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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서 산밭

군서 산밭에 쏟는 정성은 가히 경이적이다. 불과 1년 만에 많은 발전이 이룩하게 되는데 그것은 인간과 자연과의 싸움처럼…….

보리를 심으면서...

2013.11.13 15:25

文學 조회 수: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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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군서(충북 옥천의 지역 이름) 산밭으로 오르는 길에 약간의 물기가 얼음으로 얼어서 바닥이 반들거렸다. 마치 고기 비틀같다. 하얗게 내린 서리가 철판으로 만든 차가운 경운기 짐칸의 바닥에 깔려 있다. 하얀 빛깔의 성애. 추운날 학교 유리창에 끼인 성애처럼 부척 추워 졌다고 느낀다. 

  마을 입구에 세워둔 경운기의 시동을 켜기 위에 다리를 넓게 벌리고 핸들을 돌림판에 끼웠다. 이제부터 내려 쏘는 것처럼 힘을 쏱아 부워야만 한다. 

 

  "부륵... 부륵... 푹..."

오늘은 경운기 시동을 켜느라고 애를 먹는다. 약간만 추워도 경운기는 시동을 켜기가 힘들지요! 일단 한 번 시동을 켜고 난 뒤부터는 하루 종일 잘 걸립니다. 몇 차례를 시도해 보았지만 결국 포기를 하고 비상약으로 준비한 시동분사액(스프레이 형식으로 된 액체를 에어필타를 빼낸 곳에 주입함) 뿌린 뒤에 재차 시도를 했더니 효과나 납니다. 일발시동.

"털털털털..."

  아내는 먼저 산밭으로 오르고 경운기를 타고 나는 좀 늦게 출발을 했다. 

 

  집에서 한 30분 거리를 1톤 차량을 타고 와서 군서(충북 옥천에 있는 지명 이름)의 마을회관 앞에 세워 놓은 경운기로 갖고 갈 물건을 옮겨 싣는다. 뒤늦게 시동을 걸려서 경운기로 뒤쪽아 갔지만 벌써 보이지 않는다. 마을 회관에서 500여미터를 산비탈을 따라 올라야만 했다. 그나마 다행이었다. 짐칸이 달린 경운기로 물건을 싣어 나르는 것은 올 봄부터 시도했었다. 작년만 해도 지게를 짊어지고 올라야 했었다.   

  짐칸이 있는 경운기는 밭에서 사용할 연장, 보리씨앗, 울타리를 칠 가시 철망, 오함마(큰 망치. 울타리를 치기 위해 파이프 기둥을 박는 도구), 비닐, 연장통... 등을 싣려 있었다. 

               

                                                                     2

  밭에 오른 뒤에 짐칸이 달려 있는 경운기는 세워 놓고 이번에는 다른 경운기의 시동을 켰다. 이 경운기는 밧데리가 부착되어 있었다. 쎄레모터를 켜서 시동을 걸어 본다.

  "크륵, 큭, 큭크..."

  전혀 시동이 걸리지 않는다. 기별이 없었으므로 키 시동을 할 수 없었다. 이런 때는 다시 수동으로 핸들을 돌려서 시동을 켜야만 했지만 쎄루모터가 걸려 있어서 오히려 수동 경운기보다 힘이 들었다. 억지로 돌아가게 됨으로 쎄루모타까지 돌려 줘야 하는 것이다. 그래서 아내를 불렀다.

  "음미(딸 아이의 이름, 가명)야, 이리 와봐!"

  "예!"

  아내는 냉큼 걸어 왔다.

  경사진 산밭은 들깨를 베어 냈고 층계처럼 보이는 밭고랑에는 잡풀만이 새얗게 자랐다. 그것이 너무 컸으므로 갈새처럼 뒤덮혀 보였다. 하지만 지금까지 밭을 갈지 않았으므로 잡품더미만이 둔덕처럼 밭과 밭 사이에 하염없이 서 있었다. 경운기는 세번째 층계 밭에 세워져 있었으므로 아내가 걸어서 다가 올 때까지 나는 기다린다. 그리고 자세하게 설명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여자가 기계를 다루는 건 물론 쉽지 않을 터였다. 그래서 경운기는 오로지 나만 운전할 수 있었다. 물론 지금처럼 시동이 켜지지 않을 때는 거들 수도 있겠지만...

  "내가 시작하라고 하면 경운기 시동키를 돌렸다가 바로 시동이 켜지면 반대로 꺼주면 돼!"

  "알았어요!"

  아내는 내 지시에 순종한다. 사실 시키는 데로만 하면 되는 일이었다. 그렇지만 경운기를 몰면서 밭을 갈지는 못한다. 이것은 여자인 아내가 할 일이 아니었다. 남자들만이 할 수 있었는데 그것도 눈썰미가 없는 사람은 사고를 내게 되므로 가급적이면 운전을 하지 않는게 좋았다.

  나는 오늘 밭을 갈면서 두 세 번씩이나 위험을 겪었었다. 그만큼 언제 어느때 위험이 닥칠지 모르므로 경운기 운전을 하면서 과신은 금물이었다.

