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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제주도의 똥돼지(2) 2007/11/13

2009.01.31 20:14

文學 조회 수:2869

 



  똥돼지 1`은 현재의 얘기지만, `똥돼지 2`는 픽션입니다. 똥돼지가 있는 민박집에서

대학생 여자가 동료들과 묶게 되었는데 우연히 군인들이 찾아왔고 한 상에서 음식을 먹게 됩니다.
  그리고... 
  이 준태(李俊太)는 방금 전에 갔다온 변소가 마음에 걸렸다. 용무를 보긴 보았는데 급해서 밑을 닦는둥 마는둥 서둘러 나왔을 뿐 아니라 놀란 것이 아직도 가시지 않았기 때문이다.

  왠지 아래에서 꿀꿀대던 돼지가 자꾸만 눈 앞에 어른 거려서 입에 아무 것도 들어가질 않았다. 방금 전에 있었던 일이 자꾸만 떠 올랐다. 변기구 아래에서 똥돼지가 올려다 보던 눈빛이 예사스럽지 않았었다. 변기구에 들어오는 사람을 마구 흔들어 놓는 나무로 된 화장실의 구조가 금방이라도 넘어질 기세였으므로 아래에서 노려다보는 똥돼지의 눈과 꿀꿀대는 목따는 소리가 도무지 지워지지 않았다. 그렇다고 벙어리 냉가슴을 앓듯 사람들에게 표현도 못하겠고 혼자서 끙끙 앓고 있는 것인데 다른 동료들이 의미스러운 눈초리로 쳐다보는 것이었다. 
  "꿀꿀꿀..."
  거친 돼지의 호흡소리와 함께 고개를 들이밀면서 요동을 치자, 변소가 넘어지려는 것처럼 흔들거렸다. 변을 보지 않았는데도 똥통 밑으로 변이 떨어지는 곳까지 고개를 쑥 내밀고 받아 먹을 태세로 돌입하는 것이었다. 
  '아, 이게 말로만 듣던 똥돼지들이구나!'
  그제서야 군인은 번개처럼 스치던 똥돼지에 대한 생각이 떠올랐다.
  "제주도에 가면 똥돼지가 있다. 변기구 아래에서 주둥이를 벌리고 난리법썩을 떨기 때문에 강심장을 갖고 있지 않은 사람은 변을 보지 못한다!"
  그 얘기 중학교 때 학교 선생님에게 들었지만 설마했었는데 지금 자신에게 일어났으니 놀아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아니, 갑자기 먹은 기름끼가 있는 음식들 때문에 설사가 나오기 일보직전이었다. 거나하게 차린 상에서 먹었던 돼지고기들이 변기구에서 밥을 달라고 지랄발광을 떠는 돼지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번쩍 지나갔다.
  "우엑!"
  그러자 이제는 입에서 방금 먹은 음식들이 넘어왔으므로 변기구에 대고 토했지만 서 있었기 때문에 닿지는 않았다. 그런데, 돼지들의 코가 변기구에 가까이 와 닿았는데,
  '설마, 변을보고 밑을 혀바닥으로 엉덩이를 싹싹 닦아 주는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을 떨쿨 수 없었다. 엉거주춤하며 아래를 내려다 보았더니 엉덩이를 내리고 앉게되면 돼지의 머리가 들어와서 중요한 물건까지도 물어 뜯을 것만 같았다. 변을 누기도 전인데 받아 먹을 태세로 돌입하기 때문에 감히 다리를 벌리고 서서 앉을 수가 없었다. 그렇지만 다리를 엉거주춤하며 서 있던 자세에서도 설사를 한무더기 돼지 머리 속에 내려 쏘고는 밑을 닦고 후다닥 뛰어 나왔었다.   

