되면서 자취방을 얻자 동생까지 함께 와서, 고향에는 부모님만 달랑 남아 계셨다. 그래서 항시 적적하신 모양인데 일이 바쁠 때는 정신이 없다보니 작업중에는 전화조차 받질 못하신다. 그렇게, 반 승낙을 받아 두니 이제 동생까지 떠 맡게 된 꼴이었다. 만약에 무슨 일이 발생된다면 언니가 뭐했느냐고 지천을 하실 것이 뻔했다.

-수정중-

  가랑잎 회원들인 친구 김 시연(金詩然)도 만류했었다.

  "제주도에서 조금 알게 된 것이 무슨 인연이라도 되는 줄 아냐! 계집애가 몸을 사릴 줄 알아야지... 기어히 그 군인과 제주도에 간다고?"

  "그래... 운명인 것 같아!"

  그녀는 약간 울먹였었다. 슬퍼서가 아니고 그를 만난다는 기쁨으로 주체허고 있지 못하는 자신을 숨기지 못해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