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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매로 낙찰 받은 축사


 


법원 경매에서 낙찰 받은 축사 (9)

  채무자는 머리가 약간 벗겨졌고 키가 작달만했으며 나이는 50대쯤 보였다.  
  그는 비굴해 보이지도 그렇다고 교활하지도 않았으며 약자가 갖을 법한 동그란 얼굴에 회색빛 잠바를 입고 있었다.
  걸음걸이는 민첩하지 않았으며 다가오는 표정에서 읽을 수 있는 것은 인생을 회피하고 싶어하는 그러면서 자살을 하는 사람들이 다 그렇듯이 무언가에 쫒기는 듯한 인상을 풍겼다. 표정에서 읽을 수 있는 것은 삶에 찌든 냄새와 짚프라기처럼 매말르고 가냘펐으며 대신 숨기고 피하고 싶어하는 그런 느낌을 받았다. 첫 눈에 그와 내가 대질을 하면서 느낄 수 있는 것은 매우 단호하다는 점이었다. 마음을 표현하지 않고 숨기고 분노를 발산하려는 그런 느낌. 그것은 마치 낫설은 집에 들어갔을 때 사나운 개가 짖는 듯한 느낌같은 거였다. 이곳은 그의 구역이었고 나는 낫선 이방인이었다. 그리고 그에 재산을 송두리체 낚아챌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이 서려 있는 듯한 표정으로 마치 모든 것을 회피하고 부정하려는 듯 사납게 짖어 대고 있는 개에게 다가갈 수 없는 것처럼 그도 나를 향해 창끝을 찔러 대려는 것처럼 보였다. 그런 겸연쩍어함과 그러면서 내가 자신으로 인하여 이곳까지 찾아 왔지만 아무런 대화도 나누기 싫어하는 그런 이질감이 잔뜩 묻어났다.  


  내가 그를 만나보겠다고 몇 번이고 축사를 찾아 갔었는데 그 때마다 번번히 그냥 돌아 왔었다. 언어 장애자인 동생만이 항상 그곳에서 지키고 있었다.
  "그 사람 축사를 하다가 망한 뒤에 고물상을 한다던데..."
  동네에서 박 철수라는 사람은 아는 게 많은 사람이었다. 60대 중반의 중년인이었다. 큰 아들이 대전에서 철공소를 운영한다고 했다. 젊어서는 비료공장에 다녔었다고 하는데 지금은 연세가 있어서 동네에서 허드렛일을 해주고 몇 푼씩 받았다. 종이 상자와 휴지를 줍던가  경운기로 짐을 실어 나른다던가 이양기로 벼를 심는 일, 또한 부동산 매물이 나올 경우에는 중개인이 되어 다리를 놓아 주곤 구전을 챙겼었다.
  나는 그 분께,
  "박철수 아저씨!" 하며 불렀다.
  
  이곳에서 4년동안을 사는 동안 눈으로 보이는 100 미터 지점의 농지가 두 번씩이나 매물로 나왔지만 사지 못했다. 한 번은 거의 성사가 될 뻔했는데, 앞 집의 교회 목사가 낚아 채갔다. 그게 1년 전이었을 것이다. 마침 다리를 놓은 것은 박철수씨였다.
  "저기 100 미터 지점의 논 육백평을 육 천만원 달라는데 살 맘 있어?"
  "음, 육 천만원요? 한 평에 십만원씩....좀더 깍아 보세요!"
  "그럼, 얼마면 산다고 할까?"
  "오천 오백선(오백만원)에서 내려 주시면 모를까?"
  "그래... 그럼 다시 말해보지!"
  나와 아내는 논을 사서 무엇하나 싶었다. 딱이나 농사 질일도 아니라면 그다지 필요치 않아 보였다. 지금처럼 창고로 활용할 것 같았으면 구입하여 전용허가를 내고 공장을 이전할 수도 있었지만 그 때는 그런 생각을 못했다.
  박철수씨는 그 뒤 함흥차사였다. 좀 뜸을 들인다 싶었는데 마침 앞 집의 교회 목사와 거래가 성사 되었다는 소문을 듣게 되었다. 그리곤 그 곳에 덜렁 교회를 짓고 말았다. 그 거래를 성사시킨 우유집 아주머니는 우리 얘기를 듣고는,
  "내가 잘못했구먼 이런 줄 알았으며 가만두는 건데!"
  하였지만 부동산을 내 놓게 되면 이정도야 약과라 싶었다. 물욕에 눈이 멀기 마련이고 몇 백만원이나 더 준다는 교회에 판매를 하였던 것이다. 애초에 부도직전에 내 놓은 물건이였고 교회를 이전하여 새로 신축하겠다는 목사의 눈에 띄였기에 더 주고서라도 구입하였음직했다. 목사는 육천 오백만원을 주겠다고 나섰으며 결국에는 그 가격으로 협상을 한 모양이다. 그렇지만 나는 그다지 좋게 보이지 않았었다. 그리고는 지금도 값싼 땅만을 찾다가 손해만 입는가 싶었다.    
  