  아주 능청스럽게 약은 것같았다. 전혀 낌새를 채지 못하고 변소에 들어 왔을 정도로 미동도 없던 돼지가 엉덩이를 까고 변을 보려고 할 때 갑자기 달려 들었던 것이다. 검은 빛으로 번들 거리는 돼지의 가슴에 흰 점이 보였다. 제주도 토종돼지였다.  
  "빨리 빨리 밥 좀 줍세! 꿀꿀..."하며 제 밥을 달라고 날리법석을 떠니 말만 하지 않았다 뿐이지 머리끝까지 주삣서는 것이 내가 밥을 생산하는 공장으로 전략한 것과 뭐가 다르겠는가!
  어째튼 그렇게 엉성하게나마 볼일을 본 것이 그나마 다행인가 싶었으니...
 그 뒤 변소에 가지 않았지만, 그렇게라도 용무를 보지 않았다면 설사로인하여 옷에다 쌌을 터였다. 생각만 해도 끔찍하였다. 변소에 갔다온 뒤로는 음식이 입에 넘어가질 않았다. 이상하게 돼지고기가 똥돼지로만 보였다.  
  아무리 상다리가 부러질 정도로 나온 음식이 음에 넘어가지 않으니 어쩔 것인가. 우선 돼지 고기는 보기도 싫었다. 고기맛이 영 찝찝했다.

  앞에 마주 앉은 서울서 왔다는 아가씨의 얼굴을 바라 보기조차 부끄러웠다. 그러니, 이 노릇을 어쩔 것인가! 나는 유심히 앞에 앉은 대학생의 얼굴을 살피고 있었다. 민박을 한다고 하는 여대생들이 방안에서 몇 사람 나왔는데, 그중에 끼어 있던 몸이 약간 뚱뚱한 여대생이었다. 그녀 옆에 앉은 여자는 보기도 좋고 몸이날씬하였는데, 둘은 음양처럼 서로 비견될 만큼 이질적이었다.
  서로 언니 동생 하는 것을 보니 자매인 듯 했다. 그런데, 그중 뚱뚱한 여대생이 자리에서 일어서면서 뒤가 마려운지 발을 동도구르며화장실을 찾는 것이었다. 
  "저어, 화장실이 어디 인가요?" 

    이때, 이준태는 보았다.
 
