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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티 천원

천원 짜리 지폐(8)

2007.10.26 17:19

문학 조회 수:3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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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10월 26일 대전역 0시55분.

무궁화호 열차를 타고 내린 뒤에 출구를 빠져 나와 2층 계단을 타고 내린 뒤에 밖을 바라본 뒤에 흠찟 놀랐다.
어두운 밤공기 속에 축축한 비가 내리는 우중충한 빛이었다.
빗물에 반사되는 불빛만이 차갑게 빛나고 있었으므로 택시 승강장 뛰어가서 줄을 섰다. 기차에서 내린 사람들이 모두 택시를 타고 있었다.

이윽고 택시에 올라탔는데 출장용 가방을 두 개 들고 있었으므로 조수석에 몸을 밀어 넣고 앉기가 여간 불편한 게아니었다. 겨우 몸을 밀어 넣고 문을 닫자,
"어디까지 가십니까?"하고 운전기사가 물었다.
"가양동 예전에 대전탑 있은 곳 아시죠? 그곳에 차를 두고 와서..."
"에이 재수가 없어!"
내가 목적지를 다 말하기도 전에 운전기사가 다짜고짜 화를 내는 것이었다. 나는 그의 목소리가 실내에 들려오자 덜렁 겁부터 났다.
"아니, 왜그러세요?"
"오늘 타는 손님들마다 모두 시내만 가자고 하니 울화통이 나서 그래요!"
차장밖을 보니 비가 질척 거리는 차가운 밤기운이 어둡게 펼쳐 보였다. 택시는 차량들이 다니지 않는 시내를 미끄러지듯이 달렸다. 목적지 까지는 불과 10여분의 거리였다. 비만 오지 않으면 걸어서 갈 참이었는데 비가 내려서 어쩔 수 없이 택시를 탄 것이다.
10여분이 지나서-목적지까지 3150원이 나왔다.
"얼마여요?"
"삼천 백원이요"
"....."
나는 기사의 말이 떨어지자 지갑을 꺼내서 돈을 세었다. 그렇지만 어두운 실내와 비가 내리는 밖의 전경과 맞물려 돈이 전혀 구별이 가지 않는 것이었다. 지갑에서 나는 앞쪽에 천원짜리 뒤 쪽에 만원짜리를 넣고 다녔었다. 그런데 확인해볼 재간이 없었다. 택시기사는 다혈질적인 사람 같았다. 처음에 타자마자 불만으로 잔뜩 섞인 볼멘 소리를 지껄였으므로 나는 겁이 났다. 내가 차를 세워 놓고 용인으로 고속버스를 타고 아침에 출발할 때만 해도 대낮이었지만 기계 A/S 를 마쳤을 때는 밤 10가 되었으므로 시외버스가 끊겨 기차를 탔었다. 그리고 대전역에서 고속버스 터미널까지 영업용 택시를 타고 왔던 것인데 잔뜩 주눅이 들어서 돈을 세는데 부주의했다. 그리고 불쾌한 택시기사로부터 빨리 달아나고 싶어서 무조건 앞쪽의 지폐 넉 장을 꺼내 내밀고 말았다. 한편으로는 돈을 아무리 봐도 분간할 수 없었다. 만원짜리와 천원짜리가 도무지 분간이 가지 않는 것이다.
'이럴수가... 오, 하느님... 오, 부처님... 오, 달마신... 오, 나마신... 오, 고무신이여!'

돈을 구분할 수 없다는 두려움으로 사지가 떨렸다. 아니 싸늘해진 밤기운으로 한기를 느껴서일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내 눈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전혀 돈을 구별할 수 없어서다. 이것이 두 번 째였다. 아무리 조심하려고 해도 소용이 없었다. 앞서 고속도로 톨게이트에서 나는 천원 짜리를 만원짜리로 잘못알고 집어 주웠는데 지금은 반대로 만원짜리를 천원짜리로 알고 주웠던 것이다.
택시 기사는 만원짜리라 섞여 있을지 모르는 그 지폐를 들고 아주 가까이 얼굴을 갖다대고 바라보면서 잔돈을 내 주웠는데 나는 나중에야 그 중에 한 개가 만원짜리로 내 주웠다는 것을 알았다.

 

 

P.s 앞으로 모은 글을 책으로 내겠습니다.
오, 천원짜리도 구분 할 수 없는 거꾸로 가는 대한민국!
구권은 얼마나 예술적인 돈입니까?
구권의 돈을 찬미합니다.
삼가, 구권의 명복을 빕니다.

文學 위의 文學 출판사 김태완 올림