  몇 일전.
  박 철수씨를 차에 태우고 그곳으로 가면서 설명을 해 줬다.
  "축사인데 지금은 아무도 없지만 그 옆에 고물상을 합니다."
  "고물상? 그럼 맞구먼..."
  초면인 관계로 직접 얘기를 거는 것보다 아는 사람을 통해서 말을 하면 한결 수월하리라 여겼다. 그래서 박 철수씨를 동행하여 그곳에 당도하였을 때는 동생이 무이를 맞았다.
  "무얼하러 왔...써... 요?"
  "여기 축사 내놨다면서?"
  박 철수씨는 당도직입적으로 물었다. 그러자 상대는 말을 더듬고 온 얼굴을 찡그리면서 말했다.
  "세 개 중에... 가생이 건... 아냐?"
  보이는 축사는 세 동으로 보였는데 설명이 긴 것은 말을 더듬기 때문이며 그 내마글 훤히 알고는 있었지만 그것을 말하는 데 힘들게 보였다. 손가락으로 축사를 가리키며 말하는 폼이 민망스러울 정도였으며 비틀어진 입에서 말이 세어 나올때마다 오른손까지도 덩달아 흔들어 댔다. 그렇지만 그 내용은 일반사람이 듣기에는 이해가 가능했는데 박 철수씨가 맞장구를 쳤다.
  "양쪽 두 개는 아니란 말이지?"
  "그려...요!"
  아마도 동생에게 교육을 단단히 시킨 모양이었다. 무허가 건물이 있는데 그것을 보상 받으려는 듯한 인상이 짙었다.
  "무허가 건물을 말하는가?"
  박 철수씨가 그제서야 나를 바라보며 물었다.
  "예! 제시외 건물이 있습니다!"
  "무허가 건물이란 말이지... 파이프로 엉성하게 진 것을 말하는 모양인데..."
  "그만 가시지요!"
  그렇게 형인 채무자를 만나지 못하고 동생인 지체장애자와 대화를 나누고 돌아 왔었다.
  
  오늘 마침내 우연히 들리게 되었고 볏짚을 차에 실고 아래 밭에 새로 지어 놓은 파이프 하우스 축사에 내리고 있는 그 사람을 보았던 것이다.
  이 밭에 연하여 오늘은 몇 사람이 눈에 띄었다.
  "안녕하세요!"
  차를 도로변에 세웠는데 비포장 도로이다보니 이웃 축사의 대문으로 돌아 나와서 경매를 본 축사의 약간 경사진 부분에 차를 세우고 안으로 들어 섰다.  
  "얘기 좀 할 수 없을까요?"
  "할 얘기 없어요!"
  일방정인 거절이었다.
  "경매에 낙찰을 받았기 때문에..."
  "그래서 사셨습니까? 얼마에?"
  "사천 오백만원에 낙찰 받았는데 살지 말지 걱정입니다!"
  "그야 마음대로 하시고요. 경매에 넣지 않은 건무리 있다는 것은 아시고 사셨는지요?"
  "글쎄요! 제시외가 있었지만..."
  채무자는 무허가 건물을 갖고 걸고 넘어졌다. 역시 그 건물들에 대한 권리는 당연히 자신 것이라고 확인을 시킬셈이었다.
  "잘 되었군요! 그럼 다른 사람에게 팔 수 밖에..."
  "그러지 마시고 잠시 얘기 좀 하실 수 없습니까?
  "무엇 때문에요? 일 없습니다!"
  단호한 어조로 더 이상의 대화를 하지 않겠다고 그는 단조직입적인 어조로 말했는데 나는 황당하면서도 돌아 나와야만 했다.
  "차 좀 비켜 주세요?"
  "예 지금 가겠습니다!"
  들어오는 통로를 막고 있었기 때문에 한참 볏집을 실어 날르던 그가 크게 언성을 높여서 말했다.
  
    "그럼, 그 건물을 사시지 않겠다고요? 그럼, 잘 되었군요... 다른사람에게 팔 수 밖에..."
  나는 돌아 나오면서도 계속 그 말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