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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 꿈에 그리던 내 고향...

  낭양군도 사이판에서 일본군으로 소속된 강동철에게 한가지 소원이 있다면 고향 마을을 보고 죽는 것이었다. 그 중에서 이웃집에 살던 순이를 생각할 때마다 그는 눈시울이 붉어 지는 것은 어쩌지 못했다. 일본의 압잽이들, 마을 이장, 그리고 학교 선생들은 학생들에게 징집을 하게 되면 많은 돈을 벌 수 있으며 대일본 제국의 용감한 군인으로서 천황 폐하의 보호를 받을 수 있음은 물론이고 평생을 두고 경험할 수 없는 세상을 볼 수 있을 거라고 거짓말을 했다.
  조선은 우물안이며 이곳에서는 개구리 신세를 면치 못하지만 일본군으로 지원하면 개천에서 용난거라고 학생들을 고무시켰다. 군대에 자발적으로 지원을 하면 마을에 경사가 난 것처럼 헹가래와 축가를 부르며 동네를 돌고 학교에서도 우상처럼 떠 받들어졌다. 동네와 학교를 순차적으로 돌고나면 배웅하여 나와 길 양쪽편으로 늘어서서 환송을 하는 많은 사람들을 뒤로하고 매우 들뜬 기분으로 우쭐해져 성공하고 돌아오겠노라고 두 주먹을 굳게 쥐고 마음 속으로 다짐을 하였었다.
  
  훈련소 과정을 마치고 부대에 배치를 받게 되면 순전히 일본군의 개처럼 뒤치닥거리를 도맡게 되는데 어찌보면 군복을 입었지만 진급이 도지 않는 이등병 신세에 불과했다. 그들 일본군은 조선인들을 천시하여,
  "조센찡이 어디서 반항이야! 너희가 나라나 있어? 너희처럼 열등한 민족은 아마도 우리 종밖에 뭐하겠는가!" 그렇게 천시를 받곤 하였다.

조선인들은 그렇게 군대에서도 최하위 직에 머물렀으며 학교에서 지원하던가 강제로 소환을 당해서 끌려 오듯이 입대를 한 이후에 모든 것이 뒤바뀌게 된 인생을 돌아보면 너무도 처량하여 늘상 고향을 그리곤 했었다.

  강동철이 일본군에 지원하여 가던 전 날 밤이었다.
  아랫 집 순이와 만나 동네가 내려다 보이는 뒷산의 바위 위에 걸너 앉았다. 그녀는 흰 저고리에 검은 치마를 입고 있었다. 순순한 시골 처녀에게 풋풋한 사과 냄새가 났다.
  "나, 일본군에 지원했어!"
  "......"
  "왜, 말이 없... 어?"
  "오빠가 일본군에 지원한 것이 대수야!"
  암팡지게 말 꼬리를 잡고 흔들며 화난 것처럼 대들자 소년은 짐짓 놀랐다. 그는 이제 열 다섯으로 중등학교 삼학년인데 다른 아이들처럼 세상물정을 몰랐다. 무턱대고 순이가 좋아할 것이라는 생각을 했었기 때문에 화를 내자 의아스럽고 저윽히 당황했다.
  "왜, 화를 내..."
  "나는 어떻게 하라고... 흑..."
  "왜? 넌 여기에서 남으면 되잖아!"
  그녀는 이제 열 두 살이었다.
  "여자들도 정신대에 끌려간데..."
"그래? 정신대가 뭐하는 데지?"
"흥!"
"..."
  그는 두 팔을 벌리면서 정말 모르겠다는 몸짓을 했다. 설마 일본인들이 죽이기야하겠는가 여겨졌다. 그들이 정신적으로든 물질적으로든 조선인보다 나았다. 굴욕적인 민족 말살 정책으로 이미 조선은 말과 정신까지 잃어가고 있었던 것이다. 하물며 일본인이 세운 학교에 다니는 조선의 소년 소녀들은 신식 문물을 일본으로부터 배운다는 허울좋은 미명아래 세상을 보는 눈도 일본을 통해 열리게 된다고 믿기 시작하고 있었다. 그가 일본군으로 지원하지 않는다고 해도 어쨌튼 강제로 징집될 것이었다. 일본은 하수인으로 전락한 간신배들은 조선의 청년들이 원하지 않아도 붙잡아 트럭에 실고 훈련소로 실고 갔다.  
" 그것도 몰라? 말로는 공장에 간다는데 몸을 팔고 돈을 받는 곳이라..."
  "뭐라고!"
  그는 순이의 말을 듣고는 화가 머리 끝가지 났다.
  "왜? 무엇 때문에...."
  "네가 일본군에 팔려 가는 거나 내가 정신대에 끌려 가는 거나 마찬가지 아냐? 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