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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제주도의 똥돼지(3)

2009.01.31 20:20

文學 조회 수:3196

 



  사람은 눈처럼 새하얀 산호초로 뒤덮인 모래톱 위를 걸었다.

  검은 바위에 부서지는 파도. 모래사장에 점점히 박힌 검은 바위로 인하여 뱃사장은 사람의 흔적이라곤 찾아 볼수 없는 불모지와 다름 없어 보였지만, 둘이 걷는 호젓함은 더할 나위 없이 낭만적이고 아름다웠다. 저녁 노을이 짙게 바다에 내려 앉아 먼 수평선 자락에 거대한 불덩이를 선사하고 있었다. 이글거리는 태양의 마지막 발악과도 같이 구름에 깔린 또하나의 붉은 파도가 서쪽 하늘부터 밀려 들기 시작하는데, 그 빛의 한 자락이 비쳐 든어, 걷고 있는 해안가에 떨어져 내려 파도에 묻혀 산산히 부서진다. 이따금 물컥 솟구쳐 올랐던 파도는 해안으로 깊숙이 밀려 들며, 검은 바위에 부서져 솟구쳐 올랐다가 함몰하면서 긴 물방울을 떨쿠었다. 파도가 밀려왔다가 사라진 바위의 틈새와 고여있는 물에 따개비가 붙어 있다가 물방을을 빡금거리는지 거품이 일어났다.
 "성함이..."
  그가 겸연쩍게 머리를 극적이면서 이름을 묻자,
  "박효순(朴涍順)이라고 해요! 군인아저씨는 이 준태(李俊太) 하사님..."하고  명찰을 뚫어지게 바라보면서 그녀가 말했다.
    
  "예, 이준태입니다만 시월에 제대합니다. 지금이 육 월달 이니까 사 개월 남았군요!"
  "아, 예..."
  "대학생이시라고요?"
  "예... 서울에 있는 여자대학교 디자인과 일 학년이랍니다!"
  "아, 그럼, 스무 살이겠네요?"
  "예... 그런데..."
  "저도 스무 살입니다!"
  "군인 아저씨들은 나이가 많던데..."
  "고등학교를 일 월달에 졸업하자마자 지원하여 사월에 입대하였습나다. 제 나이 만으로 열 아홉살이였지요!"
  "어머, 나이가 많은 줄 알았어요!"
  "이제 서먹서먹한 게 덜하네요!"
  "호호홋, 그렇군요!"

  그들은 무턱대고 해안가를 거닐었을뿐 마땅하게 갈 곳이 없었다. 군인은 무언가 증표라고 주고 실어서 주머니를 뒤져 보았으나 돈도 없었으므로 마땅하게 가게를 찾지도 않았으로 물건을 사서 줄 형편도 못되었던 것이다. 조개껍지을 주워 그녀에게 주웠다.
  "어머, 소라 껍질 같아요!"
  "저기도 있네요.. 이번에도... 미안해요! 줄게 그것 밖에 없어서..."
  "아니, 군인 아저씨 괜찮아요. 아참, 아까 고마웠어요."
  "뭘요! 당연히 해야할 일을 했을 뿐인데..."
  "얼마나 놀랐는지 지금도 가슴이 쿵당쿵당 뛰어요."
  두 사람은 이제 서먹스럽지 않은 듯 말을 많이했다.

  남자는 모래사장 끝에서 걸어 왔지만, 이제 차들이 다니는 도로로 나가 가까운 거리를 걸어 원래 있던 가옥을 찾아 들면 될 터인데, 다시금 온 길을 돌아서 걷는다. 그녀와 좀더 오래 있고 싶기 때문이다.
  "예....그런데, 군인 아저씨는 어디서 많이 본 듯해요?"
  "글쎄요... 어디서 보았을까요?" 
  군인이 웃음 띤 얼굴로 여자의 손을 잡자 훔찟 놀라며 그녀가 뻔히 얼굴을 올려다 본다. 
  목까지 오는 키였다. 그렇지만, 똥똥한 채구가 의외로 알차 보임은 왜일까? 또한 둥그스름한 얼굴에 뽀안 살결은 인형처럼 티하나 없이 맑아 보였다. 무엇보다 두 눈은 총명하게 맑고 그 눈에서 사랑의 그림자를 언듯 보았던 것처럼 우수에 깃든 축축히 젖은 고전적인 한국 여인의 느낌이 들었다.
  "정말이예요. 처음 보았을 때에도 싫지가 않았어요. 믿음직하고 구릿빛으로 탄 피부가 정말 정열이 넘쳐났으니까요."
  "...."
그녀가 이젠 입을 다물었다. 천천히 무언가를 따져 보는 눈치였다.
"고등학교 밖에 나오지 않았는데......"하고 남자는 침묵을 깨트리며 말했는데 오랫동안 생각해온 자신의 속내를 드러냈으므로 얼굴이 붉어 졌지만 그녀는 보지 못했다. 이미 주위는 어두워져 있었기 때문이다.  
  "..."
  이번에는 그녀가 말을 중단시켰다.
  "그러면 어때, 가서 말을 걸어 봐. 믿져봐야 본 전이 아닌가 못먹는 감이라면 찔러나 보라고...."
  민가에서 나오기 전에 동기(同期)가 그를 부축이면서 하던 말이었다. 
  그래서 데이트 신청을 하고 함께 나오게 되었는데 불과 한 시간 안에 돌아 가야만 했다. 지금으로서는 그녀와 함께 걷자는 것이 꿈처럼 느껴졌다.
  "저어... 아가씨 저와 밖에 나가 얘기 좀 할 수 없을까요?"
  그렇게 그가 부탁하자,
  "그럼, 그럴께요!"하며 권유에 못이기는 체, 따라 나왔던 것이다. 옆에서 그녀의 동생이 웃으면서 비꼬듯이 말했다.
  "언니, 데이트 신청인가봐! 호호홋"
  그녀보다 여동생이 더 놀라는 듯 싶었다.