   자신이 화장실을 찾을 때 모두가 킥킥 대면서 웃었던 이유를 알 것 같았다. 먼저 갔다온 사람들과 얘기를 들은 동료들을 통하여 눈치가 빠른 사람은 알고 있었지만 어떤 상황이 벌어질지 불난집을 쳐다보며 불구경이라도 하듯이 얼굴이 벌겋게 상기될 정도로 웃음을 참고 짖궂게 다음에 벌어질 상황을 생각하며 의미심장하게 기대하는 눈치였다. 아마도 그 회심의 미소 저변에는 이런 마음이 깔려 있으리라! 
  `또하나 걸려 들었구마!`
  모두들 그렇게 생각하는 것도 우연은 아니었다. 추억을 간직할 수 있는 순간은 공포 분위기를 조성하여 주인공을 유인하는 것이 최고라는 사실을 알고 있는 것일까? 
  "저쪽 마당 끝에 돌아가면 나무로 된 변소가 있을 거예요."
  주인인 듯 보이는 중년 남자가 아무렇지도 않게 대답한다. 그러자, 그녀는 말이 끝나기도 전에 그곳으로 쏜살같이 걸어 가는 것이었다. 
  그는 여자가 화장실을 찾을 때, 만류하여야만 했었다는 생각이 든었다. 그러나, 누구 하나 그것에 대하여 거론하는 사람이 없었다. 여기에서는 이런 생활이 일상적인 모양이라고 가볍게 흘러 버리면 될 일 같았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여대생은 놀라서 까무러칠지도 모르지 않은가!학생그녀는 내가 얘기를 하면 무엇하겠는가! 아무래도 느낌이 좋지 않아...'
  가만이 두고 볼 참으로 그녀가 변소로 가는 쪽으로 시선이 따라갔다. 이윽고 낡은 초가집 뒤쪽으로 사라졌고 뒷 간의 낡은 나무문 여닫는 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곧이어 이때쯤이야! 하고 짐작하자,
  "으악!"하고 비명을 지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는 용수철처럼 튀어 그녀가 변소로 간 곳으로 뛰어 갔다. 
  아니나 다를까? 그녀는 밖으로 나오지도 못하고 내린 바지를 끌어 올린 체 팬티를 입고 엉거주춤한 자세로 그렇게 서 있었다가 아래에서 머리로 밀어대는 똥돼지 때문에 나무로 된 뒷간이 흘들리자 정신이 빠져서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살려줘요!"
  팬티만 입고 있는 것도 아랑곳하지 않고 그녀가 말했다. 바로 아래에서 요란하게 변소를 흔들며 꿀꿀대는 돼지를 가리키며,
  "괴...물...이...예...요!"하며 입술을 말하는데 입술이 새파랗다.
  다리조차 부들부들 떨리는지 그녀는 밖으로 나오지도 못하고 그렇게 서서 파랗게 질린 얼굴로 나를 바라보면서 애원을 하듯 서 있는 것이었다. 자신의 엉거주춤한 모양을 추수르지도 못하는 모양으로 다리를 그곳에 굳게 붙어 버린 것처럼 놀리지 못한다. 얼마나 놀랐으면 저러는가 싶었고, 한편으로 측은해 보였다. 
  "자, 너무 놀라지 마시고....제 손을 잡고 내려오세요!"
  변소로 간다고 할 때, 만류하였어야만 되었다. 
  `이렇게 놀랄 줄은 예견된 일이었지 않았던가!` 하고 자신을 책망해 본다. 그러면서 모든 것이 자신의 탓인양 그녀를 안스럽게 생각하며 정성을 다해 부축했다. 잠시 놀라고 말테지하고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은 놀려 먹으려고 했던 것이 후회스럽기만 하다. 그렇게, 자신을 책망하지 않을 수 없었다. 
  놀라서 벌벌 떨고 있던 여자를 온몸으로 부축켜서 아래로 내려 놓는 동안 변기구 속에서는 돼지가 요란하게 꿀꿀대고 있었다. 
  "아이고, 내 밥... 어디가! 꿀꿀..."
  마치 그렇게 소리치는 것처럼 쾍쾍 거리며 요동을 쳐댄다. 
  변소의 구멍에서 코을 내밀고 있는 돼지 머리에 발이 걸리지 않을까 조바심을 내었다.
  "괜찮아요. 저도 용무를 보았는데, 괜찮더라고요...이제보니 좀 떨어져 있어서 상관은 없나 봅니다. 자, 한 걸음을 떼어 놓으시고...그렇지요...다음 걸음..."   
  그렇게 걷기를 지시했고 마침내 변소에서 땅으로 내려오는 약간 높은 터게 이르러서 군복을 입고 있는 이준태가 힘을 주워 그녀를 불끈 안고 땅에 내려 놓을 수 밖에 없었다. 생각보다 묵직했지만 의외로 여자이기 때문에 더욱 조심스럽게 안았고 되도록이면 몸과 밀착되지 않게 거리를 두웠지만, 그녀는 공포스러움으로 인하여 온몸으로 꽉 안겨왔다. 달아버린 호박죽 냄새, 어렷을 때 모친의 화장품 앞에서 풍겨 오던 자스민 향기가 그에게 느껴졌다. 그녀에게 좋은 냄새가 나는 것은 서로 호감을 갖고 있을 때 더욱 요란하게 발산한다고 한다. 이 때 두 사람은 전류가 통하는 것처럼 온몸이 짜릿했다. 아마도 이성으로서 처음으로 느끼는 감정을 두 사람은 반녀자로 받아들이기 시작하였던 것이다. 얼마나 강렬한 것인지 두 사람은 잠시 그렇게 포옹한 상태에서 시간이 멈춰 있는 듯한 착각을 느낄 정도였다. 두 사람을 더욱 밀착시키게 한 것은 바로 변기구에서 두 마리가 꿀꿀대면서 흔들어 대는 난동과 곧 쓰러질 것처럼 요동을 치는 나무로 만든 변소 때문만은 아니었을 것이다.     
 
  "어머, 고마워요!"
  그녀의 음성이 바로 코 앞에서 들려오고 번쩍 들인 몸은 우연찮게 안겨오는 것이었다.그 몸무게에 실려 아주 오랬동안 그렇게 우린 공중에서 멈춰 있는 것만 같았다. 그녀는 좀 높은 곳에서 그리고, 저윽히 그녀의 모든 것을 바라보면서 우린 그렇게 서로 엉겹에 함께 몸을 맞댈 수 밖에 없었는데, 숨이 엄춰버릴 것만 같았다. 
  "......"
  "훅!"
  "어머나!"
  너무 세게 몸을 끌어 안은 탓일까 그녀는 땅위에 내려 놓는 나를 밀어내면서 땅에 덥썩 넘어지고 말았다.

