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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이 산다는 것

둘이 산다는 것 (32)-봄이왔다.

2006.04.17 08:14

문학 조회 수:3473 추천: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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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봄은 김희야(金僖惹)에게 새로운 느낌을 돋구웠다.

  4월의 둘 째 일요일이었다.
  장날에 냉이를 사다 국을 끊여 아침을 먹고 마침 벚꽃이 만발한 공원길을 찾아 나들이를 나갔다. 한껏 치장한 그녀는 멋을 부렸고 옆에는 연하의 남자가 손을 붙잡고 함께 걷고 있었다. 벚꽃이 만발한 도시 근해의 공원을 오르면서 한껏 기쁨에 취해본다. 잔디밭에 앉아 준비해온 음식을 안주 삼아 소주를 몇 잔 먹고나니 온통 꿈처럼 마음이 떠다녔다. 그리고 기분도 함께 덩달아 춤을 추며 사랑도 주체할 수 없이 솟구침을 어쩌지 못하였다.
  "아, 이 봄날이 날아 갈 것처럼 너무 좋다. 날 이철수 정말 사랑해도 좋아... 너는 좋은 남자야!"
  "누나는 나만 믿어..."
  "그래, 이젠 믿을 사람은 너 밖에 없어... 훌쩍..."
  그녀는 괜히 코 끝이 시끈해 졌다. 죄가 많은 여자라고 치부해 왔던 자신에게 끈적거리는 눈물은 항상 살아 있음을 상기해 왔었다. 그런데 기쁜 순간에도 그녀는 웃을 수 없었다. 그만큼 삶이 절박해서일까...

  그녀가 동생같은 남자와 동거를 시작한 직후에 무엇보다 달라진 자신의 욕망에 대하여 그녀는 의심했었다. 전 남편과 부부간에 관계를 맺지 않았던 불만족에 대하여 그녀는 애쓰게 보상하기라도 하는 심정이었다. 거기다가 새로 사귄 남자는 네 살이나 연하였으며 총각이었다. 서른 여덟의 그녀와 서른 넷의 남자와의 불륜 관계. 아니, 그녀는 부모에게 남자를 인사 시켰었다.

  '혼자 산다는 것은 감옥과도 같아!'
  그것이 그녀의 생각이었다. 술과 남자가 없는 인생은 그녀로서는 의미가 없었다. 그만큼 그녀는 술을 많이 마셨고 남자들을 끼고 살았는데,
  "넌 사랑이 헤프고 정조가 없어!"
  "흥, 넌 여자를 너무 몰라!"
  그렇게 남편인 A와 자주 싸우면서 서로 윽박지르곤 했었다. 그녀는 백 팔십만원의 봉급을 꼬박꼬박 타오던 2년 전의 남편과의 생활 때도 덤프트럭 기사와 외도를 했었다. 항상 술에 절은 생활이 좋았고 저녁에 즐기는 체육관에서 배드맨트 동호회에 나가서 몇 게임씩 연습 게임을 치르고 난 뒤 포장마차에서 동호회원들과 마시는 술에 취해 살았었다. 밤 늦게 들어오는 자신에게 남편은 늘상 의심을 하곤 했었다. 이제 그런 구예는 받지 않아도 되었지만 호프집을 운영하게 되면서 술을 마시는 생활은 여전히 계속되어 왔다.    

