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서의 산밭에서... (1)

2013.03.15 20:18

文學 조회 수:1756

어제, 오늘은 군서의 산밭에 가서 보리순을 수거할 것이다.

자세히 땅을 바라보니 땅바닥이 울퉁불퉁하고 보리밭에 멧돼지의 송곳니로 땅을 헤집어 난 표시가 났다. 거기다가 보리에서 나온 싹과 뿌리가 메말라 버린 것도 보였는데 그런 것은 강제로 땅을 파서 거꾸로 파헤쳐 놓은 것들이었다.

다랭이밭의 가장 하단부에 있는 곳은 자연적으로 생선된 조금 평탄한 곳이었다. 이곳은 인위적인 곳이 아니였다. 물론 측량을 해 본 결과 경계구역 밖이여서 농사를 져도 그만 안져도 그만이었다. 하지만 움푹들어간 그곳에 보리를 심어 놓고 내려가는 비탈진 경사에는 돼지감자를 심어 놓았었는데 어제 보았더니 온통 땅을 파헤쳐 놓은 게 눈에 띄었다.

'음, 멧돼지가 이곳을 쑥대 밭으로 만들어 놓았구나!'

이것은 놀라운 사실도 아니었다. 어느 밭이나 마찬가지였으니까?

멧돼지의 도발에 속수무책이었는데 거기다가 고라니와 산토끼 것으로 보이는 똥이 보리밭 여기저기 띄였다.

멧돼지가 온통 땅을 파헤쳐 놓아서 보리싹의 뿌리가 드러났고 고라니가 겨울내내 보리싹을 뜯어 먹었던 것이다. 여름 같으며 멧돼지가 땅을 파헤쳐 놓은 곳은 모두 죽었을텐데 그나마 겨울이여서 죽지는 않은 체 뿌리를 하늘로 치솟아 놓은체 살아 있었다. 그런 곳은 손으로 땅을 파서 보리싹을 심어 주웠다. 보리싹은 뿌리가 많아서 워낙 강해서 실 뿌리가 하나만 땅에 묻혀 있어서 죽지는 않았다. 어제는 바람으로 위에 덮여 있던 가랑잎을 모두 날려 보낸 뒤에 오후부터는 가위로 보리싹을 수거하려고 하다가 너무 짧아서 포기를 한다. 너무 작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좀 큰 것을 손가락으로 아예 뽑았다. 워낙 많이 자랐으므로 속아내야만 그나마 있던 것도 클 것이다.

울타리를 좀 치고 싶은데 시간이 나지 않아서 그렇게 하지 못했지만 올 해는 많은 시간을 밭에 할애 할 것입니다. 물론 조금씩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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