  모두들 이 준태(李俊太)가 여학생에게 데이트를 신청하는 사실에 일제히 관심을 기울이는 것 같았다. 마당에서 멍석을 깔고 상을 펼쳐놓고 음식을 먹던 군인과 서울에서 구룹을 만들어 제주도 국토순례를 한다는 '가랑잎' 단체 회원들도 놀란 표정들이었다.
  그녀조차 화들짝 놀라면서 입을 벌렸으므로 그는 자신이 실수하오 있다고 생각하고 후회하기 시작하였다. 그 짧은 순간 위기를 모면하듯이 여자가 한 마디 했다.
  "좋아요!"
  변소에서 부축해준 남자에게 챙피했던 것을 다시금 보이는 것처럼 자신의 몸을 한번 내려다 본다. 혹시 또 바지 끈이 끌려져 있지 않았나 싶어서 일까?
"밖에서 기다리겠읍니다!"
  그가 챙피한 기분으로 그렇게 한마디를 던지고 먼저 돌담이 있는 대분 밖으로 나가 해안가를 바라 보고 있는데, 그녀가 옷매무새를 단정하게 하고 나왔다.
  펑퍼지한 파란 치마과 흰 색 T샤쓰 차림인데, 등 뒤에 제주도 탐사란는 글씨가 써 있는 걸로 봐서 단체복인 모양이었다.
얼굴에 약간의 화장을 했는데, 눈썹에 그린 검은 연필자국이 짙다. 
  "육지에서 훈련을 하기 위해 한라산 중턱에 텐트를 치고 생활하고 있읍니다. 이렇게 나올 수 있는 것은 일요일 뿐이지요."
  "그럼, 얼마나 있을 것 같은가요?"
  그녀가 대답은 하지 않고 물었다. 아무래도 더 만날 수 있는 것이 궁금한 모양이라고 지레 짐작을 한다.
  이제, 불과 15일 밖에 되지 않았어요. 예정은 3개월 정도했었는데, 출발이 늦어져서 다 채우지 못하고 갈 것 같은데요!"
  "그래요.... 저희도 앞으로 1개월은 예정했었는데, 그것은 꼭 정해져 있는 건 아니고요. 단지 필요에 의해 임으로 조종이 될 수 있나봐요. 그래서, 한동안은 있을 것 같은데....전....모르겠어요. 좋은 건니 나쁜 건지... 혼자여서 그런가 봐요. 동생과 친구는 즐거워서 벌써부터 비명을 지르는데도, 저는 전혀 그런 감흥이 오지 않아요."
  "왜, 그럴까요? 이렇게 좋은 관광지에 와서 의외로 기뻐하지 못하는 이유가!"

  군인은 걸음을 멈추고 그녀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저녁 노을 빛에 얼굴에 홍조가 띄었다. 그는 계속하여 다음 말을 생각했지만 말을 잇지 못했다. 시간은 너무 빠르게 흘렀고 이제 그들이 처음 출발했던 민가에 가까워지고 있었다.
  '제가 당신을 기쁘게 해드리겠어요!'
  그렇게 말하고 싶은 것을 애써 참고 있다가 결국 기회를 놓쳐버리고 말은 것이다.
  "다왔네요!"
  두 눈을 반짝이면서 그녀가 자신을 바라보았다. 그 눈에서 저녁놀이 붉게 기울어 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