  사랑에 대하여 그녀는 결코 정조 관념을 갖지 않았다. 무절제는 함께 한 술좌석에서 시작되곤 했었으며 만취하여 그만 필름이 끊어져서 깨어나면 낫선 남자와 여관방에 누워 있었다. 무절제한 생활은 또한 남편의 의심을 샀었다. 그리고 부부싸움은 돈문제와 남자였다.
  "오늘은 어떤 남자를 만났고 돈은 얼마나 썼어?"
  "남자를 만나다니... 전국 30대 아마추워 배드멘트 대회에 참석하여 1등을 하였는데 술 한잔 해야지 그럼 너 같으면 그냥 있겠어?"
  그녀는 남편을 위해 사는 자신의 인생이 항상 불운하다고 생각해 왔었다. 그는 2종 운전면허증을 취득하는데 학과 시험에서 무려 서른 번이나 떨어졌었다. 매사에 거짓말로 일관하였으며 핸드폰 요금은 한달에 몇 십만원씩이나 청구되었는데 오는 전화마다 다시 걸었으며 전화기를 시작하면 보통 10분이 넘었다. 언갖 거짓말을 늘어 놓아서 돈을 타냈으며 그것을 친구들과 술으 마시는 데 탕진하곤 했었다. 1톤 화물차를 자가용처럼 운전하고 다녔는데 필요할 때마다 타이어를 교체한다고 핑게를 대면서 돈을 달라고 했다.
  "자동차 왼쪽 바퀴를 갈아야 되는데 오만원만 줘!"
  "왼 쪽 바퀴는 한 달 전에 갈았잖아?"
  "그건 오른 쪽 바퀴고..."
  "네가 벌어오는 백 팔십만원 봉급 중에 오십만원은 용돈으로 제하고 주는 돈 중에서 자동차 고장을 핑게로 타내는 돈이 얼마나 되는 줄이나 알아?"
  "뭐 별거 아니잖아!"
  "이 등신아... 여기저기 돈은 왜 빌려 갔고 갚지도 않냐? 옆 집에서 이십만원 빌렸다면서?"
  "그거 다음 달에 갚으면 되잖아!"
  이런 식으로 남편과의 불화는 계속되었으며 적은 봉금으로 생활비는 적자를 면치 못하였는데 설상가상으로 그 형인 시아주버니는 건설업과 관광회사를 차렸고 캐피탈 할부 금융에 남편을 보증인으로 세웠다가 부도가 나자 몽땅 그 빚이 그들 부부에게 위임되었다.
  어느날에는 집달관들이 온갖 살림살이와 가재도구에 경매딱지를 붙이게 되었던 적도 있었다. 그러는 와중에 이웃집의 아주머니가 새로 시작한 '우리들의 계' 에 회원이 되었고 계돈을 불입하였다. 그렇지만 칠십만원씩 붓는 계돈은 너무 많았었다. 세 구좌를 탓으며 오백만원씩 천 오백만원이었는데 그 돈도 몇 달 전에 타곤 했었다.
  "언니, 두 달 있으면 내가 타는 달 아니유... 그런데 급히 쓸 일이 있어서 그러는데 미리 땡겨 쓰면 안될까?"
  그렇게 사정을 하여 두 달 미리 타쓰고는 자신이 타는 달에 정작 시치미를 떼곤 했다.
  "이 번 달에 내가 계 돈을 타잖아... 그래서 그러는데 언니... 제발 계돈을 날 줘!"
  '동생은 두 달 전에 탔잖아?"
  "언니... 이렇게 빌께 돈이 급해서 그러는데... 곧 갚을 테니까 어떻게 빌려 줘..."
  그렇게 사정하였고 그 집 남편에게 동정심을 구하기에 이르렀다. 그리고는 결국에는 두 번씩이나 계도늘 타서 흥청망청 써버렸다. 그녀는 그만큼 돈에 구예를 받지 않았다. 있으면 쓰고 없으면 외상으로 또 썼다. 그러다보니 항상 돈이 부족했으며 여기저기 빚이 많았고 독촉에 견디다 못하면 다른 곳에서 어떻게 해서든지 구해다가 막을 수 밖에 없는 처지였다. 계돈을 모두 타 내고 그 뒤에는 카드 회사마다 카드를 마늘어 돌려 막기를 했던 것도 그런 맥락에서였다. 어쨌튼 그 당시에 이웃집을 찾아가서 사정하여 두 번씩이나 계돈을 탈 수 있었던 것도 동정심을 유발하여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남자들이란 여자들의 간교한 사정에 눈이 멀었으므로 꿩먹고 알먹는 이른바 억지 춘향이 사건도 먹혀 들수 있었던 것이다.
  "저렇게 사정하는데 내 주지 그래..."
  "당신은 가만히 좀 있어요! 얘가 사실 신용이 없다보니 믿을 수가 있어야지요!"
  "언니는 내가 돈을 빌려가고 주지 않은 적이 있어요?"
  
  이제 그녀는 남편과 별거를 시작한지 딱 일년이 되었고 새로운 연하의 남자와 동거를 시작한 것도 결코 우연은 아니라고 보았다. 그는 착하고 자신이 부리기에는 적당하게 보였으므로 충분히 이용할 수 있는 어리숙한 남자였다. 언제나처럼 자신은 남자들의 단물을 빨아 먹고 사는 듯한 착각을 하기도 한다. 학교에 다니던 어린시절에 부모에게 막무가내로  돈을 타내서 쓰곤 했었다.

  지금은 해방이 된 심정이었으나 아직 전 남편과 이혼도 하지 않다보니 그 쪽에서 간통죄로 고소할 수도 있었다.  간통죄가 성립된다는 사실을 그녀는 누구보다 잘 알았다. 그런데도 어쩌지 못하고 새로 동거를 시작한 남자와의 관계를 유지할 수 밖에 없었다. 그만큼 이성에 대하여 자신의 욕망을 어쩌지 못하였는데 그것은 그녀의 성격의 전반적인 표현과도 같았다. 모든 것에서 절제되지 못한 탓에 항상 빚이 많았다. 그 빚은 늘어 나기만 하였으며 전혀 줄지 않았는데 이유인즉 내키는데로 쓰고 물건을 구입하는 그녀의 낭비벽 때문이었다. 신용이 없다보니 돈을 빌릴 수 없어서 일수돈을 썼으며 빌린 돈을 갚지 않는 다는 내용의 법원 등기들이 수도 없이 배달되어 왔지만 워낙 많다보니 이제는 만성이 되어 눈 하나 깜짝하지 않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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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을 쓰다보면 계절이 바뀌는 것은 예사로운 일이었다. 그런데, 계절에 따라 심정변화가 일어나는 주인공들의 심적인 내용을 글로 옮기는 작업은 항상 새로운 느낌을 주워 왔었다. 그만큼 글과 계절은 상호 연관적인데 어찌보면 장편의 내용을 쓰는 와중에 몇 년에 걸쳐 쓰기도 하는 탓이다. 그럴 때 훌쩍 지나간 계절 때문에 간혹 글의 내용이 완전히 뒤바뀌면 분위기가 한결 달라진다. 그래서 글 속의 주인공도 또한 변하게 된다.
  글을 쓰는 것은 고뇌하는 것이다. 글을 쓸 때 느끼는 고통과 번뇌에 대하여 간혹 온몸을 불사르는 듯한 느낌이 든다. 그리고는 한 작품을 완성한 직후에는 희열을 느끼기보다 몸이 축난 것처럼 아파왔었다. 마치 몇 년은 늙은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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