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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일기(日記)


 
  호박을 심어 놓은 곳에 이틀 째 물을 준다. 이런 매마른 땅에서 살 수 있는 확률은 몇 퍼센트 일까? 물을 길어다가 주면 방치했을 때보다 살 수 있을 확률이 50퍼센트는 상승할 것이다. 물을 주지 않으면 죽을 확률이 90 퍼센트이지만...

  심고 나서 하루가 지난 다음날 물을 주웠으므로 살 수 있는 확률이 40퍼센트 떨어져 있었다.  5월 24일 심고 25일 점심 때 물을 주웠으니까? 이미 죽기 시작할 정도로 시들어 있는 상태에서 물을 주웠으므로 원기가 돋아 나기 시작하려면 더 버터내야만 하리라! 그래도 가망이 없는 것은 물을 줘도 소용이 없을 정도로 시들어 있었다. 그런 상태로 말라 버린 뒤에는 되돌릴 수 없었다. 살 수 있는 희망은 희박했으니까?

  호박을 심고 그 생사여탈권을 내가 쥐고 있다는 생각을 해본다. 마치 자식을 키우는 것처럼 나는 애뜻한 부모의 심정이 든다. 애초에 내가 심지 않았으면 이런 감정이 솟아나지 않았을 것이지만 아무렇게나 자란 호박 싹을 넓은 개간지에 심고 나니 이곳에 호박 덩쿨이 만발한 관경을 꿈꾸기도 해 본다. 판매가 되지 않아 16체의 주택지로 개간을 해 놓기만 한 체 황량하게 보이는 이곳에 그나마 호박싹이 뿌리를 내리고 살 수 있게 하기 위해서는 비가 오기 전까지 물을 기러다 주는 것만이 유일한 희망이었다.
 
  1년, 아니 몇 개월 간의 유희였다.
  호박 싹이 살아서 여름내내 여기저기 가지를 뻗어 나가며 왕성한 생명력을 보여주고 가을 때까지의 그 화려한 축제와 그 축제 기간에 쏱아지는 수확물은 줄기가 길어지고 다시 줄기에서 땅으로 뻗은 뿌리가 많아질 수록 번창하여 갈 것이다. 아마도 그 축제는 더 깊어지고 가속도가 붙은 것처럼 빨라지는데 어느날 서리가 내리면서부터 생명력은 잃고 저장고에 씨앗을 잉태하게 되는데 이 또한 죽음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라는 게 유력한 학설이었다.

  포도밭에서 수확을 일찍 하기 위해 어느 농부는 줄기의 밑을 도려 낸다. 그리고 그 도려낸 순간에 포도나무는 온 몸에 죽음의 냄새를 풍기며 열매를 빨리 영글게 하기 위해 최후의 순간을 열매를 영글게 한다고 한다. 낫으로 도려낸 밑둥이에 다시 접착력이 생겨 끊어진 물관이 연결되기는 하지만 모든 잎은 시들고 열매는 씨앗을 만들고 영글지만 억지로 익게하여 단맛이 정상적이지 않고 포도나무 또한생사를 저당 잡혀 있었으므로 심한 스트레스를 받아서 죽기도 하므로 그런 방법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었다. 포도를 일찍 수확하는 방법을 알고 있는 사람은 자신의 나무에 그런 끔찍한 스트레스를 주는 방법을 결코 하지 않는다고 했다. 다른 사람의 포도밭을 대신 경작해주는 위탁영농일 경우가 주로 그런 방법으로 일찍 생산을 함으로서 부가적인 이익을 발생시킬 수 밖에 없다는 웃지 못할 비화(?)라고나 할까?
 
  호박을 심어 놓고 내가 물을 주느냐 그렇지 않느냐에 살고 죽을 수 있다는 사실을 부정할 수 없었다. 그렇지만 애초에 호박 싹을 그곳에 분양한 것은 사실 너무 많이 터서 그냥 버리기는 아깝고 하여 아무 곳에나 심어서 죽으면 죽고 살면 또한 열매를 수확할 수 있으리라는 적극적이지 않은 방관적인 무관함이 있었다. 그래서 심고나서 바로 물을 주지 않았고 그곳이 내 땅이 아닌 그냥 방치된 땅이여서 더욱 그랬었다. 그렇지만 하루가 지난 뒤에 물을 주기 시작하여 생명력을 높이게 된 것은 순전히 그 다음에 일어난 근심 걱정 때문이었으니...

  무릇 생명이 끊이지 않기 위해서는 살 수 있는 조건이 성립해야만 했다. 황무지와 다름없는 땅에 호박싹을 심어 놓고 죽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물이 필요했던 것이다. 물을 주면서 상태가 매우 호전되었음을 알 수 있었다. 이 틀째 점심 시간을 틈다 한 번씩 물을 줬는데도 생기가 돌고 잎이 완전히 정상으로 돌아온 것이 많았다. 그렇지만 여전히 매말르고 가망이 없어 보이는 곳도 몇 군대는 되었지만 물은 그곳에도 주웠다. 사실 정상으로 돌아온 곳은 보기가 좋은 반면 시들고 매말라서 생기라곤 전혀 찾아 볼 수 없는 호박싹을 쳐다볼 때는 왠지 모르게 가슴이 아팠다. 그나마 그 위에 더욱 많은 물을 주면서 나는 이렇게 속삭인다.
  '희망을 잃지 마! 너도 네 꿈을 펼쳐 봐! 여기 이렇게 넓은 개간지가 있잖니 이곳에 네가 취할 수 있는 모든 땅에 네 것이 되는 건데 뭘 망설이지... 얼마나 좋은 세상인가! 그런데 이런 신선지를 코 앞에 두고 왜 죽니! '
  파릇하게 매마랐던 잎이 물기를 머금고 반겨 주는 듯 싶다. 그 위에 다시 물을 뚝뚝 떨어트려 주고 주위에서 참나무 잎을 한움큼씩 집어다가 머리에 얹혀 줬다. 햇빛을 직접 쏘여서 타들어가는 것처럼 마르지 않게 하기 위해서였다. 그렇지만 도저히 살아나지 않을 것처럼 시들어 버린 것도 있었다. 그런 상태로 내버려 두면 도저히 살 수 없을 것인데 조그마한 희망을 심어주기 위해 물을 뿌려 주는 것이다. 

  비가 올 때까지 하루에 한 번씩 물을 줄 참이다.
  그나마 호박 싹을 100여개 씩이나 모종을 하였지만 얼마나 수확을 할지는 미지수였다. 다만 그 많은 싹을 심어 놓고 모종 할 곳을 찾지 못하던 아내를 대신하여 내가 주택지로 개간한 곳에 심었던 것이지만 이렇게 한 번씩 물을 주리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고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