 

   상황에 따라서 위험을 느끼고 재빨리 경운기를 세워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아예 포기하고 경운기에서 떨어지던가! 둘 중에 하나를 선택하여 최후의 보류를 결정하지만 여기서 조금만 머리를 쓰면 많은 잇점을 갖고 경운기를 운전할 수 있었다. 그만큼 편리한 것도 모두 사용자의 경험과 지혜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따라서 급박한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을 재빨리 찾아서 대처하여야 하나다. 그 순간적인 지혜가 얼마나 자신을 위해서 중요한 것인지는 직접 겪어보지 않으면 알 수 없었다. 때에 따라서 절벽 위에서, 계곡 아래로 떨어지는 위험한 상황을 모면하느냐? 아니면 떨어지고 마느냐? 하는 두 가지 상황에 맞다아 뜨리게 될지도 모른다. 

 

  번뜩이는 아이디어와 체력을 이용하여 벗어날 수 있었다. 경운기 운전은 그만큼 순발력과 체력의 밑바침이 필요하였던 것이다. 아차 잘못하다가는 전복되기 쉽상이었고 경운기 자체에 올라타서 몸으로 눌러서라도 핸들이 번쩍 들어 올라가는 것을 막아야만 했다. 밭은 30도 정도의 경사진 곳이 대부분이었으므로 자칫하다가는 엎어질 수 있었으므로 매우 조심하면서 밭을 갈게 되는 것이다. 

 

  자, 시동을 켜는 얘기로 다시 돌아가자!

  나는 이런 일은 처음 겪는다. 쎄루모터가 달린 경운기가 추위 때문에 시동이 걸리지 않는 게 아니었다. 배터리가 방전되어 잘 돌아가지 않았으므로 힘을 보조해줄 필요가 있었던 것이다. 배터리는 자동차처럼 완충이 잘 안되는 편이었다. 그래서 늘상 충전기로 완충를 시켜서 다시 부착을 해줄 필요가 있었지만 밭에다 놓은지 1개월 가까웠으므로 그동안 물론 배터리 선을 빼놓고 가끔씩 사용은 했었다. 하지만 오늘은 날씨가 추워져서 시동이 걸리지 않았을 뿐이다.

  나는 돌림판에 수동으로 돌리기 위해 핸들을 끼우고 돌리기 시작하면서 아내에게 소리쳤다.

  "켜!"

  "크륵, 크르르르륵... 텅텅텅...."

  경운기는 금방 시동이 켜졌다. 내가 돌리는 힘과 아내가 시동키로 쎄루모터에 전기를 넣는 게 회전력을 두 배로 높였던 것이다. 내 예상이 적중하였다는 생각에 기분이 우쭐했다. 이런 때 혼자서 왔으면 시동을 켜는 것이 무척 힘들었을 것이다. 물론 최후의 수단으로 시동액을 분사해서 강제로 폭발력을 높일 수는 있었다. 시동액에는 LPG 가스가 섞여 있는 듯 했다. 디젤엔진에 가스가 혼합되서 들어가는 것이다. 물론 폭발력은 강해질 수 있었지만 문제는 디젤엔진이 나빠질 수 있다는 점이었다.

  내가 작년에 1톤 화물자동차를 폐차 시키게 된 것도 사실은 시동액으로 엔진의 출력을 일시적으로 높였었는데 그것이 계속 누적되어 엔진에 스트레스가 쌓여서 결국 폐차를 시켰다는 우려가 팽배했었다. 그런데 이제는 경운기도 시동액을 사용할 수 밖에 없었으므로 조만간 엔진 마모가 극심하여 더이상 듣지 않는 한계점에 이를수도 있었다. 이런 사실 때문에 비상시에만 시동액을 사용했었다. 

 

  먼저 번에 갖다 놓은 다른 경운기로 운전을 해서 밭을 갈기 시작했다. 밭에 세워 두웠던 로타리가 달린 또다른 경운기다. 아내는 마대 자루에서 보리씨를 바가지로 퍼서 밭에 뿌리고 내가 그위로 경운기를 끌고 다니면서 밭을 갈아주웠다. 

  오랫만에 아내가 함께 와서 거들어 주웠다. 그리고 오후 12시쯤 밭을 모두 갈아 준 뒤에 짐칸이 달린 경운기에 나무를 가득 싣고 내려왔다. 군서 마을회관 앞에서 1톤 화물차에 나무를 옮겨 싣고 출발을 할 때쯤에는 오후 1시 30분이 되었다.

 

Untitled_958.jpg

  

  먼저 심은 보리밭 위쪽의 밭을 모두 갈고 보리를 심었다. 들깨를 심고 탈곡을 끝내느라고 위에 나머지 밭은 이제 겨우 보리를 심게 된 것이다.

 

Untitled_957.jpg

 

  이곳은 작년의 전경이다. 그렇지만 올해는 계단식의 밭을 경운기로 갈면서 합쳐 버렸다. 그렇게 조금씩 합쳐 나가다보면 층계는 사라지고 경사진 밭으로 변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