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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사랑을 위하여...

2009.01.31 08:36

文學 조회 수:2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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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781년 10월 5일 오전 11시.
  포항 해병대 1사단 부대 앞에서 몇 명의 여성들이 서성이고 있었다.
  그녀들은 화려하지 않았다. 주부, 소녀, 술집 여자들 같았다. 한결같이 얼굴에 로션을 바른 것이 고작일 뿐이었지만 게중에 술집 여자만이 껌을 씹고 짙은 화장을 했으므로 외상값을 받으러 온 것이라고 한 눈에 들어 왔다.
  "술 값 안주면 확 찔러 버려!"
  술집 여자로 보이는 여자는 핸드폰으로 누군가에게 연신 말을 하였지만 상대방은 부대안에서 전혀 반응하지 않는 듯 시쿤둥하게 전화를 끊었으므로 얼굴이 붉으락푸르락 한 것이 금새 폭발할 것 같은 표정을 짓는다.
  다른 여성들은 중년 부인으로 침착하게 기다리는 듯했다. 그 밖에 세여자들이 있었지만 멀리서 면회를 온 일가족 같았다. 할머니처럼 보이는 노파와 50대 여인 그리고 앳딘 모습의 소녀가 불안한 표정으로 울먹이는 거였다.
  "엄마, 그게 아니래도...."
  "아니긴 뭐가 아냐! 그럼 임신한건 뭐고?"
  "그 사람은 아무잘못도 안했어요! 제가 쫒아 다녔지..."
  "그래, 잘한다. 서울로 시집가는 게 그렇게 좋아?"
  "누가 서울로 시집가는데?"
  노파가 그제서야 묻는데 전혀 모르는 것처럼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었다.
  '아무래도 할머니가 풍증이 좀 있구나!'하고 박효순(朴涍順)은 구석진 자리에서 생각한다.
  서울에서 포항까지 직행으로 출발하는 고속버스를 타고 멀미로 인하여 아직도 어지러운 것처럼 머리에 물에 적신 수건을 연신 갖다 대었다.
  정문 옆에 마련된 작은 공간의 휴게실내에서 그나마 군부대의 아들을 면회온 아주머니처럼 보이는 여인만이 묵묵히 창밖을 쳐다보며 면회 나올 군인들 중에서 누군가를 찾으려고 애쓰는 모습이 역역했다. 그렇지만 위병소 내에서 안내병은 계속 전화를 걸고 있었으므로 여인네는 초초한 듯 했다.
  "통신보안! 위병소 상병, 손창호입니다!"
  이곳 면회실내에서 유독 그녀만이 불안스럽게 식은땀을 흘렸다.
  정문 옆에는 면회자들을 만날 수 있도록 휴게실이 마련되었고 꽃나무들이 흩으러지게 핀 화단이 돌로 쌓아 놓은 축대 위에 조성되어 딱딱한 느낌을 중화시키는 분위기였다. 그곳 화단에 조성된 들장미, 맨드라미, 해바라기, 나팔꽃 중에서 당연 으뜸인 것은 웃음을 터트리는 것 같은 형형 색색의 국화꽃들이었다. 마치 국화꽃의 전시회에 온 것처럼 많은 종류의 국화꽃들이 화분과 정원에 피었으므로 눈이 자연스럽게 그곳으로 끌려 들어갔다.
  그녀는 노란 국화꽃에 시선이 꽂혔다. 줄기를 다듬지 않아 여러가지로 뻗은 자리에서 작은 송이들이 두겹 세겹 겹쳐서 피어 났으므로 크지 않은 꽃들이 나무 전체를 둥굴게 감싼 것처럼 보였다. 그곳에 꽃이 만개한 전체적인 꽃들을 따라 줄을 긋듯이 상상을 하자 한 얼굴이 비쳐보였다.
'어머, Y 씨...'
  그녀의 얼굴이 일시에 환하게 피어나면서 반가운 듯 벌떡 일어서서 면회실 밖으로 나와 지금까지 바라보았던 국화꽃 앞으로 걸어가서 손을 내밀었다.
  앞을 다투며 햇빛에 몸을 비치기라도 하는 것처럼 바람이 그 만개하여 늘어진 가지를 스쳐치나 갔으므로 흔들리면서 마치 손짓을 하는 것처럼 비쳐 보였다. 대략적으로 열 명 정도의 사람들이 휴게실에 들어가지도 않고 밖에 나와 서성이는 것으로 보아 들뜬 기분들을 진정시키려고 억지로 웃음과 기쁨을 참고 있는 듯 했다.
  그녀는 짧은 커트머리를 하고 면회자들과 함께 그곳에서 오랫동안 기다려왔던 한 남자를 만나기 위해 기다리고 있었다. 두근거리는 가슴은 마치 방망이질을 치는 것처럼 요란하게 두방망이질을 치며 쿵쾅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