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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0년대 조선일보 사회면엔 복어(鰒魚)알을 잘못 먹어 사망한 사건 기사가 유난히도 많다. 1920년부터 1929년까지 복어독 중독 사망자는 지면에 보도된 것만 96명, 중태에 빠진 사람이 59명이다. 식약청 통계에 따르면 최근 7년간 국내에서 발생한 복어 중독 사건이 6건이니 얼마나 잦았는지 알 수 있다.

이 중독 사고들은 식민지 조선 민족이 겪은 또 하나의 비통한 일이었다. 거의 대부분 가난에 허덕이던 조선인들이 일본인 집 쓰레기통에 버려진 복어알을 먹고 화를 당한 사건이었기 때문이다. 조선일보 1925년 1월 18일자 기사는 이렇게 민족 현실을 통탄했다. "배는 고프고 먹을 것은 없으니 찾아갈 곳은 쓰레기통뿐이다! 이곳저곳 쓰레기통 구석에서 먹다 남은 생선 찌꺼기를 모아다 시들어 가는 목숨을 한 끼라도 이어가려던 것이, 불행히 복어가 든 것을 모르고 먹어 두 명은 참사하고 두 명은 생명이 위독한 가련한 사실이 있다…."

사고의 유형도 갖가지다. 인천의 다섯 식구는 닷새를 굶은 끝에 쓰레기통에서 주워 온 복어 창자를 끓여 먹었다가 1명이 사망하고 4명이 중태에 빠졌고(1929년 2월 3일자), 일본인이 버린 복어알을 두 집 식구 7명이 나눠 먹고 5명이 즉사했다.(1923년 1월 19일자) 돌보는 어른도 없이 생선시장에서 놀던 8세 소년과 9세 소녀 오누이는 주린 배를 달래려고 복어알을 주워 날로 먹었다가 숨지고(1924년 7월 6일자), 복어를 먹은 엄마의 젖을 빨았던 3세 아들까지 변고를 당했다.(1925년 5월 17일자)

굶주림에 허덕이던 동포가 일본인이 버린 복어알을 먹고 사망한 사건을 비통한 감정을 섞어 보도한 1920년대 조선일보 기사들.

'복어알이 위험하다'는 지식이 요즘처럼 널리 보급되지 않았던 시대에 무지(無知)가 낳은 비극이지만, 때론 위험을 알면서도 자살하듯 복어알을 먹은 사건마저 있었다. 어느 조선 청년은 "오랫동안 기근에 시달린 나머지 식욕을 참지 못하여" 복어를 먹고 죽었다.(1925년 6월 21일자) 굶주림에 허덕이던 노인은 "위험한 줄 알면서도 심히 먹고 싶은 마음을 참지 못하여" 복어를 먹고 사망했다.(1926년 5월 20일자) 한술 더 떠서, 인천의 어떤 못된 일본인이 자신과 다툰 이웃집 조선인에게 앙심을 품은 끝에 그 집 어린 딸에게 복어알을 주며 "맛있는 생선이니 끓여 먹어라"라고 건네 살해하려 한 사건(1924년 5월 22일자)까지 일어났다. 조선일보는 이 사건 기사에 '흉포극악(凶暴極惡)한 일인(日人)'이라는 제목을 달아 끓어오르는 분노를 표현했다.

1924년 신년 초, 조선인의 복어 중독사가 7, 8건이나 잇따르자 조선일보는 1월 3일자에서 "경찰은 대책을 세워 이를 예방하지 않고 뭐 하느냐"고 목청 높여 질타했다. "나라 잃고 사는 것도 서러운데, 지배자들이 버린 쓰레기를 주워 먹고 세상을 뜨다니…"라는 통한(痛恨)이 이 글에 서려 있다.

 

조선일보에 비친 ‘모던 조선’] 굶주린 동포들, 日人이 버린 복어알 먹고 사망 잇따라

김명환 사료연구실장 wine813@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