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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2009.01.31 20:01

文學 조회 수:2745


 

  학교에 진학하기 전에  박효순(朴涍順)은, 곧잘 부모가 하고 있는 출판사 일를 거들곤 했었다. 일이라고 할 것도 없었다.  
  군단위의 작은 마을에는 공과 대학교 하나, 고등학교 둘에, 중학교가 둘이었고 초등학교가 몇 곳이었지만 자녀 교육으로 대도시로 빠져 나가는 인구의 감소가 한 해 천 명에 이르는 고질적인 문제점을 안고 있는 지역적인 특성으로 인하여 학생들 졸업앨범 제작을 전문으로 하는 부친의 사업은 다른 일을 모색하지 않을 수 없었다. 팜플렛 제작,  전단지 제작, 명함제작, 복사 전문으로 사업을 넓혔지만 주문량은 많지 않았다. 학교 앨법 제작은 그럭저럭 꾸준히 들어왔으므로 부친은 항상 책상에 앉아서 매킨토시 컴퓨터를 켜 놓고 쿽(QuarkXpress) 프로그램으로 편집한 사진들을 올려 놓는 작업을 했다. 그녀는 부친을 돕기 위해 일반 컴퓨터에서 포토샵 프로그램으로 사진을 오려내는 작업을 하곤 했었다. 그녀는 곧잘 부친의 일을 거들었는데 그럴 때마다 모친과 진지한 진지한 대화를 하곤 했었다.
  "엄마, 사랑이란 뭐예요?"
  "사랑이란 기다리는 거란다!"
  모친은 복사기 앞에서 학생들이 책방에서 구입하지 않고 맡긴 인쇄물을 복사하고 있었다. 두꺼운 전문 서적인데 A4 용지에 양면 복사를 해 주곤 했었다. 책이 워낙 비싸서 복사하는게 값이 싸게 든다고 하는데 그나마 그 일에 매달리는 어머니가 무척 안쓰러웠다. 입안에 쓴 소다를 넣고 있는 것처럼 매우 불안스럽고 불편해 보이는 것같았는데 그것은 어쨌튼 자신과는 무관하다는 사실에 안도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모든 일이 그렇듯이 자신의 일에 만족하지 못하는 어머니가 못내 안타까웠었다.
  "엄마는 그게 말이유... 말씀이유..."
  "왜, 내가 틀린말 했냐?"
  뾰로통한 표정을 짓는 딸을 바라보던 중년 여인은 입가에 살짝 미소를 머금는다. 그 때까지 진땀을 흘리며 복사를 하던 일에 파묻혀서 다른 생각을 하지 못하다가 갑자기 묻는 딸의 질문에 어이없어서 웃는 것이리라!
  "엄만... 좀 진지해 봐! 남은 죽을지도 모르는 데 장난으로 돌을 던지는 사람 때문에 개구리라 죽는 것도 몰라?"
  "그게, 어째 개구리냐! 찍어 붙이긴... 호호호"
  "엄마, 그럼... 여자의 사랑은 뭐 같아!"
  "여자는 남자를 기다니는 거란다! 남자들의 포부, 뜻, 희망을 무조건 밀어 주는 거지..."
  "아이참... 그럼, 여자는 희생을 하라는 거야?"
  그녀는 그 대목에서 모친에게 반기를 들었다. 말도 안된다고...    

  왜, 그녀가 부대 앞에서 제대하는 군인을 기다리는 동안 사랑이라는 이름을 떠올리면서 앞으로의 결정에 막연히 달려 왔던 자신을 비교할 수만 있다면 예전에 모친과 나눈 대화에서도 그랬듯이 순결과 한 남자를 믿고 따르리라는 고전적인 사랑을 추종하고 있는 것일까? 무의식적으로 그녀는 자신의 어머니와 같을 길을 걸으려고 했으며 두려움 없이 진행해 온 저변에는 바로 그와 같은 진부한 논개같은 사랑이 은연중에 묻어 나오고 있음을 의심하지 않겠다. 그러나 그녀가 믿고 따르려는 사람은 이제 갓 제대하는 사회 초년생에 불과하였으며 학벌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공장에서 막일꾼을 하던 사람이었다. 그녀는 위험한 도박을 함으로서 자신과 남자에게 얼마나 짐이 되며 그것이 인생에서 부담이 된다는 사실조차 알지 못했다. 그리하여 그녀는 자신이 걷는 길이 여자의 일생에서 얼마나 위험천만한 일인줄도 몰랐다. 단지 그것이 자신의 마음이 시키는 일이었고 남자 또한 언젠가 성공할 것이라는 확신을 갖고 있었다. 이것은 그녀가 세상에 던져진 위험에서 건져질 수 있는 희망이요 가장 값진 보석이기도 했는데 훈날 그들이 그런 인연으로 만난 것조차 무던히 추억으로 간직하여 평생을 가슴 속에 묻어 두면서 함께 지내 게 되는 아름다운 여생의 반녀자로서 행복을 누리게 되는 행운을 얻었노라고 믿는 것조차 이상하게도 정해진 운명이 시간에 따라 마치 각본대로 진행되는 잘 짜여진 연극과도 같은 인생을 만들어 가게되는 이유였다. 본연, 마음, 가치, 사랑, 본능적인 사고(思고) . 그것은 컴퓨터로 결코 계산해 낼 수 없는 인간 내면의 감각과 믿음에 대한 무조건 적인 사랑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것은 곧 어른이 됨을 나타내는 의미심장한 변화이기도 했다. 배우자를 갖고저 하는 자연스러운 마음의 포옹력. 그것은 육체가 마음으로 행하는 비밀스러운 작업으로서 굳히 표현하자면,

  단백질로 구성된 염색체는 그 순간 수없이 복잡한 계산을 해내었고 한 순간 자신과 맞는 배우자와 모든 것을 함께하겠노라고 답신을 온몸으로 전달하고 있었다.

  "빨리 빨리 움직여라! 염색체들아... 사랑하는 남자를 만나는 데 신호를 보내고... 제주도로 무조건 가라고 해! go! go! g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