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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매로 낙찰 받은 축사



  어제 오후 4시.
  내가 축사에 갔을 때 두 사람은 아직도 도배를 마무리를 짓지 못하고 있었다.
  13평 정도의 작은 방에 불과했다. 칸막이도 없었고 원룸이었지만 의외로 늦게까지 작업을 하였으므로 그 이유를 묻지 않을 수 없었다. 
  "너무 수고하시네요! 그런데 왜, 이렇게 늦으세요?"
  마침 장판을 깔던 두 사람이 나를 알아보고 고개를 든다. 그들의 얼굴은 술에 취한 것처럼 일에 취해 있었다. 놀지 않고 일했던 표정이 역역하였는데 그 얼굴에 모락모락 일을 할 때 피어나는 인간에게서 나오는 가장 좋은 엔돌핀의 냄새가 나오고 있었다. 그것은 보는이로 하여금 함께 상대를 우러러 볼 수 있게 하는 부처의 상처럼 자비로웠다.
  '아, 일을 할 때 나오는 그 행복감을 이사람들은 모르리라! 자신이 얼마나 집중하고 있으며 그에 따라 정신과 육체에 보상을 받고 있다는 사실조차...'
   이사람들을 부릴 수 있는 것은 물론 돈이었다. 그럲지만 그들이 돈 때문에 이 일을 하고 있다고 생각지는 않았다. 나는 옥천에서 도배를 맡기지 않고 대전에 있는 지업사에 맡겼는데 그 이유가 정직하다는 판단을 하였고 무엇보다 바가지를 씌우지 않으리라는 사실을 알기 때문이다.
  작년에는 똑같은 크기로 1층을 꾸미고 도배했었는데 비용이 60만원이었다. 그래서 이곳에 오기전에 은행에서 80만원을 찾아왔던 것이다.
   "너무 늦게까지 수고하시네요! 왜 이렇게 늦습니까?"
   "벽이 울퉁불퉁해서 벽지가 붙지를 않아서 본드칠을 해가면서 붙이다보니 늦네요!"
  두 사람중에 80정도 되어보이는 노인네가 지업사 사장이었다. 사람을 못구해서 직접 기술자 보조로 따라온 모양인데 사실은 작년에 왔던 사람은 오늘 다른 곳에서 주문 받은 일을 한다고 하루 연기하자는 것을 내가 막무가내로 사정을 하여 오게 하였었다.
  "올 사람들이 이사를 하여야하는데 하루 연기가 되면 손해가 많아서... 지금 보름 동안 방을 꾸미려고 모두들 본업을 하지 못해서 가급적이면 하루라도 빨리 살림집이 이사를 해야 정상으로 돌아온답니다! 일을 하지 못하고 집을 지으면 안돼잖아요!"
  "글쎄 그렇긴한데 우리 기술자가 월요일에는 다른 곳에 일을 나가기 때문에..."
  "어르신, 제발 저의 입장을 헤아려 주세요!"
   "그럼, 그렇게 하겠습니다만..."
  일요일 주문을 할 때,
   '말끝을 흐련던 이유가 바로 이렇게 도배가 서툴러서 늦게까지 일을 하기 위함이었던가!'하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벽이 울툴불퉁해서 도저히 제대로 붙일 수 있어야지요! 또한 천정도 반듯한 게 아니고 비스듬하게 경사가 져서 자르기도 어렵고..."
  "아, 예... 그런데 오늘 도배 값은 계산해 두셨어요?"
  "여기 종이에 적어 놓았는데..."
  "얼마지요?"
  나는 꼼꼼하게 볼펜으로 적어 놓은 종이 쪽지를 내려다 보지만 얼마라고 쓰여있는지 잘 모를 정도였다.
  "51만원 되네요!"
  "아, 예!"
  주머니에서 80만원이 든 돈 봉투를 꺼내들고 51장을 건네주면서 도배 기술자에게는 2만원을 그리고 지업사 사장인 80노인네에게는 1만원을 보너스로 더 줬다.
  "수고하셨는데 이건 제가 더 드리는 보너스입니다."
  나는 빙그레하고 웃지 않을 수 없었다. 예상한 것보다 도배값이 적게 나왔기 때문이다. 노인네는 정직한 사람이었다. 도배지와 장판을 산정하고 그것에 인건비를 더했을 터였다. 
    "저는 가보겠습니다! 끝내시고 돌아가시는 길은 아시죠?"
   "예!"
   "그럼 수고하세요!"
    그렇게 인사를 드리고 밖으로 나오자 마전에서 이사를 와서 일하기로 한 M. J라는 사람과  K. D가 함께 짐을 나르고 있었다. 나는 K.D에게 물었다.
  "돈이 부족하지 않으세요?"
  "7만원 정도가 부족하..."
  그 옆에 함께 서 있던 K. D의 부인이 말했다.
  K. D가 2층의 방을 꾸미는데 직접 재료를 구입하여 마무리를 짓고 있었다. 세면장의 타일을 붙이고 변기고와 세면기를 설치한 것도 그가 했고 방안의 보일러를 설치하기도 했다. 그런데,
  "아직 남은 게 있는데 전기 기구가 얼마나 들어갈지 모르겠어요!"
  K. D의 부인이 내게 말했다. 모든 돈 관리를 아내에게 위임한 K. D은 무표정하게 보였다. 자신이 일을 하기는 해도 모든 내역은 여자가 관여했으므로 그는 참으로 편리한 부분이 있었다. 그에 비한다면 나는 참으로 한심한 느낌이 든다. 모든 돈 관리를 직접 하려니 짜증이 날 때까 한 두번이 아니었다. 특히 일을 하지 못하여 지출이 수입보다 많을 때는 적금을 해약하고 대출을 받아서 아내에게 생활비를 건네야만 했었다. 이번 겨울 내내 전혀 일을 못하였던 나의 모습은 초라함을 극치였다고난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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