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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반을 들여다 보았지만 중앙에 보초 외는 아무도 없었다.
  이제 모든 것을 끝났다고 생각하자 너무도 허전하여 이 준태(李俊太) 밖으로 나왔다. 내무반에 걸려 있는 사진들 중에 유독 자신의 소대원과 찍은 사진이 눈에 띄였다. 자신을 무척 따르던 소대원 중의 한명이었는데 이제 갓 배치된 이병이었으므로 식사당번, 청소당번, 작업자 등으로 동원되는 모습에서 이상하리만큼 비리를 느낀적도 없었다. 그것은 그가 다시는 이곳에 올 수 없는 곳으로 일생에 한 번 겪는 군대 생활을 청산하는 것을 뜻했다. 비리라는 것은 결코 나쁜 뜻으로 떠올린 것이 아니었다. 이런 내무반에서 분대장이 되어 소대원들에게 모범이 되고저 했던 자신이었지만 결국에는 부질없는 일에 불과 한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한 내무반에서 만난 소대원들조차 이제는 다시 만날 수 없으며 이 시간이 지나면 아마도 영원히 돌이킬 수 없는 미래로 걷어갈 것이었다. 이것은 돌아오지 못하는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는 것과 같았다. 이문을 통해서 이들을 만났고 다시 이문을 통해서 다른 곳으로 나가는 사실에 그는 비애를 느낀 것이다.

  아무도 없는 병사에 달랑 보초만이 중앙에 서 있다가 자신을 보고 받들어 총을 한다.
  "필승! 안녕히 가십시요... "
  "필승... 쉬엇!"  

  갑자기 정문에서 기다리고 있을 소녀가 생각났다. 그는 마지막으로 내무반을 둘러보고 병사 밖으로 나오면서 보초병과 인사를 한 뒤에 가방 하나를 매고 뛰었다.
  "야호, 해방이다!"
  정문까지 어떻게 뛰어 왔는지 모를정도로 마구 뛰었는데 그렇게 하지 않으면 누군가 뒤쫒아와서 자신을 붙잡을 것만 같았다.
  "이 준태, 자넨 전역이 보루되었네!"
  "예, 보류라고요?"
  "그래, 그렇다네!"
  "이유가 뭐죠?"
  "다시 군대 생활해야만 하네 곱배기로..."
  "곱배기로?"
  "어쩔 수 없지 않은가! 짬뽕도 꼽배기가 있는데 군대라고 없겠나!"
  "어이쿠!"
   조금이라도 멈두면 누군가 뒤통수에다대고 누군가가 소리칠 것이고 그자리에서 무너지듯이 텁썩 넘어질 것만 같은 상황이 연출될 것만 같아서 그는 숨이 턱에 다도록 뛰었다.

  먼 발치에서 정문이 보였다.
  그제서야 그는 자신을 기다리고 있는 여자가 보였다.
  '아, 어떻게 누군가가 기다리고 있을 거라는 생각을 못했을까? 아니, 그 사실을 알고 있었으면서도 다른 생각 때문에 잊고 있었던 것이지만 이제부터 군대에서의 생활은 접어두고 새로운 사회 생활을 받아들이기 시작하였다.
그는 여자를 향해 뛰어가면서 허벅지를 꼬집어 보았다.
  "아야!"
  정녕 꿈은 아니었다.
  그녀도 자신을 발견한 뒤부터 뛰어 왔다.

  그 순간 두 사람은 마치 슬로우비디오를 보는 것처럼 서서히 발을 움직이는 것처럼 시간이 느리게 흐르는 것을 느꼈다. 그 시간이 그들에게는 너무도 길게 느껴졌으며 주위의 모든 것이 온통 빗발치듯이 두 사람에게 몰리고 있었으므로 빛의 굴절이 보였다. 마치 주위의 모든 배경들이 물이 흐르는 것 같았다. 이윽고 시간이 정지되었으며 두 사람은 그렇게 포옹하기 위해 정지된 시간만큼 더욱 느리게 우주 유영이라도 하듯이 허공을 뛰었으며 날았다.
  "털컥!"
  둘은 서로 팔을 끌어앉고 껴 안는 순간 땅바닥으로 떨어졌는데 그 순간 모든 것이 깨트려졌다. 그렇게 긴 시간을 우주 유영하는 것처럼 느껴졌던 착각에서 깨어나 현실로 돌아왔던 것이다.  

    두 사람은 몇 시간 후에 김해 비행장에서 제주도로 출발하는 항공기에 두 손을 꼭 잡고 탑승하였다. 아직도 두 사람은 서로 함께하고 있는 사실을 믿기 힘들었다. 불과 두 달 전만해도 제주도에서 서로 다른 세계에 살고 있었기 때문이다.
  남자가 군인이었을 때만해도 자유가 없었으므로 그녀는 만나는 것조차 힘들었지만 지금은 두 사람에게 날개가 달려 있는 것만 같았다. 아직도 믿기 힘들다는 듯이 여자는 비행기의 좌석에 앉으면서 남자를 쳐다보았으므로 멋적은 듯이 그가 말했다.
  "왜, 그렇게 뚤어지게 바라봐요?"
  "그럼, 안 좋아요?"
  "뭐가요?"
  그는 빙글 웃으며 말했지만 한편으로는 군대에 입대하기 전에 모아 놓은 저금 통장에서 여행 경비를 지출하는 것이 이상하게 마음이 걸렸다. 돈이 넉넉치 않았던 것이다.
  "..."
  "우리 제주도에서 여행하면서 미래를 설계해 보겠다고 했잖아요!"
  "그래...요.. 얼마나 당신이 보고 싶었는지... 그 때는 정말 미칠 것 같았어요!"
   그러더니 그녀는 핸드백에서 남자가 보낸 편지를 꺼내 보여 주면서 말했다.
  "군인 아저씨,  편지 읽어 보았지요!"
  "그래요!"

  그가 편지를 받아들고 읽어 보았다. 똥돼지 때문에 민박집 화장실에서 그녀를 안았던 그 당시의 상황과 다시금 부대로 복귀하던 순간들이 슬라이드처럼 흘러 갔다. 그리고 부대가 야영하고 있는 야영지에서 어두운 등잔불빛 아래서 편지를 쓴 내용이 확하니 다가 왔다. 갑자기 그 때의 추억으로 그는 시간을 거꾸로 돌리고 있는 자신을 보았다.
"쎄에액!"

  두 사람은 잠시 비행기가 이륙을 시작하자 대화를 중단했다. 유리창으로 지상과 하늘이 비스듬하게 기울기 시작하더니 어느새 해안가를 날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