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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목 보일러

  어제는 나무를 하러 간다고 두 곳을 갔었지만 처음 간 곳에서 너무 자챙이(?) 뿐이어서 철수를 하고 말았다. 한마디로 시간만 낭비하게 되었다고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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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점심을 먹고 두 번째 간 곳은 아파트 옆의 밭이었다. 여름에 콩을 심었던 곳이다. 나무가 쓰러져서 밭으로 경작할 곳에 두 그루가 쓰러져 있었으므로 엔진톱으로 베어 놓았었다.

 

  지게를 짊어지고 아파트 옆의 임시 주차장. 그곳은 군청에서 제공하는 주차장이었다. 그 다음에 놓여 있는 맨땅(아무것도 경작하지 않는 곳)을 지나서 내가 경작을 위해 개간을 한 밭이 있었다. 그 맨땅과 A라는 경작지까지 들어오는 길은 전혀 없었다. 그래서 맨땅을 거쳐서 들어와야 했지만 과정이 순탄치 않았다. 그곳까지 경운기를 몰고 간다는 것은 무척 힘들어 보였었다.

 

   하지만 그 어려움을 뚫고 나갈 수 밖에 없는 건, 갈 수 밖에 없다는 최후의 선택이었다.

  이 길이 험한 것도 있었다. 군청에서 관리하는 곳으로서 진입금지라는 팻말과 한쪽으로 기울어진 수로를 타고 최대한 화초를 심어 놓았으므로 망쳐 놓지 않게 피해서 갈 수 있는 방법이었다. 그렇지만 그 방법이 엄청난 위험을 감수하였는데 움푹 파인 수로를 타고 내려가다가 경운기의 앞 바퀴가 빠져서 위로 올라 서지 못하였으므로 그 방법은 결국 몇 차례 시도해 보다가 포기하였다. 다시 후진한 뒤에 주차장에서 내려선 수로 지점에서부터 맨땅 쪽으로 결국 올라서야만 했다. 그 안전한 곳은 군청에서 절대불가라는 불허가가 팻맛이 꽂혀 있었다. 그것이 마음에 걸렸지만 어쩔 수 없었다. 

  여름철에 공공근로자 들이 이곳에 화초를 심고 풀을 뽑는 잡 일을 했었다. 그것도 땡볕에서...

  그런 밭을 허가도 없이 진입하여 내가 경작하는 밭까지 관통해야만 했던 것이다. 길도 없는 곳을 경운기를 운전해서 내려가려는 것은 단지 썩은 나무를 싣고 오기 위해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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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무를 해오려고 하는 이유는 화목 보일러에 넣을 땔감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 과정이 너무도 어려웠던 것이다. 두 번째의 위험은 이 맨땅과 내가 경작하는 A라는 밭 사이에 깊이 파인 수로였다. 물론 물이 흐르지 않았지만 경운기가 건너기 위해서는 너무 움푹했다. 가을에 콩을 수확하여 걷어 올때 한 번 갔다 왔었다. 그 때는 삽으로 너무 높은 곳의 흙을 파서 깊은 곳에 묻고 갔었지만 지금은 삽조차 없었다. 먼저 지나가도록 삽질을 해 놓았으므로 당연히 갈 수 있으려니 여겼었다. 하지만 실상은 달랐다. 더 많이 깊어 졌던 모양이다. 경운기 앞부분이 반대쪽 언덕에 박혀서 밀고 올라갈 수가 없었다.

 

  첫 번째 시도는 역시 실패.

  경운기의 앞 부분은 반대쪽 경사로에 걸려서 비틀려 버리고 올라설 수 없었던 것이다. 그래서 다시 후진을 놓고 수로가 경운기 바퀴를 높일 수 있던가 반대편 언덕을 삽으로 까 내리면 될 것 같았다. 그런데 삽이 없었으므로 첫 번째 방법, 즉 수로를 높이는 방법을 찾아냈다. 주변에 널려 있는 돌을 주워다가 수로에 쌓아 놓으면 되다고 판단하였다. 그 결정은 바로 실행에 옮겼다. 

  '돌을 쌓아 놓으면 바퀴가 올라 올테고 경운기 앞 부분이 반대쪽 언덕에 걸리지 않을테니까?'

  그 시도는 몇 차례 실패를 거듭하다가 결국 성공을 하였다.

 

  마침내 나무가 있는 곳까지 도착하여 얼어서 떨어지지 않는 절단한 나무들을 함마로 때려서 움직이게 만들고 경운기에 싣기 시작했다.  

 

  이곳까지 이르는 길이 위험천만하였지만 그것을 무릅쓰게 한 것은 두 가지의 결정을 놓고 싸워서 한 쪽이 지배하여서다. 서로 마음을 흔들다가 상황이 절박하게 되면 다른 쪽으로 기울게 된다. 아마도 그 전까지는 전혀 동요하지 않았었다. 이런 행동으로 직접 실행에 옮기데 되기까지는 그만큼 절박함이 묻어 나야만 가능하다는 사실은 얼마나 무모한 일인가! 아무도 나무 때문에 밭까지 가지 않았다. 오로지 내가 갈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었으므로...  

 

  '안전이냐?', '위험이냐?', 그리고 '위험을 무릅쓰고 나무를 해와야하는 사항이 얼마나 비중이 크냐?' 하는 저울질 끝에 많은 고민을 하다가 결국에 끝판에 이르렀고 마침내 결정을 내리게 된 것이다. 

  '나무를 해 와야만 하다.' 는 절박함이었다.

 

  이 절박한 심정은 내가 어렷을 때 보았던 외가의 겨울 실정이 그랬을 것이다.

  외할머니는 나무를 때어 모든 것을 해결했었다. 아침마다 쇠죽을 끓였고, 밥을 했고, 또한 겨울철 온돌방을 덥히기 위해 나무를 땠었다. 온갖 허드랫 일을 하며 부억을 지키셨던 당신의 심정은 얼마나 컸을까? 하는 점이 부각되었다. 내 마음에 절감할 수 밖에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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