  정신을 가다듬고 두 사람은 함께 마당 가운데, 나무 그늘 아래 상이 펼쳐진 식탁(食卓)으로 돌아 왔지만, 아무도 그들을 이상하게 바라보지는 않았다. 이미 다 알고 있는 듯한 표정을 짓는 것을 두 사람은 느끼고 있었지만 부정하지 못했을 뿐이다. 
  "이 아가씨가 용무를 보려고 하는데, 어디 다른 화장실이 없읍니까?" 하고 물었다. 그들은 여자가 놀란것을 보는 것이 아닌 모양이다. 내가 관심이 있어 한다는 것이 무엇보다 의미심장한 것처럼 웃음을 띤 채, 눈꼬리들이 야릿한 광채로 번뜩일 뿐이었다. 
  해가 기울기 시작하느라고 저녁놀이 해안가를 온통 붉게 물들이 전경이 하늘을 장식하고 있었다. 특히 검은 바위들이 바닷가로 길게 뻗어 있는 풍경은 제주도만의 특색이었다. 검은 바위로 이루워진 해안을 걷는가 싶어니 이번에는 눈처럼 새하얀 모래사장이 나타났다. 그 모래톱은 새하얗고 그 위로 넘나드는 바닷물은 맑고 투명하여 물 속이 온통 들여다 보였는데 그토록 하얀 뱃사장은 여태까지 본적이 없는 것처럼 남자가 말했다.
  "너무 아름다운 해안가예요!"
  "정말, 이런 바닷가는 이국적이네요! 마치 하와이라던가 말레이시아 연안의 그 투명한 바닷가 사진이처럼..."
  "저... 이렇게 해요!"
  "...."
  "제가 세 달 후에 제대를 하는데 우리 함께 다시 오면 어떻겠어요?"
  "그래요!"
  어떨결에 그녀는 대답을 하였는데 그것이 결과적으로 두 사람 사이에 운명같은 인연을 맺어줄 것이라는 사실은 예감하지 못했다. 그저 한 번의 농담이려니 받아들이고 무심결에 흘린 말에 불과했던 것이다. 두 사람은 이때까지도 자신들이 최고의 반녀자와 함께하고 있으며 그것이 약속이 되어 앞으로 계속되는 사건의 연속중에서 결정적으로 서로를 희생하면서 사랑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우연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도 절대절명적인 만남을 두 사람은 경험하기 위해 이곳 제주도에 찾아왔다는 사실조차 깨닫지 못하였으니... 

  해안도로로 구불거리는 도로을 걸으면서 그는 자꾸만 시간을 보았다. 귀대시간이 가까웠기 때문이다.  
  "저어, 이젠 곧 귀대하여야 합니다. 여기서 주무실 겁니까?"
  "예, 민박을 하고 있으니까요!"
  그녀의 뚱뚱한 체구가 밉지가 않았다. 아까 변소에서 내려올 때 붙잡은 감촉이 아직도 남아 있는 것처럼 손이 불에 타는 것처럼 뜨겁다. 왜이렇게 가슴이 크게 뛰는 것일까. 두근두근 요동을 치는 가운데, 말하는 것조차 쉽지가 않다. 옆에 이성이 있다는 것이 얼마만큼 뜨거운 정열을 갖게 하는 것인지 여태 모르고 있었던 것처럼 가슴 속에 온통 기쁨으로 채워 넣고 있었다.
  "집 주소 좀 알려 주세요!"
  "왜요?"
  "제가 편지를 쓰죠... 지금은 받아 볼 수 없지만 나중에 집에 돌아가면 편지가 와 있지 않겠어요! 그 때 읽어 보시라고..."
  "그럼 주소를 적어 드릴께요!"
  그녀도 선뜻 승낙을 하자, 그 자리에서 그들은 서로간의 주소를 적은 쪽지를 쓰고 바꿔서 주머니에 넣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