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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티 천원

신권 발행은 실패작이다

2007.10.20 21:51

문학 조회 수:2409

어깨에 통증이 생겼다. 굳이 힘든일을 한 것도 아닌데,왜 그럴까, 더구나 어제는 휴무라 쉰 하루였는데,원인을 찾기위해 어제 일상속에 생각을 거슬러 올라갔다. 잠시 손바닥을 쳤다. 원인을 제대로 찾은 것이다. 시내에 갔던 길에 싱싱한 배추를 보고 김치를 해야 겠다는 생각이 떠올라 배추3포기와 무를 구입했다. 바닥에 내려 놓으면 봉지속에 담은 채소들이 중심을 못잡고 쓰러지는 버스를 기다리는 시각내내 들고 있어야 했다. 더구나 언덕배기를 올라와야 내가 거주하는 아파트가 있는데 버스시각이 애매하여 큰길로 지나가는 버스를 타고 내려서 언덕길을 걸어올라왔으니,팔에 통증이 생길만도 했다.

 

기억하고 보니 어제 버스에서 있었던 일이 생각났다. 그일을 기억하는 동안 나도 기분이 별로 좋지 않았다. 도시와는 달리 시골길이다보니,배차시간이 25분에서 30분 혹은 그 이후로 있기 때문에 많은 승객이 몰렸다. 특히 평일낮에는 연세가 있으신 분들이 버스의 단골 손님들이다. 하지만 오후 4시경에는 인근 학교에서 하교하는 학생들로 버스가 더욱 붐빈다. 정말 콩나물 시루같다는 표현이 저절로 생각난다. 학생들의 풋풋한 젊음으로 나도 저럴때가 있었지,하는 생각을 하면 슬며시 미소가 지어진다.

 

손님들이 승차하고 버스가 떠날무렵 내 쪽을 보며 기사가 앞으로 나오라고 했다. 순간 뭔 잘못을 했나 싶어 약간 주눅든 마음으로 "저요?"라고 말했다. 기사님은 "내가 쳐다보니 왜 쳐다보냐고 말씀하신 아줌마 나오셔요?'라고 말했다. 내가  서 있던 내 뒤쪽으로 자리를 잡았던 뚱뚱한 할머니 한분이 사람 사이를 비좁고 통로를 만들며 나가느라 애를 썼다.

"왜 나오라 그랬어유?"

"돈 통좀 잘 보세요."

"돈을 맞게 냈는데,적게 냈나유?"

"색깔을 구분하라는 거지요. 저게 천원짜리요,만원짜리요"

구부정거리고 한참을 살펴보던 아줌마는 "어머.만원짜리네,어쩐데유" 하면서도 할수 없다는 듯 허허 웃으셨다.그리고 다시 자리로 돌아가려 하자,버스 기사님은 '돈을 더 냈으면 돌려 받아야지하지 않냐'며 다시 부르셨다. 버스 회사까지 가야 하지만 아주머니가 입구에 서서 현금으로 버스비를 내는 손님이 있으면 직접 받으라고 했다. 기사님이 받았다간 감시카메라에 걸려 승객의 돈을 주머니에 넣다는 오해를 받을수있다는 말이었다.

 

아줌마의 돈을 돌려두리기 위한 기사님의 배려로 버스는 정류장마다 출발이 지연되었지만 그 누구하나 불평하지 않았다. 흐뭇한 풍경이었지만 신권은 실패작임이 여실히 드러난 일이었다. 신권이 발행된 후 꽤 되었건만 아직도 노인분들은 만원와 천원을 구분하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정치인들은 돈이 많아 좋은 안경을 쓰거나 라식이나 라색 수술을 하는지는 몰라도 시골 노인분들은 시력이 안 좋으면 그대로 살아가시는 분들이 대부분이다. 나는 시골마트 계산원으로 일한다. 신권이 발행된후  노인분들이 주시는 돈은 꼭 한번이상 확인을 하곤 한다.

 

 개인적으로도 신권 발행후 실수를 한적이 있다. 모임후 늦은 저녁에 택시를 탔는데,실수하지 않으려고 창문으로 들어온 달빛에꼼꼼히 확인을 하고 돈을 드렸는데,택시가 멈춰 불을 켜더니,천원짜리네요,라고 말했다. 순간 혹시 내가 남을 속이려는 사람으로 보이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에 마음이 얼마나 불편했는지 모른다. 익숙해지면 괜찮을거라고 말하지만 이번 신권 발행은 실패작이라고 감히 주장한다. 돈을 사용하는 국민들이 천원과 만원을 쉽게 구분하지 못하는 돈이라면  한번쯤 색깔을 바꾸는것을 고려해보면 안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